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4년 12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 (2015.1.16)
등록 2015.01.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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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6초짜리 ‘지라시’ 보도, 

대통령 정치 선전 도구가 되어버린 MBC

2014년 12월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4년 12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나쁜 방송보도

박대통령의 ‘정윤회 문건=지라시’ 의미를 전파하느라 애쓰는 MBC

 

 

지난해 11월 28일 세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이자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론되던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비서관들과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근거는 세계일보가 단독 입수했다고 밝힌 ‘청와대 내부 문건’이다. 청와대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당일(28일) 곧바로 고소장을 냈다. 비선 실세의 존재와 전횡이 공식적으로 거론되자 논란이 크게 일었고, 검찰은 곧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이 ‘지라시’가 뭔지 모를까봐 대통령 발언 3일 후 설명해주는 과잉친절 MBC

논란의 와중에 12월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만나 “지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세계일보 보도의 근거가 된 ‘청와대 문건’을 ‘지라시’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이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그런데 MBC는 박대통령 발언 3일이 지난 뒤에 불쑥 <‘지라시’ 누가 왜 만드나?>(12/10, 정병화 기자)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앵커는 “이번 문건 유출 사건이 확산되면서 사설정보지, 이른바 지라시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일고 있습니다. 과연 지라시라는 게 누가, 어떻게 왜 만들어서 유포하는 건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보도에는 3차례에 걸쳐 익명의 인터뷰 녹취 인용을 통해서 지라시는 믿을 수 없는 내용, ‘설’, ‘음모’가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자는 “문제는 지라시의 내용이 사실 여부는 물론, 출처조차 알기 어려워 믿기가 어렵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익명의 증권가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여럿이 쪽지 돌리고 하는 게 지라시가 됐겠죠”, “고가의 유료정보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팩트에 기반하고…(대량 유포되는 것은) 첩보에 가까운 시중의 ‘설’들이 많이 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가공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인 음모나 정략적인 의도가…”라고 전했다. 

 

이어 기자는 “누군가 음해할 목적으로 악의적인 정보를 고의적으로 유통시킬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불륜설로 곤욕을 치렀다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의 “(지라시는) 21세기형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고, 사회에 해악이 크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담았다. 

 

 

MBC가 마련한 ‘정치적인 선전물’ 같은 느낌

민언련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 선정위원회가 이 보도를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 것은 이 보도가 새롭지도 않으며, 유용한 정보도 없고, 시의성도 없는, 그야말로 뉴스로서의 가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보도일 뿐 아니라, 오로지 박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반복․홍보함으로써 공공재인 국민의 전파를 국민을 세뇌시키는 ‘정치 선전’의 매개체로 이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보도를 접하면서 MBC 보도국이 이 뉴스를 배치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즉, MBC 보도국은 대통령의 정리 발언이 나온 지 3일이 지났어도 ‘정윤회 국정농단’ 이슈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가 무지몽매한 국민이 ‘지라시’의 뜻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MBC보도국은 그 부정적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국민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이 뉴스를 준비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민언련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고 발언 배경을 분석하기는커녕 ‘정윤회 문건=지라시’라는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라시’ 설명에 나선 MBC <‘지라시’ 누가 왜 만드나?>(12/10, 정병화 기자)를 12월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했다.

 

 

MBC의 저급한 인권의식이 드러난 동성애 차별 보도도 나쁘긴 매한가지

 

한편, 이번 나쁜 방송보도 선정 과정에서 MBC <‘서울인권헌장’ 동성애 논란만>(12/1, 장성호 기자)이 유력한 나쁜 보도 후보로 거론됐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서울시민이 차별받지 않고 누릴 인권을 규정할 선언문이었다. 박원순 시장의 공약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발표 예정일인 세계인권선언일을 앞두고 ‘성적 지향’ 문제로 막판에 표류했고, 박 시장은 결국 “사회적 합의에 실패했다”며 사실상 폐기를 선언했다. 바로 이날 저녁에 방송된 MBC 보도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의견으로만 일방적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단체 회원의 시위 장면만 내보냈다. 당시 바로 옆에서 진행 중이던 동성애 찬성 집회 장면은 방송하지 않았다. 

