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_

언론은 경찰의 진상조사위원회에 관해 정확히 보도하라

경찰폭력의 진상규명, 왜 주목받지 못하는지
등록 2017.07.20 15:09
조회 287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의 과제가 적폐청산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공안기관의 적폐청산이 핵심이다. 국정원발전위원회는 내부에 적폐청산TF를 설치하여 댓글 대선개입사건, 세월호방해공작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자행한 정치개입사건의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올바른 청산은 과거의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적폐의 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공안기관들이 서민과 노동자의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농락하면서 부패한 정권에 부역했던 역사를 과감하게 단절하지 않고서는 적폐청산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 

 

경찰폭력 사건을 기억하라

 

그런데 적폐청산이라고 하면 주로 국정원과 검찰을 이야기할 뿐, 경찰의 적폐청산 과업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막강한 병력과 물리력을 동원하여 파업의 현장에서, 저항의 현장 곳곳에서 서민과 노동자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감행하고 그 과정에서 목숨까지 빼앗는데도 말이다. 5월 말 청와대가 수사권을 받으려면 인권친화적 경찰로 변모할 것을 경찰에 주문하자마자 경찰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6월 16일 외부인사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는 자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고백하지 않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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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하는 자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경찰의 잔혹한 국가폭력사건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외에도,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에 대한 폭력적 진압, 강정에서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수년간에 걸친 지속적인 인권침해와 탄압,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의 현장에서 수년간 주민들에게 자행된 경찰폭력…. 그 상처는 아직도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 피해자들이 7월 18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가폭력 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요구하였다. 

 

진상조사 요구를 외면하는 언론

 

때마침 7월 19일 경찰청은 자체적으로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고 발표했다.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언론기사를 훑어보니, 한겨레나 경향 등 일부 언론이 경찰의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에 관하여 짧은 기사를 내보낸 정도였다. 경향신문은 7월 20일 자 사설에서 “경찰의 과거사 반성이 경찰개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보수언론의 대표주자인 조선일보는 피해자들의 진상조사 요구나 경찰청의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에 대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철저한 진상규명의 조건을 탐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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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6월 11일,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의 움막농성장을 강제철거했던 '행정대집행’.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시에는 경남경찰청장으로 있었으며 밀양송전탑 현장을 폭력 진압한 책임자였다. (사진 : 오마이뉴스)

 

경찰폭력 사건에 대해 ‘드디어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며 환영할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경찰청 내에 10명 내외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는 2/3를 민간위원으로 하고 현직경찰위원이 3명 정도 참여한다고 한다. 이런 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 현재 경찰의 고위직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충견 역할을 자임하면서 파업노동자들과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향해 거침없이 폭력적 진압을 감행한 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의 현장에서 주민들의 집회 자유를 말살하고 무자비한 폭력으로 주민들을 제압하는 작전을 지휘한 사람이다. 그 후 청와대에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집회참가자들을 폭도로 취급했고, 경찰은 이에 발맞추어 갑호비상령을 내리면서 전국의 경찰병력을 서울로 집결시켰으며, 차벽과 물대포로 청와대 방어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때 이철성 경찰청장은 청와대에서 무슨 역할과 지시를 하였을까…. 진상조사의 대상이다. 경찰청 내에 설치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이철성 경찰청장을 불러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경찰청,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린 전례가 있다. 2007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면서 발간한 백서에서, 경찰청은 “국민의 참여 욕구를 억압하고 국가안보를 우선시한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들에게 큰 희생을 초래하는 적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운동과 시국사범에 대해 정권안보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국가보안법을 확대 적용하여 보안사범을 양산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고 스스로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청산과 개혁조치는 전혀 담보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경찰의 반성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이런 우를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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