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마음에 든 황교안, '관상에 목소리까지 좋아'
2016년 12월 21일 ~ 22일
등록 2016.12.26 19:51
조회 697

21~22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엔 ‘칭찬과 비난’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TV조선이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TV조선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기 대선주자로 낙점한 모양새입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2/22)에서는 황 대행 칭찬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관상도 좋은데 목소리가 정말 좋다”며 지극히 주관적인 근거를 대며 황 대행을 추켜세웁니다. 반면 야당 비난은 나날이 심각해집니다. 야당의 정책, 입장 등에 대한 비난이 아닌, 그저 ‘야당 욕하기를 위해 만들어진 비난’이 횡행합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12/21)에 출연한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세비의 반을 내어 놓지 않으니 진보가 아니다’란 황당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1. 황교안 총리, 관상도 좋은데 목소리가 정말 좋다

TV조선은 벌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기 대선주자로 생각하는 걸까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2/22)에서는 연일 황 총리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황 총리가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국회의원들과 설전을 벌이자, 이를 두둔한 것인데요. 패널들은 황 총리의 ‘목소리가 좋다’, ‘차분한 스타일이다’라며 칭찬하기 바빴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의 21일자에는 민영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가 황 대행을 “목소리로 절반 먹고 가시는 그런 스타일”이라며 칭찬했었는데요. 22일에는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황 대행의 대정부 질문 장면을 보며 “관상도 좋은데 목소리가 정말 좋다”며 추켜세웠습니다.

 

진 씨는 “황교안 총리에 대해서 시중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관상도 좋은데 목소리가 정말 좋다. 그러니까 목소리 관상이 굉장히 좋다는 말씀을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제가 보면 총리 중에도 과거에 몇 분이 계시는데 그중에 답변 잘하는 분 중에 하나가 황교안 대행입니다. (중략) 저는 오히려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을 다음 대권 주자로 야당이 키워주고 있지 않나 이런 의심도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종편은 황 총리에 대해 칭찬할 거리도 이리도 없을까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국정운영의 총 책임을 지고 있는 황 총리에 대해서 국정운영이나 이력이 아닌 목소리와 외모나 칭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이들이 말하는 관상이니 목소리니 하는 이야기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실제 신기원 관상가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황 총리를 두고 “최근 공직자 중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목소리까지 갖춘 귀상이다”라며 황 총리의 외모를 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석도 아니고 방송에 나와 관상이니 목소리니 하는 비과학적인 이야기로 황 총리를 평가하는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요? 관상이나 목소리가 대정부 질문에 답변 중인 황 총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특히 황 총리는 두 번이나 대정부 질문에 나와서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습니다. 황 총리는 공직 생활 대부분을 박근혜 정권에서 지낸 사람입니다. 그의 주장처럼 정말 국정농단 사태를 일절 몰랐을까요? 백보 양보해서 몰랐다고 하면, 몰랐기 때문에 이 정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 국회의원에게 호통을 치는 황 총리의 태도가 그렇게 칭찬할만한 내용이었을까요? 관상과 목소리까지 동원해가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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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도 좋은데 목소리가 정말 좋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을 칭찬한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2/22)

 

또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을 다음 대권 주자로 야당이 키워주고 있”다는 진 씨의 분석도 이상합니다. 이날 황 대행은 자신을 향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오히려 의원들과 설전을 펼쳤습니다. 이것이 황 대행을 대정부질문 스타로 만들어 준 것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해 혐의를 숨기기 급급했던 일부 증인들의 모습이 더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물론 황 대행을 옹호하는 보도를 낸 방송도 있었습니다. 바로 TV조선이죠. TV조선은 자사 저녁종합뉴스 뉴스판 <민생 외면하고 황 대행 질문만>(12/21 https://bit.ly/2ii3bAu)에서 황 대행에 질의하는 야당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이런 보도에도 황 대행 본인은 질의 과정 중에 대선에 출마하겠냐는 질문에 “(그럴 의사가)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황 대행을 대권 주자로 전제하고 밀어주고 싶은 것은 누구일까요? 진 씨의 분석과는 달리 야당은 아닌 것 같습니다.

