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10월_ 여는글

언론개혁이라는 희망찬 아침을 함께 열자
등록 2017.09.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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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단계 PD수첩 등 좌편향 프로그램·제작진 전면 쇄신, 제2단계 노조무력화 조직개편으로 체질변화 유도, 제3단계 MBC 구성원 스스로 민영화를 선택하도록 소유규조개편 유도” (원세훈 당시 원장 지시로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사원행동 가담자,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편파방송(?) 전력자 배제, 이○○, 용○○, 윤○○ 등 좌편향 간부 반드시 퇴출, 좌파세력의 재기음모 분쇄”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시로 국가정보원이 작성해 보고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최근 국가정보원의 언론장악 공작이 그 빙산의 일각이나마 드러나고 있다. 이미 발견된 수천 건의 청와대 문건, 국군 사이버사령부 문건 등까지 함께 살펴보면,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공작을 기획하고 공영방송사 내부의 작전세력들이 동원되어 정권 차원으로 언론 장악과 언론통제가 진행되었고, 여기에 얼마 전 공개된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핸드폰 문자 등까지 견줘보면, 한국 언론이 권력과 재벌에 의해 입체적으로 장악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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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론장악의 결과 현재의 언론지형은 현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있다. 95:5 정도로 한쪽으로 쏠린 운동장에서는 여론 다양성이 파괴되고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촛불광장에서 ‘이게 나라냐?’고 절규했던 국민이 ‘언론도 공범이다’며 언론개혁을 요구했던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 언론개혁이 민주주의를 만드는 개혁, 개혁을 만들어 가는 개혁이 되는 민주개혁의 선행과제임이 분명한데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꽤 되었는데도 가시적 진전이 없어서 실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공정방송을 만들기 위한 KBS·MBC 노조의 파업이 벌써 3주를 지나고 있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 출범하고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가 시작될 무렵부터 터져 나왔던 PD·기자·아나운서들의 제작거부까지 치면 2달 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두 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의 90% 이상이 참가하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대오는 여전히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추석 전 해결이 무산되고 자칫 추석 연휴기간이 관통되어 파업이 장기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도 2/3 이상의 국민이 파업지지로 나올 정도로 공영방송 정상화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중요 과제이기 때문에, KBS·MBC 정상화는 어쩌면 그 실행 시기와 경로만 남은 상황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공영방송 정상화는 우선 적폐청산 차원에서 언론장악 부역자들을 퇴출하고 ‘정상적인’ 인사들을 공영방송 경영진으로 세우는 일이 최우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서 어떤 방송을 할 것인지, 특히 망가진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는 과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두 공영방송사 노조가 ‘성찰과 재건’을 공영방송 정상화의 주요 모토로 삼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재건’이라 함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복구’와 다르다는 생각이다. 변화·발전되어 달라진 상황 전개에 조응한 새로운 저널리즘을 구축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그 핵심적 내포는 우리 사회의 약자·소수자를 대변하고 그들이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흐름을 만드는 일, 그리고 주류 담론만이 아니라 비주류 담론도 함께 조명해 나가는 일이 아닐까 한다. 지난 시기 공영방송조차도 다른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힘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 기득권 세력들 일변도, 그리고 주류담론 일변도로 방송에 반영해 왔던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외에도 방송의 진짜 주인인 시청자들, 국민들이 살펴볼 일이 적지 않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불리는 경영진 선임방법 문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비정파적인 선출 부분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야 정당에서 보직 인선하듯이 진행되는 것보다는 방송사 내부 구성원, 그리고 우리 사회의 ‘상식’을 반영하는 각계 시민사회의 의견이 올곧게 반영되도록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정방송을 위해서는 방송사의 편성 제작에서 내적 자율성이 법·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편성제작 책임자의 사전동의제와 중간평가제가 시행되는 일이 그 핵심이다. 

 

한편, 공영방송 개혁 이외에도 어느덧 우리 사회의 ‘괴물’이 되어버린 종합편성 없는 ‘종편방송’을 제대로 개혁하는 과제도 놓칠 수 없는 다음 단계의 중요한 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11월로 예정된 MBN의 재승인 문제와 내년 3월에 진행될 TV조선의 재승인 조건 심사 문제가 주목되어야 한다. 

 

또한, 방송사 내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제도개선이 이번 기회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동료로서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되는 것이 핵심적 내용일 텐데 만만치 않은 과제이므로 방송사 내 양심세력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갑질’을 구조화하고 과도한 시장화로 치닫고 있는 방송 외주제작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방송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방송제작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과제도 놓칠 수 없는 당면한 현안이다.

 

이제 오랜 어둠을 뚫고 고난 속에서도 희망찬 아침을 준비하는 순간이다. 공영방송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시청자들, 국민들이 KBS·MBC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노조의 투쟁에 함께 나서 지지·응원할 뿐 아니라, 바뀐 뒤의 공영방송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제시 등으로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석운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