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책이야기] 후쿠시마는 도쿄올림픽
등록 2019.07.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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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하청 노동일지-후쿠시마에서 하청 노동자로보낸 시간 / 이케다 미노루/ 두번째테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제1발전소. 진도 9.1의 지진으로 발전소 내 전기가 끊겼다. 비상전략 공급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할 수 없었다. 결국 원전 건물 4개가 폭발했다.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이 일이 어느덧 8년 전 일이다. 사고 후 후쿠시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종종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며 먹방을 하는 일본 정치인들을 뉴스를 통해 본 것 같다. 이제 후쿠시마는 안전한 건가? 여름휴가를 일본에서 보내겠다는 지인들의 소식에도 ‘과연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먼저였다. 이제 정말 괜찮은 걸까? 어떻게 괜찮아진 걸까?

 

 

[후쿠시마 하청 노동일지]는 도쿄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30년간 일한 후 정년퇴직한 저자가 하청 노동자가 되어 후쿠시마 사고 제염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기록한 노동 일지다. 이 책을 통해 후쿠시마의 최근 모습을 조금은 그릴 수 있었다.

 

 

저자는 후쿠시마 제염 현장에서 1년 넘게 일하면서 그때 있었던 일을 일지형식으로 작성했다. 이게 후쿠시마 하청 노동일지가 되었다. 책을 읽고 난 후 ‘후쿠시마는 결국 도쿄 올림픽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퍼 보이는 제염작업과 폐로에서의 작업,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까지 결국 올림픽 때문이었다.

 

 

저자가 후쿠시마현에서 제일 먼저 했던 작업은 제염작업이다. 제염작업은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고 오염되지 않은 흙을 까는 일이다. 제염작업은 2차 하청 노동자가 맡았다. 제염작업 후 원전 폐로 작업도 했다. 현의 제염작업보다 원전 폐로 작업이 몇 십 배는 위험하다. 피폭될 가능성이 더 높고 힘든 이 위험한 작업은 하청의 하청을 거쳐 3차 하청 노동자가 맡았다. ‘위험의 하청화’는 일본도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제염작업 시 작업지시자는 신속한 작업을 요구했다고 한다. 작업자 스스로도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신속히 일했지만,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여기서 신속히 일한다는 건 오염된 흙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고 제초작업 수준의 작업이라고 한다.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이런 제염 작업이 방사능 오염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까? 땅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을 때 얼마큼의 흙을 걷어내야 오염이 회복될까?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과 건물, 도로를 제염하는 과학적인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헛웃음이 났다.

 

 

기사를 찾아보니, 일본 정부는 2014년에 후쿠시마 원전 20km권 피난 명령을 해제했다. 그리고 그 후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매년 소개되었다. 저자는 일본 정부가 제염작업을 서두르는 이유를 2020년 도쿄올림픽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도쿄올림픽은 2013년 9월,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사고 2년 만에 6년 후 개최지를 일본 도쿄로 정한 것이다. 무슨 믿음으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전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후쿠시마와 방사능과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후쿠시마와 도쿄는 240km나 떨어져 있으니. (서울시청에서 임실군청까지의 거리가 240km다)

 

 

그러나 문제는 올림픽의 모든 경기가 도쿄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요 경기는 도쿄에서 열리지만, 예선전이나 보조 경기는 일본 전역에서 열린다. 특히, 야구와 소프트볼의 예선경기 일부가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에서 열린다. 아즈마 구장은 후쿠시마에 있고 원전으로부터 70km 떨어져 있다. 또한, 일부 축구 예선 경기가 열리는 센다이는 원전으로부터 100km 떨어져 있다. 그러니 후쿠시마 제염 정도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 여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야간작업과 휴일 작업하는 날이 점점 늘어만 갔다고 전하고 있다. 결국 제염작업은 올림픽을 위한 것이 되었다.

 

‘후쿠시마 하청 노동일지’를 통해 제염 노동자의 작업 현장뿐만 아니라 위험을 하청화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닮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후쿠시마가 아니라 울산이었다면, 경주, 영덕, 울진이었다면 우리는 달랐을까?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긴 원전, 원전 없는 삶은 불가능한 것일까? 다시 한번 원전과 지속가능한 삶을 숙고하게 만든 책, 후쿠시마 하청 노동일지.

 

글 이광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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