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관련 조·중·동 보도 일일 모니터 브리핑(2008.5.23)
등록 2013.09.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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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 국민은 열받는데 동아일보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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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해 수구보수신문들의 왜곡보도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신문들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데 최소한의 사실보도라도 할 것을 촉구하며 8일부터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미국 쇠고기 개방 관련 보도를 모니터해 일일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 대통령의 ‘다짐’을 읽었다는 <동아>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미 쇠고기 파문에 대한 사과와 한미 FTA의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한 사과에 이어 ‘검역주권을 명문화 했다’는 추가 협의 내용을 내세워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으며, 담화문의 절반 이상을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 촉구에 할애했다.
23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일제히 이 대통령이 담화 내용을 1면에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대통령의 사과를 추켜세우며 강조했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 숙였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 대통령이 고개 숙인 모습을 일제히 1면에 싣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면 <“모두 제 탓” 세 차례 숙였다>에서 “담화 시작 때의 인사를 제외해도 모두 세 차례 고개를 숙인 셈”, “8분 간의 담화문을 읽는 동안 숙연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는 등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3면 <가시적 쇄신안 빠져 정국 풀릴지 미지수>에서도 “이 대통령이 22일 대국민 담화에서 세차례 고개를 숙였다”며 “진지한 자기 성찰의 결과”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실었다. 사설 <사과한 대통령 “한·미 FTA만은 통과시켜 달라”>에서는 “8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엔 깊은 사과의 정이 배어 있었다”며 “국정 난맥을 모두 ‘저의 탓’이라고 말한 부분도 정확한 자기 인식이다”라고 평가했다. “대국민 담화에 문책인사 같은 후속조치 의지가 안보이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라는 등의 지적이 있지만 결국 ‘이 정부가 일은 열심히 하지만 국민과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 또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30만 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그 죄를 어디다 물을 것인가”라며 “FTA 비준안만은 초당적으로 처리하자”고 FTA 비준을 야당에 촉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한편,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버시바우의 결례, 손학규의 정치 계산>에서 21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해 ‘유감’의 뜻을 밝힌데 대해 양비론적 태도를 보였다. “버시바우 대사의 언행은 주재국 대사로서는 온당치 못했다”며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사적’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하면서도 “손대표도 잘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대사가 불손했다’는 식의 대화내용이 공개될 경우 어떤 결과가 올지는 손 대표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인데 이를 공개한 것은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반미 바람을 불러일으키자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나라 전체를 고려하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의연함보다는 미국대사와 ‘비공개적으로 나눈 얘기’를 공개해 정파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챙겨보겠다는 얄팍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외교결례’를 범한 버시바우 보다 손학규 대표를 더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쇠고기사태 송구…모두 제탓”>, <사과 “의견수렴 부족… 자세 더 낮출것” 호소 “FTA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에서 낯뜨거운 평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공식석상에서는 그리 즐기지 않는 감성적인 표현으로 쇠고기 논란에 대한 심정을 드러내며 급격하게 벌어진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려고도 했다”, “최근 국정 난맥상의 책임은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며, 특히 쇠고기 논란을 뼈아픈 정치적 교훈으로 삼아 유사 사건의 재발로 스스로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으로 읽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어 <네번 숙인 대통령 ‘담화 발표 이모저모’>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8분간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한 번도 웃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4번 숙였다. 발표를 시작하며 숙였고 특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쇠고기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에 가장 깊이 숙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나온 대통령이 웃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동아일보는 당연한 일을 대단한 일인양 다루며 대통령의 ‘진지함’과 ‘진정성’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1면 <“국민 마음 헤아리지 못해 송구…국익 위해 한미FTA 비준을”>에서 이 대통령의 대담을 그대로 보도한데 이어 5면 <이 대통령 “모두 제 탓” 고개 숙여 사과>에서는 이번 대국민 담화 이후의 국정 운영 전망을 다뤘다.


2. 야당 비난에 열올리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사설 <민주당은 이제 ‘쇠고기’ 그만 물고 늘어져라>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쇠고기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며 “대내외 악재가 중첩돼 경제 및 민생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야당이 주장할 일이 ‘쇠고기 재협상’말고는 정말 없는가”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이어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통해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했고, 미국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동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특별조사단을 미국 현지에 보내 가공·도축시설을 점검토록 했고 모든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도 의무화했다”는 등 정부의 주장을 거듭 ‘홍보’했다.
반면 민주당에 대해서는 “외골수로 ‘재협상’만 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를 골탕 먹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회피하려는 정략(政略)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각종 정보를 균형 있게 살펴보기만 했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과장하는 것은 ‘과학적 테러리즘’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의미에서 이 세상에 ‘위험 제로’라고 100% 단정할 수 있는 식품은 없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중국산 식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위험성이 1%라도 있다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100% 안전한 식품은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부 책임을 물타기하려는 궤변이다. <끝>

 



2008년 5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