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요정이 한류라니 나라망신이다”
등록 2018.10.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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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10월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월 24일 오전 11시까지 집계한 21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21차 안건 1,307명 심의

 

‘요정이 한류’? TV조선의 ‘기행’
시민 방송심의위 21차 안건은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0/4)이었다. 방송 당시 국회에서 대기업의 요정을 포함한 유흥업소 접대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TV조선은 이 본질적인 내용을 완전히 배제한 채 요정을 한국의 전통문화로 묘사하는 황당한 방송을 내보냈다. 진행자 김광일 씨는 이 주제를 다루기 시작할 때부터 싱글벙글 웃으며 “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들이 음식을 나르고 시중을 드는 한식집”이라 요정을 소개했고 패널 최병묵‧최진봉 씨까지 가세하여 “고급 한정식집”(최병묵), “해외 바이어들 접대할 때 한복입은 여성 접객원 있는 요정 선호”, “한국의 전통문화가 일부 있는 요정”이라 주장했다. “이왕이면 건물도 한옥, 그 다음에 여성, 접객원도 한복을 입고”(김광일), “음식도 한식을 먹고”(최병묵) “또 국악을 연주하기도 해요”(김광일) “가야금 거문고 타기도 해요.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체험”(최병묵) 등 ‘요정 예찬’을 이어갔다. 심지어 최병묵 씨는 “이것도 일종의 한류”라 극찬했다. 그러나 타 매체의 경우 대기업의 과도한 유흥업소 지출을 지적하며 요정을 “일본 게이샤와 같은 접객원이 나오는 유흥업소”라고 설명했으며 심지어 조선일보는 과거 “한복을 차려입은 채 옆에서 술을 따르는 접대부들”, “은밀한 2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라며 ‘요정’의 운영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TV조선이 ‘요정’을 미화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을 뿐 아니라 ‘한복 입은 여성 접객원’을 반복 강조하며 성차별적 인식도 노출한 것이다. 

 

“요정이 한류라니 나라망신이다”
해당 안건에 총 1,307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재승인 심사에 벌점이 있는 ‘법정제재’가 1,28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가 18명, ‘문제없음’은 1명이었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권고

의견제시

문제없음

771명

288명

141명

88명

16명

2명

1명

1,307명

59%

22%

11%

7%

1%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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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방송심의위 21차 안건(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0/4))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최근 시민 방심위 제재의 평균적 수준보다는 21차 안건에 대한 제재 수위가 소폭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법정제재’가 99%로 대다수이기는 하나, 최고 수위 제재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은 59%로 그간 평균적으로 기록하던 60%를 넘기지 못했다. 19차 안건 6명, 20차 안건 2명으로 10명도 채 넘기지 못했던 ‘행정지도’는 총 18명(‘권고’ 16명, ‘의견제시’ 2명)으로 조금 늘어났다. 18차 안건부터 20차 안건까지 3주 연속으로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던 ‘문제없음’ 역시 1명의 시민이 선택했다. 아주 작은 차이이기는 하지만 시민들이 기존의 안건들보다 이번 21차 안건의 문제점을 조금 더 가볍게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정’이라는 주제 자체가 지난 안건들이 다뤘던 ‘쌍용차 사건’, ‘심재철 폭로 사건’ 등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히 중요했던 이슈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요정’의 의미를 미화한 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위험이 있는 발언이 반복된 점, ‘대기업의 유흥업소 지출 과다’라는 본질적 문제를 ‘요정 예찬’으로 곡해한 점 등 TV조선 방송이 저급하다는 점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시민들도 ‘요정의 의미 왜곡’과 ‘전근대적 성인식 노출’이라는 두 가지 결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한 시민들은 “요정이 한류라니 나라망신이다”, “요정으로부터 광고라도 받았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모두 ‘요정 예찬’을 지적한 의결 사유들이다. ‘성차별적 방송’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역시 ‘관계자 징계’를 의결한 한 시민은 “군사 독재 시절의 남성우월주의 문화에서나 용납되는 방송”이라 비판했다. 

 

이례적으로 많은 선택 받은 ‘품위유지’ 조항, 이유는?
시민 방심위원회는 21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유지), 제30조(양성평등)으로 제안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제14조(객관성)은 말 그대로 요정의 의미를 미화하여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점에 적용되며 제30조(양성평등)은 “① 방송은 양성을 균형있고 평등하게 묘사하여야 하며,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가정폭력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으로서 ‘한복 입은 여성 접객원’에 집착한 TV조선의 행태와 직결된다. 제27조(품위유지)는 앞선 두 조항을 위반한 문제점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전반적으로 느끼는 불쾌감, 시청자에 미치는 악영향을 평가할 때 적용할 수 있다.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 유지)

제30조(양성평등)

없음

1,090명

1,025명

864명

1명

83%

78%

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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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방송심의위 21차 안건(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0/4))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들은 모든 시민 방심위 안건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제14조(객관성)에 가장 많은 비중을 뒀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간 포괄적 조항이라는 성격을 감안해 시민들도 그리 많이 적용하지는 않았던 제27조(품위유지)도 무려 78%의 시민들이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공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평론하는 방송은 국민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술집을 한류라고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식 수준을 폄해한 방송” 등 국민정서에의 악영향, 불쾌감을 지적한 의결 사유들이 많았다. 이렇게 명백히 통상적인 상식이나 국민정서를 흐리는 방송의 경우 ‘품위유지’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음을 시민들이 보여준 것이다. 

