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그들이 스스로 떠나야 하는 충분한 이유

적폐 인사의 퇴출이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걸음
등록 2017.06.08 13:26
조회 410

이명박근혜 시대를 지나면서 한국 공영방송은 크게 망가졌다. ‘망가졌다’는 평가가 관점에 따라 다른 주관적 평가라고 논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 다수의 생각이 그렇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난 6월 2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내용을 보자. “KBS와 MBC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74%가 “충실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충실했다”는 답변은 21%로, 이번 19대 대선에서 친박당인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던 24%보다 낮은 수치였다. 이처럼 우리 국민 다수는 공영방송이 망가져 제 역할을 못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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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내용. 
KBS와 MBC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지 않는 부정적 응답이 75%에 달했다. (사진 : 리서치뷰)

 

공영방송 정상화는 시대의 과제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적폐들을 걷어내고, 공영방송이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시대의 과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영방송을 바로 세울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경영진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 코드맞추기 인사로 채워지고, 그렇게 한자리 차지한 인사들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내팽개치고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기능하도록 하는, 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법제도에 대한 문제이기에 절차적으로는 국회가 풀어야 한다. 실재 지난해 국회에서는 ‘언론장악방지법’이라 불리는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반대하여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아직 계류 중에 있는 상태이다. 오는 6월, 이제는 여당이 된 민주당이 의지를 가지고 이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갈라지기는 했지만 과거 새누리당의 면면들이 이름만 바뀐 채 여전한 상황에서 관련법 개정은 순탄할 것 같지 않다. 시민사회가 힘을 모으고, 촛불 민심의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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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일 리서치뷰 여론조사에 따르면, KBS와 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에 대해서도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67%로 반대 목소리보다 약 4배가량 많았다. (사진 : 리서치뷰)

 

한편,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급히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바로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부역 언론인들을 퇴진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적폐를 걷어내는 작업이다. 국민 다수도 이를 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6월 2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KBS, 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 67%가 “공영방송 위상 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송법에서 규정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이처럼 민심은 공영방송의 추락을 우려하고, 이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그 첫 단추로 무능 정권, 헌정 유린 정권에 복무하면서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책임자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임기 보장을 명분으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터져 나오는 공영방송 적폐 인사 퇴진론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임기보장이라는 명분은 참으로 구차하다. 그들이 부정한 권력에 어떻게 복무했으며, 어떻게 공영방송을 망가뜨렸고, 내부 구성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어떻게 짓밟았는지….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자리보전을 하는 모습이 왜 그리 구차한지는 공영방송 내부 구성원들의 잇단 성명서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터져 나온 KBS와 MBC 구성원들의 외침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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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월 8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언론노조 KBS본부를 비롯한 언론노조 조합원 천여명이 '언론부역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즉각 제정' 총력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대영 KBS사장, 이인호 KBS이사,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안광한 MBC 사장 탈을 쓴 사람들을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가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 미디어오늘)

 

“(김장겸 사장) 당신은 국민과 그들의 알권리를 짓밟았다.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 앞에서 대다수 국민이 유족과 함께 눈물 흘릴 때 당신이 주도하는 보도국은 희생자와 피해자를 비웃고 조롱했다. ‘비선이 대통령을 쥐고 흔든’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다수 국민이 분노의 촛불을 켰지만, 당신에게 충성하는 보도본부는 축소와 왜곡에 급급했다 … (중략) … 피가 튀고 살이 잘려나간 8년이었다. 노골적인 편파와 왜곡에 저항했던 선후배 동료들에게 당신을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MBC 보도본부 20-30년 차 기자들 성명 中, 6월 7일) 

 

“고대영 사장과 정지환 국장 등은 일관되게 소통을 거부했고, 이견을 묵살했으며, 평기자들의 비판을 폭력적으로 짓밟았습니다. 전례 없는 보도참사를 초래했고, 그 과정에서 첨예한 내부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이유, 이것으로 부족합니까?” (KBS 10년 차 미만 기자들 성명 中, 5월 30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까지 다 했다. 6년에 걸친 무능력은 샅샅이 입증됐고 그 폐기물은 김장겸이 아닌 MBC가 짊어진 채다. 그만 떠나라” (MBC 35기 기자들 성명 中, 5월 29일)

 

“국민의 가장 큰 분노는 언론 적폐를 향해 있다. 그 한가운데 MBC가 있다. 오직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나아가 서슴없이 왜곡한 결과” (MBC 40기 기자들 성명 中, 5월 29일)

 

“당신들은 왜 그 자리에 남아 있는가? 당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이 지금 자리에 남아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이 멋대로 주무르던 후배 기자들이 잠자코 있으니 눈 질끈 감고 버티면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끝없는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당장 자리에서 내려오라!” (KBS 10년 차 이상-20년 차 미만 기자들 성명 中, 5월 26일)

 

“본인과 정권의 안위를 위해 공공재인 방송을 무력화하고 보도를 유린한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한다 … 부역 언론인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 (KBS 20년 차 이상 기자들 성명 中, 5월 24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고의에 가까운 낙종사태와 소극적 방송으로 일관, 결과적으로 KBS가 보여준 반공영적 방송에 대해 책임지라는 것” (KBS PD협회 성명 中, 5월 24일)

 

“MBC는 지난 9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가장 노골적인 방송 장악, 여기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저항, 그리고 이에 대한 가장 악랄한 탄압이 이어졌던 곳” (언론노조 MBC본부 성명 中, 5월 22일)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이 KBS를 망가뜨린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 두 사람이 만들어놓은 KBS가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청와대 방송이었기 때문”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 中, 5월 19일) 

 

이렇게 길게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나열하는 것은 그 속에 그들이 떠나야 하는 이유와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그 자리를 차지했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훼손했으며, 왜 떠나야 하는지는 누구보다도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직능별로, 기수별로 적폐 책임자들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떠나야 한다. 그게 자신들이 앞장 서 망쳐놓은 공영방송을 되살리고,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래도 버틴다면, 결국 촛불 민심이, 국민들이 떠나게 할 것이다. 그에 앞서, 떠나야 한다.   

 

김은규(우석대 교수, 민언련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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