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사라진 종편 시사토크쇼 영상’ 추가 모니터 보고서] ‘사라진 영상’ 찾아보니, 심의 규정 위반 사례 드러나
등록 2016.05.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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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총선보도감시연대 ‘사라진 종편 시사토크쇼 영상’ 추가 모니터 보고서

‘사라진 영상’ 찾아보니, 심의 규정 위반 사례 드러나

 

 

27개 시민사회·언론단체들이 뜻을 모아 발족한 선거보도감시기구인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총선 D-90인 1월 14일부터 4월 18일까지 주간모니터보고서 21건, 일일브리핑 및 특별보고서 142건을 발표했다.


이중 4월 11일 발표한 총선보도감시연대 20차 주간모니터보고서 <종편 시사토크쇼> 편에서 일부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다시보기 삭제’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선거방송심의의 ‘중징계’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채널A <직언직설>에서는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방송 중 제대로 ‘다시보기’가 제공되지 않는 영상이 절반이 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일부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이 방송한 영상을 다시보기에서 삭제해버리는 행태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렇게 ‘삭제된 영상’ 일부를 확보해서 추가로 모니터했다. 그 결과, 야당 대표와 특정 의원에 대한 조롱과 폄훼, 방송에 부적절한 소재 사용과 진행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하는 사례와 편파적 구성이 발견되었다. 이에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사라진 종편 시사토크쇼 영상’에 대한 추가 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한다.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이 ‘평론가’인양 출연해 야당 폄훼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24)는 홈페이지에 다시보기가 삭제되어 있었다. 이 방송을 확인하니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와 더민주의 컷오프 명단 발표 등에 대해 다뤘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정당 선거에 직접적 당사자가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자로 나와서 객관적인 평가인 척 하며, 노골적 선거운동성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24)에서 필리버스터에 대해 대화하면서 출연자 김우석 씨가 “필리버스터라고 하는 객관적인 법, 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아무리 크고 좋은 칼을 가져도 애들이 그걸 하면 위험한 것”이라면서 억지 비하를 일삼았다. “우리 정치문화가 필리버스터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 “국회무력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실상 야당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낸 셈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을 한 김우석 씨는 방송에서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이라고 소개되면서 마치 객관성을 확보한 패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누리당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당사자였다.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24) 화면 갈무리        △새누리당 총선기획단 회의(1/20) 참가중인 김우석 씨 모습

               사진 출처: 국민일보 <황진하 “40세 이하 청년 예비후보20명, 정치적 소수자>(1/24, 김영석 기자)


김우석 씨는 한나라당 시절 디지털정당위원장을 역임한바 있으며, 2016년 총선을 위해 출범한 새누리당 총선기획단 11명 중 ‘외부인사’ 몫으로 참여했다. 실제 활동도 했다. 조선일보 온라인 매거진  <4·13 총선전략 - 새누리당 “현재 의석(157석) 유지가 목표”>(3/21, https://me2.do/xukUozuv)에서도 김우석 씨는 새누리당 총선기획위원으로 인터뷰하며 “새누리당이 선방하기 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는 제21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등)에 후보자에 대한 방송출연 제한이 규정되어있다. 21조 1항에서는 후보자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할 수 없고, 2항에서는 보도․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김우석 씨는 총선 후보자가 아니였기에 1항과 2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21조 3항에서는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김우석 씨는 진행자가 아니라 출연자라는 현재 심의규정에서 출연자 관련 사항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자신이 특정 정당의 총선기획단이라면, 시사토크쇼의 고정 출연자로 계속 방송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백번 양보해서 계속 방송에 출연하고자 했다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러나 김우석 씨는 새누리당 총선기획단이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이라는 직책만을 표기해왔다.


게다가 김우석 씨는 총선 기간 중에 TV조선 <시사Q>, <이슈본색>, MBN <뉴스파이터>, YTN <시사탕탕>,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 등에 고정 출연했으며, 채널A <쾌도난마>와 TV조선 <시사탱크>에도 출연했다. 마치 제 3자인 ‘평론가’인양 행세하면서 사실상 야당을 비난하며 새누리당 선거운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는 시청자들을 기망하는 태도이다. 또한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4조(정치적 중립) 1항 “방송은 선거의 후보자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에 대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와  2항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의 주의․주장 또는 이익을 지지․대변하거나 옹호하여서는 아니된다”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

 

 

프로그램 진행자의 막말 여전 야당 폄훼
TV조선 프로그램 진행자 박은주 씨가 야당 의원 폄훼 발언을 조장한 행위도 문제로 지적된다.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2/24)의 진행자 박은주 씨는 더민주의 컷오프 명단에 들어간 임수경, 김현 의원을 거론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시듯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셨으면 안 짤리셨을텐데”라고 조롱했다. 여기에 출연자 이진곤 씨는 “험한 말이나 할 줄 알고, 아니면 말썽이나 일으키고 그런 것이 동료 의원들 눈 밖에 많이 났을 것”이라며 거들었다.