 

21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1,307명 중 남성 861명(65.9%) 여성 446명(34.1%)/ 10대 1명, 20대 40명(3.1%), 30대 284명(21.7%), 40대 725명(55.5%), 50대 234명(17.9%) 60대 이상 23명(1.8%)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지난 3기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에는 9명 전원이 남성이었고, 고연령층이었다. 이 같은 구성에서 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의견을 취합하면서 계속 성별과 연령대를 함께 취합하고자 한다. 

 

시민 방심위 22차 안건 상정

 

22차 안건, MBN <뉴스와이드>(10/8)
민언련은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22차 안건으로 MBN <뉴스와이드>(10/8)를 상정했다. MBN은 바로 전날(7일) 있었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결과를 논했는데 이때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는 앞으로 20년 걸릴 것’이라 말했다는 이유로 ‘비핵화 유야무야’를 주장한 발언이 나왔다. 주인공은 차명진 씨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바 없다는 것이다. 명백한 허위사실이지만 MBN은 이틀 뒤 정정 보도마저 장난스럽게 넘어가 버렸다. 객관성에 대한 종편의 감수성이 매우 떨어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MBN <뉴스와이드>(10/8)의 차명전 전 새누리당 의원은 “ “트럼프가 이제 20년 걸린다고 그랬잖아요? 그때부터 저는 아, 이게 좀 어렵겠다. 실제 미국이 여태까지 핵 가진 국가를 상대할 때처럼 가겠다. 핵 가진 국가를 상대할 때 미국은 핵을 폐기하기 보다는 자기 편으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아마 미국은 장기적으로 북한을 아마 중국한테서 어떻게든 떼어내는 식으로 해서 유야무야하는 식으로 갈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한 바 없다. 이 때문에 김광덕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근거가 어디에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는데 차 씨는 “트럼프가 말했다”며 끝까지 허위사실을 고집했다.

 

해명한다더니 또 ‘허위사실’?
워낙 명백한 허위사실이었기 때문에 MBN은 이틀 뒤 같은 방송에서 차명진 씨에게 해명 기회를 줬다. 그러나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시청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태도로 볼 수 없었다. 진행자 송지헌 앵커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다들 재밌어 하시네. 해명이 필요한데”라고 말했고 차명진 씨는 “트럼프가 여태까지 20년이 걸렸는데 앞으로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저는 이제 제가 좀 착각을 해가지고 앞으로 오래 걸리겠다는 것은 앞으로 20년 걸리겠다고 생각한 건데 제가 좀 표현에서 과한 것은 있어요”라고 말했다. 사과도 없었지만 이 해명조차도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태 20년 걸렸다’는 발언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MBN은 대체 언제 트럼프 대통령이 저런 발언을 했는지, 정확히 저 내용이 맞는지 함께 보도했어야 한다. 

 

'사과’ 대신 ‘PD 타박’, 시청자 모독이다
해명조차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해명 자체가 정정 보도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진행자와 당사자인 차명진 씨, 모든 패널이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 씨는 시청자를 향한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에이, 방송 PD까지 전부 다 제 편이 아니네”라며 제작진에 핀잔을 줬다. 허위사실에 대해 정정해야함은 언론의 기본적 책무인데도 이를 ‘PD가 내 편이 아니라서 시킨 것’으로 폄훼한 것이다. 이는 당연히 정정 보도가 아니며, 상식적인 시사 프로그램도 아니다. 

 

민원 제기 취지
현재 진행 중인 남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으며 비판도 가능하다. 북핵 폐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도 현실성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모든 논평, 더군다나 보도 기능을 포함한 시사 프로그램이라면 기본적인 논리와 ‘팩트’를 갖춰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발언을 근거로 ‘비핵화 유야무야’라는 극단적 결론까지 주장한다면 이는 논평이나 토론이 아니라 개인적 감상 토로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배설을 방송한 언론 역시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제안하는 심의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7조(오보정정) 방송은 보도한 내용이 오보로 판명되었거나 오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지체없이 정정방송을 하여야 한다.
제27조(품위 유지) 5.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www.ccdm.or.kr/xe/simi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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