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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발의'」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3.9)
등록 2013.08.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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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민이 정치권을 '탄핵'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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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59명의 발의로 대통령 탄핵안을 접수했다.
우리는 총선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눈 앞에 두고 두 정당이 여전히 정치개혁법안 조차 처리하지 않은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선관위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결정과 관련해 탄핵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무리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학계와 법조계는 물론이고 보수적인 법조계에서조차 두 정당의 탄핵발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다수 국민 역시 탄핵발의를 '지나친 것'으로 보고 있음이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탄핵' 운운하며 강공을 펼쳤지만 정작 탄핵발의 시점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3월 8일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오늘(9일) 탄핵발의안을 넣겠다'고 했다가 '9일 탄핵발의는 와전된 것'이라고 말을 번복하기까지 하며 국민을 우롱한 바 있다. 민주당은 10%를 밑도는 지지율을 만회하기위해 정책대안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무조건 대통령을 흔들어 반사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탄핵정국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차떼기, 책떼기, 가방 떼기 이미지를 희석하고 대통령을 발목잡기 위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까지 문제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선관위의 애매모호한 판단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기자회견석상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선거법위반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판례가 나온 바 있다는 것을 선관위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경고'를 결정한 것은 무엇때문인가. 혹시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선관위원들을 탄핵하겠다"는 거대야당의 협박에 굴복한 결과는 아닌가.


대통령은 정무직 공무원인이기 이전에 정치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 다만 권위주의 정권시절 '관권선거의 망령'이 우리 선거문화의 발목을 잡았던 것을 감안해 대통령의 선거개입수위에 관한 사회적 결정을 내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는 두 야당에게 묻고 싶다. 지금 두야당이 '법질서' 운운하며 탄핵을 발의할 자격이 있는가. 이미 16대 국회는 차떼기, 책떼기, 가방떼기로 얼룩져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지 오래다. 자신들이 합의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당리당략적 이해로 이합집산하며 어떻게 '원위치' 혹은 '개악'시켰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정기국회 마지막날 자정을 앞두고 지역구 분할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보인 행태를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민들은 국회를 '여의도 구치소'라고 부른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정녕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르고 있단 말인가. 국민과 법에 의해 심판받아야할 대상들이 어떻게 '탄핵발의'하며 국민을 괴롭힐 수 있는가.


우리는 특별히 조선일보에 대해 당부하지 않을 수없다. 야당이 '탄핵발의'를 들고 나오자 대통령을 '법질서 파괴자'로 몰며 탄핵발의를 부추기던 조선일보가 돌연 ' 대통령도 문제, 야당도 문제'라는 식의 양비론으로 '탄핵발의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조선일보를 언론의 외피를 쓴 '정치집단'으로 규정한 바 있지만 조선일보에게 '최소한의 눈치'도 없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에게 탄핵발의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당은 '탄핵의 터널'에 빠져 '터널 밖'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탄핵의 터널'에 머물러 있건 빠져나오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정치권이 국민에게 '탄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4년 3월 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