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지역비하용어 사용한 TV조선, 방통심의위는 엄중 심의하라
등록 2019.06.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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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이 6월 25일 방송에서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사용되는 전라도 비하 용어 ‘전라디언’을 자막에 사용했다. TV조선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팀은 이 용어가 일베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인지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전라도와 인디언을 합성했다는 ‘전라디언’이라는 표현은 전라도민을 고립시키고 비하하는 목적의 명백한 지역차별표현이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많이 사용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케이블채널 Mnet <비틀즈코드>에서 전라도 출신 출연자에게 이 표현을 사용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TV조선은 해당 단어가 일베에서 사용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지역민만을 비튼 표현을 쓸 때는 차별과 비하의 의도가 들어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은 당연히 가져야 했다. 그 정도의 인권감수성도 없이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라도 비하용어 사용’ 제대로 사과하라

게다가 TV조선의 보도자료는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TV조선은 사과의 뜻을 표했으나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해명하는 데 급급했고,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TV조선이 해당 단어가 전라도를 폄하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면 단순히 ‘일베 용어’를 사용해서가 아니라 ‘전라도 비하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TV조선이 이 문제를 정말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TV조선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입장을 밝혔을 뿐 당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어떤 사과문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26일 현재 문제의 자막이 등장했던 프로그램 <아내의 맛>의 개별 홈페이지에서 시청자 참여 게시판을 막아놓았다. TV조선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는 열려있는 시청자 게시판을 <아내의 맛>만 닫아놓은 것은 전라도 비하용어 사용에 대한 시청자의 비판을 듣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TV조선이 이번 문제가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를 유발한다는 점을 인지했다면 시청자의 비판을 수용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길 바란다.

 

TV조선의 재발방지책은 무엇인지 밝혀라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 또한 시급하다. 방송사의 일베 용어 사용, 혐오 표현 사용은 비단 TV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SBS는 저녁종합뉴스, 예능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일베 이미지를 여러차례 사용해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결국 SBS는 10차례가 넘는 사고가 이어지자 재발방지를 위해 이미지 무단 사용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고 크로스체크 과정을 도입했다. 조항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한 중징계도 대책에 포함했다.

 

TV조선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면 시민과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TV조선의 사과는 구차한 변명일 뿐, 진정성있는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조선의 일베 용어 사용을 엄중히 제재하라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역시 제대로 된 심의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15년 5월 SBS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의 ‘MC무현’을 배경음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었을 때 방통심의위는 내부 징계를 사유로 행정지도인 ‘주의’를 내리는데 그쳤다. 그 결과 SBS는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7월 일베의 헌법재판소 합성 이미지를 사용해 다시 문제를 일으켰고 방통심의위는 그제서야 법정제재인 ‘경고’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안일한 판단이 방지할 수 있었던 똑같은 사태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방통심의위가 이번 TV조선 <아내의 맛>의 전라도 비하 용어 사용을 묵인하거나 솜방망이 제재에 그친다면 또 다른 지역비하 표현, 혐오 표현이 전파를 타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MBC <전지적 참견시점>은 출연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화면을 넣어 구성했다. 방통심의위는 이에 최고 법정제재인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극우사이트의 악의적인 세월호 참사 비하 용어를 사용한 방송에 대한 응당한 조치였다. 같은 심의 기준이 전라도를 비하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용어를 사용한 TV조선 <아내의 맛>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지역에 대한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이 방송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방통심의위에 맡겨진 책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끝>

 

2019년 6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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