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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2015.6.14)
등록 2015.06.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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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못 잡는 메르스, 무지한 국민 탓 돌리는 조중동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해 온 국민이 혼란에 휩싸였다. 54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60대 남성이 5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614일 현재 총 확진 환자는 145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14, 격리자는 4,856명이다. 불과 20여 일만에 벌어진 이번 사태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능에 대한 성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확진자가 증상 발현 이후 9일간 병원 3곳을 전전하는 동안 보건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521일에는 같은 병실에서 70대 남성 등 2명이 2차 감염되었다. 529일에는 26일 중국으로 입국한 메르스 의심 환자(44)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민폐국의 오명을 썼다. 61일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다음날에는 보건당국이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공언했던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렇게 메르스 방역과 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는데도 정부는 발병 지역 및 병원을 비공개했다. 6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성서울병원 A의사의 감염과 이동 경로를 공개하며 독자적 방역 대책에 나서자 정부는 입장을 바꿔 확진자 수와 경로를 공개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감염 실태뿐 아니라 A의사의 확진 사실까지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발표했음이 드러나면서 삼성서울병원을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첫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일선 현장을 방문하지도, 관련 회의를 주재하지도 않았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5일이 지난 63일이 되어서야 민관합동 긴급회의를 주재했고 5일에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극구 기피하면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등 6개에 달하는 관련 본부에 총력을 다 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일각에서 초동 대응 미흡허둥대는 정부유언비어 엄벌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세월호 참사와 꼭 닮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안을 유언비어로 단속하겠다는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메르스는 14일 현재 확진환자수 145, 사망자 14명이며 삼성서울병원에서만 7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여당에서는 꾸준히 유언비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강조하고 메르스가 진정 국면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신문은 메르스에 대해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보도하지 않았을까 살펴보자.  

 

 1. 5개 일간지 보도량 비교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 발표 이후 메르스 관련 보도량 늘려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5개 일간지의 보도량은 6월 1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월 21일부터 30일까지 5개 일간지의 메르스 사태 관련 총 보도량은 64건에 불과했지만 6월 1일부터 12일까지는 1131건으로 보도량이 껑충 뛰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열흘이 지나고 이미 확진자가 15명에 이르러 3차 감염이 우려되던 시기에서야 메르스 사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5월 3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비상체제 돌입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 보도도 3번째 확진자의 아들이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 확진 판정을 받은 5월 29일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성완종 게이트, 황교안 총리후보자 검증, 공무원 연금개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중대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었음을 감안해도, 치사율이 40%이고 명확한 예방 백신이 없다고 알려진 메르스에 대해 언론이 초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5개 신문사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필두로 하는 보건당국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질타했다. ‘구멍뚫린 방역체계’, ‘부실 대응’, ‘허둥대는 정부, ‘한심한 보건당국’ 등 보건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용어가 쏟아졌다. 스스로 격리를 자청한 의심환자를 무시하고 의심환자 관리에 실패해 출국을 방치하는 등 무능을 드러낸 보건당국에 대한 이런 비판적 보도는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6월 1일부터 6월 12일까지 총 1131건에 달하는 5개 일간지의 메르스 사태 보도는 대부분 보건당국 비판에 집중되었다. 이외에도 환자들의 상태, 확진자 이동 경로, 메르스 예방법 및 증상, 여야의 대응 관련 합의 등이 다뤄졌다. 이런 보도들은 내용상 별다른 차이가 없어 비교가 불필요했다.

 

 대통령 비판한 경향‧한겨레, 국민 탓한 조중동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신문사 간의 태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보와 메르스 2차 진원지로 드러난 삼성서울병원 의혹을 선제적으로 폭로한 박원순 시장의 심야 브리핑이 그 핵심적 사안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대표로 하는 일선 행정기관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정부’와 ‘보건당국’을 비판하는 5개 일간지 보도들은 국가 재난 상황의 수장을 그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방역이 실패한 상황에서 치밀한 대책을 강구하고 그 대책이 집행되도록 지휘하는 일은 행정부 수반인 청와대, 그리고 대통령이 당연히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2003년 사스 방역 당시 초기부터 항공기 내 체온 측정과 의심환자 철저 격리 및 관리를 지휘한 것은 청와대와 고건 당시 총리였다. 사스 방역과 현재의 메르스 방역은 그러한 청와대의 대응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 보름이 지나서야 민관합동 긴급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소극적 행보가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청와대와 대통령 비판에 가장 앞장선 것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은 6월 1일 <청와대, 국회법 개정엔 “위헌” 메르스엔 “…”>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총 26건을 청와대‧대통령 비판에 할애하여 전체 보도 대비 10%의 비율을 나타났다. 한겨레가 8.7%로 뒤를 이었다. 조중동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고 중앙일보가 그나마 7%로 근접했으나 조선일보와 함께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해 방미를 미룬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여 진의를 의심케 했다. 반면 격리 지시를 어기거나 병원 규칙을 어기는 등 국민들의 후진적 시민의식이 큰 문제라는 보도는 조중동이 경향‧한겨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 개인의 시민의식을 탓하는 보도 비율이 4.7%로 청와대‧대통령 비판 보도의 4.3%보다 높았다. 동아일보는 두 보도의 비율이 3.1%로 동일했다. 한편 유언비어 유포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방침은 메르스 공포를 강압적으로 덮으려 한다는 여론에 직면했는데 조중동은 이에 대해서 침묵했다. 이러한 조중동의 태도는 현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 비판한 동아‧조선, 삼성서울병원 의혹에 침묵한 조중동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6월 4일 35번째 확진자인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사(38)가 확진 전 1,565명의 시민과 접촉한 사실을 알리고 서울시 방역을 몸소 지휘하기로 선언한 박원순 시장을 비판 했다.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와 정보 공유 여부나 감염의사 행적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으나 7일 결국 정부와 공동 대응을 합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의 감염 실태를 뒤늦게 공개해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박원순 시장이 시민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방역을 직접 지휘한 것은 늑장과 비밀주의로 일관한 정부와 확연히 대비되는 수훈이었다. 이는 경향‧중앙‧한겨레가 인정한 바이다. 7일 정부의 병원 명단 공개도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유독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고 서울시의 조치를 트집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메르스의 2차 진원지로 떠오른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 의혹의 경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침묵했고 조선일보가 2건을 보도했지만 사실상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각각 7건, 4건씩 보도한 경향‧한겨레와 대비된다.

 

 2. 메르스 이슈별 보도의 문제점

 

 조선, 보건당국 입장 따라 섣불리 전염률 낮은 질병으로 보도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3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던 61, 유독 조선일보만이 3차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대유행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애초에 메르스는 사스보다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률은 낮은 질병으로 알려졌고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2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례를 보면 대부분 가족 내 감염이나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한정돼 있고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