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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로 해외여행 가면 안 된다는 매일경제
등록 2018.12.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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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년간의 계약직 근무를 마친 남형석 씨(가명·31)는 실업급여 450만원을 여유자금 삼아 40여 일간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중략)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나랏돈이 매년 수십조 원씩 지출되고 있다 (중략) 일자리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9조8000억 원 가량의 실업급여로 일부 실업자는 재취업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대신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글은 매일경제 <직업훈련비로 공짜 취미생활…실업급여 받아 해외여행 ‘펑펑’>(12/16 손일선 기자‧팀장 임성현 정석우 최희석 김태준 연규욱 문재용 기자) 기사의 일부입니다. ‘해외여행’으로 ‘나랏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은 평범한 독자의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해명 및 설명자료>(12/17)에서 이 기사에 대해 상세히 반박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자는 1~4주 범위 내에서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지정한 날짜에 출석하여 신고하여야 하는데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해외 인터넷 IP로 구직활동 내역을 전송하는 것은 고용보험 전산시스템 상 차단되어”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40일 장기 여행은 불가능하다는데요. 다만, 국내에 머무는 지인을 통해 대리 신청을 하는 등 부정수급을 한 경우 추후 수급액 반환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지급 중지, 부정수급액만큼의 추가 징수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불법 탈법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한편, 실제 불법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 아닌 단기 해외여행은 얼마든지 허용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의 취지가 실직 상태에 놓인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 준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인 만큼,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해외여행도 재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낸 보험료에 대한 대가로 실업급여를 받는 것임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때문에 해외여행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지나쳐 보입니다. 고용노동부도 “실업급여 수급 중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므로 실업인정대상기간(통상 4주 단위)에 고용보험법 제44조에 따른 적극적 재취업활동 의무를 이행하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단기 해외여행은 법에 어긋나지도 않고, 일반 국민 상식에서도 벗어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매일경제는 국민의 감정을 자극할만한 주제를 뽑아서 실업급여를 받아서 40일이나 흥청망청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는 복지제도에 대한 이해 자체도 부족할 뿐 아니라, 복지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악용사례 늘어놓으며 ‘정부 실패’…학교 폭력 많으면 학교를 폐쇄하나?

매일경제는 위 기사에서 일자리 예산의 또 다른 악용 사례를 늘어놓으며 ‘정부실패’를 언급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민간을 대신해 정부가 세금으로 `시장 실패`를 보완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정부 실패`가 나타난 것이다. (중략) 제 직업훈련을 위한 온라인 강좌 수강료를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는 직장인들의 취미생활 지원금제도란 오명을 얻은 지 오래다. 가령 직장인이 더 나은 양질의 직장으로 전직하기 위한 전직 훈련 차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 수강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해당 분야로 이직할 계획이 없는 직장인들이 취미 활동 차원에서 나랏돈을 받아 강좌 수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직업훈련 명목의 학원 수강 종료 후 6개월 이내 취업률이 50.7%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매일경제가 비판한 ‘내일배움카드’는 중소기업 재직자, 비정규직, 45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연 최대 200만원 한도에서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재직자가 항시 실직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겁니다. 매일경제 기사 내용처럼 ‘취미 관련 사업’에만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관리사 △직업상담사 △공인중개사 교육 과정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직무교육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가 제시한 사례처럼 제도의 취지에 벗어난 사례가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이 많으니 학교 자체를 폐쇄하자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부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위 해명자료에서 “개인 취미 목적의 수강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하여 직무지식, 기술과 관련 없는 시사, 스포츠, 주식투자 등은 지원 제외하고 있으며 이미용, 식음료조리, 제과제빵 분야의 훈련은 지원 수준을 60%로 낮추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사업의 단편적인 부작용을 지적하며, 비정규직 등 해고위기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지원하자는 제도의 본 취지를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대‧교통비 지원 받는 사업인데…시혜적 복지 넘어 보편적 복지를 고민해야

매일경제는 ‘자원봉사형 일자리’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최근 정부의 직접일자리사업 유형에 ‘노인 등 은퇴인력의 봉사활동’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의 실비만 지급합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관련 내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정씨는 "어차피 집에서 할 일이 없어 자원봉사를 해왔고 비슷한 고령자가 많았는데 요즘 들어 경험과 지식이 있는 노장년층 자원봉사자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원래 자원봉사로 하던 것에 각종 수당을 주면서 일자리 사업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장년층 대상 사회공헌일자리와 노인일자리사업 등 이른바 '자원봉사형 일자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주택연금, 자녀 용돈까지 받는 여유 있는 고령층도 이처럼 나랏돈이 지원되는 취로사업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예산이 불요불급한 곳에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위 해명자료에서 “(직접일자리사업에는) 다만, 은퇴인력을 활용한 자원봉사 실비지원 사업도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일자리에는 임금이 아닌 식대·교통비 등 활동 실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도 매일경제는 마치 많은 임금을 받아 예산이 ‘낭비’되는 것처럼 묘사해 놓았습니다.

서울시 <어르신 사회활동 지원 사업 공고>를 보면, 스쿨존 교통지원 봉사, 놀이터 봉사 등 ‘공공시설봉사’의 경우 월 30시간 일을 하고 27만원을 지원받습니다. 액수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또, 이 사업의 목적은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활동을 지원하여 어르신복지 향상에 기여” 한다고 돼 있습니다. 복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시혜적 복지’개념으로 보지 않고, 사회 구성원의 삶의 증진을 위해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고액의 국민연금을 받는 여유 있는 고령층이라면 세금도 많이 냈을 텐데, 그분들에게 소액의 봉사활동비를 지급하는 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문 기사

매일경제는 ‘자원봉사형 일자리’에 여유 있는 고령층이 참여한다며 “일자리 예산이 불요불급한 곳에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하더니, 곧바로 이어진 ‘핵심 직무 능력 향상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에게 호응을 얻어온 사업은 오히려 종료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위 해명자료에서 ‘핵심 직무 능력 향상 지원 사업’은 경영일반, 회계실무, 경력개발리더십 등 지원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특히 경영회계인적자원관리 분야는 우대 지원할 필요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고 있어 제도를 폐기했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매일경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매일경제 12월 16일 온라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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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