 

 

 

 

MBC가 공영방송임을 자각했다면 ‘서울시민인권헌장’을 통과시키지 못한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무책임함에 대한 지적도 함께 다뤘어야 했다. ‘민언련 좋은 나쁜 방송보도 선정위원회’는  MBC의 <‘서울인권헌장’ 동성애 논란만>(12/1, 장성호 기자)이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 보도로, 공영방송 MBC의 낮은 인권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좋은 방송보도

피해자의 담담한 인터뷰가 돋보인 JTBC ‘대학 교수 성추행’ 보도

 

 

권력형 성추행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골프를 치던 중 여성 경기진행요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검찰 출신 인사들의 성추행 논란이 지속된 데 이어 대학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3일에는 서울대 강모 교수가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학내 절대 권력자인 교수와 학위를 취득해야하는 제자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학 성추행 사건은 권력형 성추행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맨 얼굴을 당당히 드러낸 피해자 인터뷰 돋보여

JTBC는 12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3건의 기사를 통해 대학 내 성추행 문제를 조명했다. 

 

 

 

 

<탐사플러스/‘성추행’ 그 고통의 13년>(12/4, 김지아 기자)에서는 성추행 ‘피해자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의 심경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인터뷰에 응한 최 씨는 모자이크 처리나 음성변조 처리 없이 방송에 임했다. 최 씨는 담담한 어조로 박사과정 3학기에 지도교수 김모 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혔고, 당시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아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또한 가해 교수가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아 학교에서 해임되자 교육부 징계재심의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3년 뒤 학교로 돌아가 아직도 강단에 서고 있다는 사실도 전달했다. JTBC는 리포트 마지막에 “서울대에서 20명 이상 피해자들이 나와서 얘기를 했다…그렇게 해야 사회가 바뀌는 거거든요”라는 최 씨의 발언을 전하며 성추행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지지하고 알렸다. 

 

 

가해 교수가 정년까지 교단에 설 수 있는 빈약한 처벌 구조 조목조목 비판 

이어진 <탐사플러스/해임돼도 돌아오는 교수들>(12/4, 김태영 기자)에서는 성추행 판결을 받은 교수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재심의를 통해 복직하고 정년까지 마치고 있는 상황을 보도했다. 보도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교수에 대한 징계를 재심의하면서 수위를 낮춰준 비율은 한 해 평균 30% 선”이지만 “학교 측에 다시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상 3명 중 1명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는 구조”라고 전달했다. 또한 “교수와 학생 간 일어나는 성폭력은 주로 힘의 불균형에서 일어난다”고 말한 원준재 인하대 성평등상담소장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면피용 ‘3개월 정직’>(12/5, 김지아 기자)에서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최근 3년간 학내 성추행 사건을 재심의한 자료를 공개했다. JTBC는 “115건 중, 해임이나 파면을 취소하거나 징계 수위를 낮춘 게 30건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인 ‘3개월 정직’ 처분”에 그쳤으며 “학교에 복귀해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사실상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금에 영향을 끼치는 건 금품수수 이런 사유로 파면됐을 때고요, 나머지 (정직 등의 징계)는 영향을 안 끼치죠”라고 말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관계자의 발언도 전달했다. 

 

JTBC는 폐쇄적인 대학사회에서 절대 권력자인 교수와 대학원・학부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문제를 짚었다. 피해자 인터뷰로 한 꼭지를 구성했고, 가해 교수가 정년까지 교단에 설 수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빈약한 처벌 구조를 지적했다. 특히 성추행 피해자가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없이 당당하게 카메라 앞에 앉아 자신의 상황을 전하게 한 ‘피해자 인터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성추행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범죄인지를 시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방송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린 보도로 높이 평가된다. 이에 민언련은 JTBC ‘대학교수 성추행 문제’ 관련 보도 3건을 12월 ‘이 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1월 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