또 다른 ‘삭제영상’인 4월 1일자 <이슈본색>(구 <이슈해결사>)에서도 진행자 박은주 씨는 “86세대 흔들리나”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어떻게 보면 ‘야, 나 옛날에 운동 좀 했었는데’ 이거 하나로 좀 버텨온 거에 여파가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든다”며 운을 띄웠다. 이에 출연자 김광삼, 유창선, 이현종 씨는 ‘86세대’ 의원에 대한 비판 답변을 내놨다. 특히 이현종 씨는 ‘86세대’를 ‘친노패권주의’라고 언급하고 “운동권 경력이라는 그 하나만으로 비례대표에 서로 끌어줬다”고 비난했다.

 

부산에서 선전하는 더민주 후보 향해 “동정표, 불쌍해서 지지?”
채널A <뉴스스테이션> 4월 9일자 방송 중 일부분도 다시보기에서 삭제된 바 있다. 방송 내용은 “수도권, ‘대권 잠룡’ 전쟁터…안·문, 호남 진검승부”라는 주제였다. 방송에서 황태순 씨는 호남을 방문한 문재인 의원을 향해 “진솔한 사과라기보다는 자기 해명과 변명에 가까운 얘기”라고 평가한 뒤 “문재인 전 대표 앞에서 환호하고 플랜카드를 내건” 이들을 언급하면서 “옛날 노빠”라는 조롱과 비하의 표현을 사용했다.

 

△ 채널A <뉴스스테이션>(4/9) 화면 갈무리


다른 출연자 이현종 씨는 부산에서 선전 중인 더민주 후보들을 언급하면서 “그 분들은 오래 전부터 그 지역에서 열심히 해서 ‘이번에 정말 불쌍하다’는 동정표를 많이 얻고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후보자를 ‘동정표’를 받는 사람으로 비하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구 주민들이 공약이나 정책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불쌍해서 표를 주는 사람’으로 폄하한 것이다.


이는 선거방송심의규정 제8조(객관성) ①항 “방송은 선거에 관련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다루어야 한다”와 제12조(사실보도) ③항 “방송은 선거와 관련한 보도에서 감정 또는 편견이 개입된 용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를 위반한 것이다.

 

 

채널A <시사인사이드>, 시청률 위해 윤상현 녹취 방송했다가 접었나?
3월 9일 채널A <시사인사이드> 영상의 일부도 삭제됐는데, 이는 새누리당 윤상현 막말 파문을 다룬 내용이었다. 이날 <시사인사이드>는 ‘녹취록 파문’에 대해 “윤상현 의원이 본인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변조는 하지 않는다”면서 윤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 가장 먼저 그 ××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리라고”라는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 진행자 동정민 씨는 “채널A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으로 여당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두가 난리가 났다”고 자랑했다. 이어 출연자 윤영걸 씨가 “공천을 앞두고 불법으로 노출한 것도 문제고, 은밀한데서 (저런 식의 공천이)행해진다는 게 국민으로써 역겹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태순 씨는 “저거는 가설”이라면서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들으면 펄쩍 뛰겠다”, “우리가 술먹다보면 나랏님도 욕한다”면서 윤 의원을 적극 감싸고 나섰다. 이 방송이 삭제된 데에는 황태순 씨가 말한 “펄쩍 뛰겠다”라는 말을 의식해서 여당의 치부에 대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방송한 것이 불편해서야 아니었나 의심스럽다.

 

 

△ 3월 9일자 채널A <시사인사이드> 화면 갈무리

 

 

방송 같지도 않은 방송, MBN <뉴스와이드>
다시보기에서 삭제된 3월 31일자 MBN <뉴스와이드>는 정말 ‘눈뜨고 못 봐 줄 수준’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새누리당의 ‘옥새파동’과 야권연대, 문재인 의원의 호남방문을 주요 주제로 다뤘는데, 방송 중간 중간 패널과 진행자의 발언 사이로 제작진이 ‘새’소리와 ‘개소리’를 넣었다. 제작진이 판단하기에 진행자와 출연자의 발언이 뜬금없다고 평가할 때 효과음을 스튜디오로 집어넣는 식이다. 양문석 씨가 “야권연대로 만날 것이라는 게 아니라, 만나야 한다”라고 발언하자 스튜디오에는 ‘개’소리가 울렸다. 뿐만 아니라,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발언 중에 크게 웃거나 여럿이 동시에 얘기하는 등 마치 술자리에서의 대화를 보는 것 같은 불쾌감을 주었다.

 

△ 3월 31일자 MBN <뉴스와이드> 화면 갈무리


부적절한 표현들도 이어졌다. 진행자 송지헌 씨는 각 당의 총선 결과 의석 전망 주제를 다루는 중에 뜬금없이 출연자 양문석 씨가 판넬에 ‘8’자를 적은 모양을 언급하며, “매번 제가 헷갈린다, 초등학교를 어디서 다니셨나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양문석 씨는 다른 출연자의 답변을 겨냥해 “초등학교를 의심해야 하는 건 따로 있다”면서 “플러스 알파라는 건 봤어도 마이너스 알파는 처음 본다”고 받아쳤다.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주제와 상관없이 ‘중학교를 잘못 나왔다’는 등 조롱하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황태순 씨는 문재인 의원을 향해 “12일 동안 염장 지르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방송을 시작하며 진행자 송지헌 씨는 “공정하게, 형평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결국 허언이 돼버린 방송이다.
이들 방송은 선거심의규정 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 ②항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특정 정당․후보자 등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한 것 뿐 아니라, 기본적 방송의 품위를 내던진 방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