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언론개혁 실종된 대선, 다시 중심의제로 세우자
박석운(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22.01.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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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6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오마이뉴스

 

‘언론개혁 없는 대선’, ‘정책 없는 대선’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60일도 채 남지 않은 오늘까지도 말이다. 지난 연말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가 여야 합의로 활동기한을 올해 5월 29일까지로 연장했다. 한마디로 ‘대선 지나고 보자’는 것이다. 언론현업단체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안 격으로 연구·추진하고 있는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방안 초안이 공개됐지만, 실효성 있는 언론피해 구제방안으로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도 실감 나지 않는다.

 

언론피해 구제제도 실효성 있게 강화하자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보도와 허위·조작 보도가 판을 치고 있어도, 악의적 편파 보도가 공론장을 심각하게 어지럽히고 있어도 언론피해 구제제도는 소리만 요란했다. 제대로 된 구제방안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여부는 과잉정치화된 측면도 있다.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 격렬한 찬반논란 속에 정작 중요한 ‘신속하고 간편하면서 적절한 수준의 언론피해 구제방안’은 실종 상태에 있는 것이다.

 

먼저 언론중재 대상을 확대하고, 언론중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심각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유튜브나 구글 등 ‘신유형 뉴스 서비스’를 피해구제 대상 매체로 확대하고, 이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정수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도 추후보도청구권과 열람차단청구권을 확대하여 언론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절차를 개선하는 과제도 있다. 직권조정결정 절차를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하며 긴급조정 제도를 추가 도입해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부에서 신청인(피해자)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긴급조정결정)’을 하더라도, 언론사의 이의신청이 있으면 효력이 상실하게 되는 현행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개선방안으로는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임시로 해당 기사에 직권조정결정의 내용이 표시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직권조정결정이 있었음에도 이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추가 배상의 대상이 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언론사의 무분별한 이의제기 남용을 일정 정도 견제하는 효과가 나게 하자는 취지다. 비록 사법부의 재판과 같은 법적 효력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피해구제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21일 이내’라는 현행 중재기간을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대한 방안도 마련하자. 언론피해자가 ‘긴급조정’을 신청하고 그 사유가 인정될 경우 긴급조정담당 중재부가 긴급조정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면서, 직권조정결정 정도의 효력을 인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피해 확산을 막고 신속한 권리구제에 도움을 주는 개선책이 될 수 있다.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언론피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소송비용을 완화시킬 필요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송비용이 부담스러워 언론피해 소송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의 소송비용 지원이 가능한 제도인 기존 소송구조제도에 특칙을 두고, 일정한 요건이 될 경우는 변호사 비용이나 인지대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확정판결 후 부담하는 소송비용 산정 시, 일정 요건이 될 경우 소송비용 산정 방식에 특칙을 두는 방식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법원의 손해배상액이 청구액에 비해 너무 적은 경우가 많은데, 재판이 끝나고 소송비용 산정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재판결과 청구액보다 손해배상액이 많이 깎이는 경우 원고가 도리어 소송비용을 일부 물어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언론피해자가 법원에서 신속한 절차로 충분한 피해구제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법원에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들의 영향력 행사가 언론사를 상대로 한 피해구제 소송에 비공식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사 관계자가 재판과 관련 재판부와 사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해 이런 비공식적 장애요인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법관은 오직 판결로서만 말한다고 하지 않던가.

 

다시 언론개혁의 깃발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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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여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활동을 벌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 당시 촛불광장에서는 “언론도 공범이다”라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지만,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 5년간 언론개혁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그나마 시민·언론단체들이 주도한 ‘돌마고 투쟁’(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으로 공영방송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지만, 개혁은 거기까지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핵심 개혁과제는 아직도 추진 중이다.

 

결국 언론개혁은 새 정부의 언론정책과 맞물리게 되었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서 언론개혁 관련 의제는 실종상태나 다름없다. 자칫 밀실에서 새 정부 언론개혁 정책이 만들어질 위험이 농후하다. 그래서 필자는 대선에서 언론개혁이 다시 중심의제 중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공영언론·미디어를 제대로 세우는 과제를 중심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

 

이미 다양한 신유형 매체가 등장해 그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화와 자본 종속성 심화를 견제하고, 공론장을 건강하게 유지·강화하는 기지 역할을 공영미디어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통합 미디어법’을 제정해 공영미디어뿐만 아니라 민영미디어도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공통책무를 수행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공영미디어의 경우 거버넌스를 민주화·탈정치화시키는 일이 핵심적이다. 정치권이 공영미디어 임원 선임 등에서 손 떼게 하면서 이를 위반할 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대신 성별·지역별 안배로 무작위 추출된 시민배심원들이 공영미디어 임원을 선출하는 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또 언론전문가와 해당 미디어 종사자 중에서 일정 수 임원을 선임하는 방안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영방송 재원 마련을 위한 수신료 액수를 성별·지역별 안배로 무작위 추출된 또 다른 시민배심원단에서 결정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수신료 액수와 광고 시간을 투명하게 연동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민영 미디어의 경우 보도·편성과 광고의 확실한 분리가 법제화되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의 ‘자사 미디어렙’과 같은 부당한 특혜가 폐지돼야 함은 물론이고, 협찬을 투명하게 규제하고 연계판매 등 탈법 또는 편법 광고를 금지해야 하며, 포털을 포함하여 기사형 광고에 대한 법적 규제(형사처벌 포함)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분산된 미디어정책 담당 정부기구를 통합하여 집행력을 갖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를 법률상 독립기구로 구성·운영할 필요도 있다. 미디어정책기구에서 시민참여와 시민평가가 일상화되도록 설치·운영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같은 미디어개혁은 1998년 12월부터 1999년 2월까지 구성·운영된 방송개혁위원회 사례를 참고하여 ‘미디어개혁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민주적 정당성 확보에 필수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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