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은 ‘미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등록 2018.12.11 18:22
조회 302

최근 일부 연예인 가족의 채무와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일간투데이 <‘도끼로 봇물 터진 빚투? 톱 가수 부모 채무 의혹 제기 “2300만 원 안 갚았다”>(11/28 이영두 기자)를 시작으로 대다수 매체들이 ‘빚투’라는 용어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일간지 중에서도 중앙일보가 <마이크로닷·도끼·미투 이어 연예계 흔드는 ‘빚투’>(11/28 손국희·이지영·이태윤 기자)를 지면에 내면서 해당 용어가 관용어처럼 번지고 말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침묵을 강요받아온 성범죄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연예인 가족 채무 폭로’에 비유한 이 용어는 ‘미투’의 의미를 비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겨레 <‘미투조롱하는 듯, ‘빚투신조어의 무례함>(12/1 이승한 칼럼니스트)도 이런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매일같이 ‘가십성 보도’에 부적절한 신조어까지

이 용어의 확산은 방송 보도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습니다. 특히 편성의 상당 부분을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에 할애하고 있는 종편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례로 TV조선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 <신통방통>은 처음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이 터진 이후부터 이 가십성 이슈를 지나치게 많이 보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문제의 신조어를 남발했습니다.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TV조선 <신통방통>은 12월 3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을 다뤘으며 그 분량은 전체 방송 중 최대 25%에 이를 정도로 상당했습니다. 평균적으로도 해당 이슈의 비중이 18%로 대략 70분 가량의 1회 방송마다 12~13분은 ‘연예인 가족 채무’를 다룬 겁니다. 또한 이렇게 보도와 대담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11월 29일 하루를 빼놓고 매번 문제의 용어를 거론했고 11월 28일자 코너의 제목은 아예 <미투 이어 ‘빚투’ 비상>이었습니다.

 

방송날짜

코너/대담 제목

신조어 언급

관련 방송시간

총 방송시간

11/28

미투 이어 ‘빚투’ 비상

o

17분 (24%)

72분

11/29

부모 빚이 뭐길래...가정사 ‘강제 고백’

x

15분 (22%)

72분

11/30

‘마블리’도 ‘부친 사기’ 논란

o

14분

25%

72분

“3차례 개명”...‘30억 집’은 텅텅?

4분

12/1

‘부모 빚’공방...녹취록 공개하나?

o

5분 (8%)

63분

12/4

이번엔 이영자...팽팽한 공방전

o

8분 (11%)

73분

△ TV조선 <신통방통>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 보도량(11/28~12/4)

 

대체 TV조선에게 ‘미투’는 무엇인가

물론 최근 잇따라 불거진 일부 연예인 가족의 채무 불이행 문제를 보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적 강조하거나 파헤칠 진실이 남아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오히려 언론이라면 가십으로 흐르지 않도록, 또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건조하고 명료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TV조선처럼 5일 간 전체 방송의 20% 가까이를 이 문제에 쏟아 부을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미투 이어 ‘빚투’ 비상>이라며 부적절한 신조어를 아예 제목으로 뽑은 11월 28일 방송의 경우 <미투 이어 연예게 흔드는 ‘빚투’>라는 차트로 채무 논란이 불거진 연예인들을 나열하는 등 방송 내내 문제를 노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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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절한 용어 보도하는 TV조선 <신통방통>(11/28)

 

<미투 이어 ‘빚투’ 비상>, <미투 이어 연예게 흔드는 ‘빚투’> 등 TV조선이 쓴 제목들은 모두 ‘미투’를 연예계나 사회를 흔들고 비상에 빠뜨리는 무언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TV조선이 ‘미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보도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출연자들의 대담에서도 이런 인식이 일부 드러났습니다. 김명우 앵커는 아예 대놓고 ‘미투’를 연예인 가족 채무 폭로와 동일시했습니다. 아래는 김명우 앵커와 하재근 문화평론가의 대화 내용입니다. 

김명우 앵커 : 얼마 전에도 연예계에, 문화계에 소위 말해서 미투 폭로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어떻습니까? 소위 말하면 빚투라는 것도, 빚투라는 것도 한동안 계속 되겠습니까? 어떻게 전망하세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 그럴 가능성이 있는데 미투 폭로도 어떤 여성이 과거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그게 화제가 되니까 다른 분들도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나선 거잖아요. 이번 같은 경우도 과거의 받지 못한 채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언론에서 기사화를 그렇게 해 주고, 주목을 받으니까 만약에 비슷한 어떤 피해를 당했던 분들이 많다면, 그동안 여의치 못해서 문제 제기를 못했다면, 이번에 이런 일들에 용기를 얻어서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이야기를 할 가능성도 있는 거죠.

  별다른 맥락도 이유도 없이 ‘채무 폭로도 미투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투’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떨어짐을 의미합니다. ‘미투’는 일부 연예인 가족의 채무를 폭로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하재근 평론가의 주장처럼 ‘화제가 되니까 나도 나선 것’ 수준의 일도 아닙니다. ‘미투’는 우월적인 지위나 권력 관계를 악용해 은폐되어 왔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고발하는 사회적 운동이며, 연예인 가족의 ‘단순 채무불이행 사건’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저녁종합뉴스에도 등장한 문제의 용어

시사 프로그램뿐 아니라 저녁종합뉴스에서도 똑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처럼 대담과 논평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객관적 보도가 대부분인 뉴스에서도 ‘미투’에 빗댄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큽니다.

 

TV조선 <뉴스9>의 <포커스/‘부모 빚 논란연예인유명세? 도덕적 책임?>(11/28 윤슬기 기자)는 일반적 리포트와 달리 성우가 특정 이슈를 풀어내는 일종의 ‘분석 보도’ 또는 ‘미니 다큐’의 형식을 지닌 코너였습니다. 이 보도에서 화면 우측 상단에 내세운 제목은 <‘빚투’…유명세? 도덕적 책임?>로서 역시 문제의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TV조선은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빚투라는 신조어가 연예계를 연일 강타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을 고발했던 미투를 본따서, 빚, 그러니까 ‘받을 돈을 나도 떼였다’라는 뜻”이라 설명했는데요. 앞서 살펴본 TV조선 <신통방통>과 마찬가지로 ‘미투’와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을 동일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후 보도 내용은 사실 저녁종합뉴스의 <포커스>라는 코너가 지니는 비중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족의 채무 불이행이 불거진 연예인들 사례를 나열하고 “우리 딸은 학원도 못보냈는데 TV로 당신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등 피해자들의 호소를 소개하더니 “연예계를 강타하고 있는 빚투 유명세에 따른 스타들의 숙명일까요, 아니면 과도한 도덕적 책임을 묻는 걸까요?”라고 묻고는 보도가 끝납니다. 대체 보도 첫 대목에서 ‘미투’는 왜 언급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만일 당사자가 생존해 있었다면 가장 큰 미투 사건 중 하나가 되었을 사건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조선미디어그룹 경영진들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도 일상적으로 ‘미투’를 연예인 가족 채무에 동일시하고 있는 이상, TV조선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길은 없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신통방통>(11/28~12/4), <뉴스9>(11/28)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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