 

2. 이 나라에 진보세력이 어디있나? 세비 절반 내놔야 진보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만 틀면, 이상하게 모든 문제는 야당에 미뤄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것도 황 총리의 대통령 권한 대행 임명도 ‘무엇이든 다 야당 때문’이란 논리가 지배적인데요. 특히 정책이나 입장과는 무관한 ‘막무가내식 야당 비방’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표는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 (12/21)에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가 출연해, 진행자 박종진 씨에게 질문합니다. “지금 진보세력이 이 나라에 있습니까? 진보세력이라는 것은 국회의원이 그러면 지금 국민의 생활이 이러니까 내가 받는 세비의 반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겠다, 이런 사람들이 나와야 그게 진보지. 아니, 무슨 재벌 해산시키겠다. 재벌 해산시키면 그게 진보세력입니까?”라는 겁니다. 모름지기 진보 세력이라면 ‘세비 절반’을 내어 놓아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인데요. 김 씨는 이 논리를 굳게 믿고, 다음 대통령도 이런 인물이 나와야 된다고 강변합니다. “내 세비의 반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놓겠습니다. 나는 가난하게 세 끼 먹었지만 두 끼만 먹겠습니다, 이런 인물들이 나와야지 이 나라가 되지. 진보다, 뭐가 진보야? 진보가 무슨 말만 진보야? 그러면 친북, 종북 세력은 진보야? 그게 그렇게 끌고 가서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말도 안 돼요, 무슨. 내가 대통령이 되면 먼저 이북에 가서 아무개를 만나겠다? 그게 진보야? 그런 진보가 어디 있어, 세상에. 진보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면서 대한민국이 표방하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존중한다. 그걸 위해서 나는 몸소 나와서 내가 세비가 얼마인데 그 얼마는 다 국민을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게 하겠다. 그래야 그게 평등을 위해 사는 사람이지. 말만 해, 말. 그걸 영어로 립서비스라 그래요. 입만 놀려. 내가 무슨 진보다. 내가 당신이 뭐가 진보야? 저만 잘 살겠다 그러고 저 대통령 되겠다고 하면서 진보? 그런 진보가 어디 있어”라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이 되면 먼저 이북에 가서 아무개를 만나겠다’ 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친북, 종북’으로 칭한 대상을 짐작 해 볼 수 있는데요.

 

김 씨가 인용한 내용은 문 전 대표의 중앙일보 인터뷰 중 “(미국 북한 중)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한 발언의 ‘한 구절’로 보입니다. 발언의 전후 맥락은 모두 생략했죠. 어쨌거나 ‘저만 잘 살겠다고 대통령 하겠다’는 인물은 문 전 대표로 보입니다. “‘세비’ 반 내어 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당 의원들을 ‘진짜 진보가 아니다’라 비방하는 주장부터 억지스러운데요. 여기에 ‘하루 한 번 이상 문재인 욕하기’를 실천하기 위해 ‘세비’와는 무관한 ‘종북몰이’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입니다. 수당 뿐 아니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여비 등이 ‘세비’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물론 목적과 달리 쓰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낭비하는 등의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비’ 자체는 법적으로도 보장받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수고, 목적대로 쓰인다면 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이기 때문이죠.

 

김 씨는 이 세비를 반 내어 놓아야 ‘진보’라 주장합니다. 진보 인사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세비’를 내놓지 않으면서 평등만 주장하는 ‘립 서비스’만 하고 있다는 거죠. 국회의원이 자선사업가인가요? 의원들이 하루 두 끼만 먹으면 사회 전반의 저소득층 문제가 해결될까요? 국회의원이 할 일은 이런 시혜성 미봉책이 아닙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할 일은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을 개선하고 입법하는 일 등이겠죠. 이런 맥락으로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 중 하나가 바로 김 씨가 언급한 ‘재벌 해체’일 텐데요. ‘재벌 개혁’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우리는 이번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 곪아 터진 정경유착의 실체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소수 재벌의 과두제 하에서는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합니다. 소득 격차는 더욱 심해 질 수 밖에 없고요. 그럼에도 김 씨는 “재벌 해산시키면 진보세력입니까?”라며, 야당의 ‘정책’은 한 마디로 폄훼해 버렸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이런 일회성 기부가 아닙니다. 김 씨가 그렇게 걱정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저소득층 문제에 대한 근원적 접근, 사회 제도 개선입니다. ‘세비’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쓰이는 게 ‘목적’에 맞게 잘 쓰이는 거겠죠?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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