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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TBS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등록 2022.08.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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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TBS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8월 23일 발표된 TBS 가을 개편안은 공영방송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또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정치 공세에 따른 서울시 출연금 55억원 삭감과 협찬 수익 감소로 제작비가 고갈된 TBS는 인기 프로그램 폐지 및 외부 진행자 교체와 출연료 삭감, 초저예산 음악 프로그램 편성 등 비상경영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방송 구성과 대본을 맡는 필수 인력인 프리랜서 작가들의 해고마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예산편성권을 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TBS 고사 전략은 방송 생태계에서 가장 힘없는 프리랜서들의 실직으로 현실화되었다.

 

TBS의 파행적 운영은 오세훈 시장과 여당인 국민의 힘이 장악한 시의회가 의도한 바다. 취임 전부터 줄곧 TBS의 편향성을 주장해온 오세훈 시장은 TBS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의 삭감을 단행했고, 6.1 지방선거로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2019년에 제정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1호로 발의함으로써 출연금 지원 및 이사회 구성을 포함해 T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전면 백지화했다.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공영방송 TBS의 허약한 구조를 노린 명백한 정치탄압이 아닐 수 없다.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를 시작으로 예산 삭감과 조례안 발의로 이어진 일련의 조치는 일견 그럴싸한 인과관계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권력의 방송 개입과 통제를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편향적이거나 과격하다고 해서 정당한 평가 과정도 없이 방송사 자체를 없애 버리겠다는 발상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는 권력의 오만함을 넘어서 언론 독립과 자유를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외부에 의한 방송 편성 규제와 간섭을 제한하는 방송법 제 4조에도 정면으로 위배되어 불법적이다.

 

TBS는 교통정보와 시정홍보 중심의 시영방송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시사와 정치 관련 콘텐츠를 포괄하는 미디어로 탈바꿈하면서 ‘시민공영방송’으로 발판을 다지기 시작한 독립 미디어재단법인이다. 비록 재정 독립의 기반까지는 갖추지 못했지만 서울시정과 시민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장으로서 지역공영방송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일부 논란과 비판도 있었지만 수년간 높은 청취율을 유지하며 기존 언론이 채우지 못하는 여론의 일부를 담당해왔다. 이는 TBS만의 성과가 아니라 TBS를 통해 듣고 말하고 싶었던 시민이 함께 거둔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TBS 인사와 예산, 감사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서울시장과 의회는 ‘방송사 해체’라는 협박카드를 내걸면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평가는 외면해왔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에서 정작 시민 의견을 객관적으로 듣고자 하는 노력은 전무했다. 오히려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도록 설계된 재정구조의 약점을 공격해 TBS 길들이기를 노골적으로 시도하여, 고용불안으로 위축되고 고립된 노조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유도해냈다. 무리한 사장 교체로 진통을 겪은 과거 KBS와 MBC의 경로를 답습하는 대신 돈줄을 쥐고 내부 구성원을 압박하는 우회 전술로 바뀌었을 뿐, 공영방송 탄압의 본질은 다를 바 없다.

 

오세훈 시장과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TBS 탄압은 단지 해당 방송사의 축소나 경영진 교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공영미디어를 무력화하고 민영화하여 시민의 공론장을 정치-자본-언론 권력의 카르텔에 종속시키려는 윤석열 정부 방송 장악 구상의 연장선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서울시의 폭우 대처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재난방송 소홀을 이유로 TBS감사를 청구한 시의회와, 기다렸다는 듯 감사를 개시한 서울시의 합작은 과거 공영방송 사장을 입맛대로 교체하기 위해 온갖 감사와 수사를 동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 잔혹사를 떠올리게 한다.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에 거리를 두려는 학계와 전문가, 시민사회의 침묵과 냉담, 언론사별 직능별 이해 관계에 따라 분화되는 언론종사자들의 대응은 권력의 용의주도한 언론장악에 무력감만 키워온 게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시민이 키워온 TBS를 지키고 지역시민공영방송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일은, TBS에 이어 KBS·MBC로 확대될 공영미디어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를 막고 공론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확보하는 길임을 인식하고, 언론노동자와 학계, 시민사회가 다시금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탄압을 막아내고 시민 참여를 통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지원체계 제도화로 독립성과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시민 저널리즘의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2022년 8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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