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호] [책·영화속언론이야기] 당신은 오늘도 뉴스에 속았습니다
등록 2019.12.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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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50분, 공덕역 4번 출구에 도착했습니다. 바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7시에 시작하는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주간 모임에 늦지 않을 듯합니다. “이거 하나 받아 가세요.” 나이 지긋한 어른께서 종이 한 장을 제게 건넵니다. 역 부근에서 종종 접하는 식당 광고물이겠거니 하고 받았습니다. A5 사이즈의 아담한 종이 위에는 패스트트랙과 공수처법에 대한 의견이 마치 사실 마냥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누가 썼는지, 언제 작성했는지조차 표기되지 않았죠. 책 <뉴스를 보는 눈>을 읽었다면 이 글이 전형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라고 분별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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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효과에 빠지기 전, 미디어 리터러시

가히 뉴스의 시대입니다. 지난 10년간 지상파가 내홍을 겪는 동안 종편채널과 포털사이트,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성장은 두드러졌고, 뉴스 소비자의 소비 행태도 변했습니다. 공고했던 뉴스 계 대형마켓에 대항마들이 생겨난 셈이죠. 뉴스 소비자들은 지면부터 온라인까지 다양한 매체 속에서 뉴스를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향에 맞게 골라 보는 선택이, 정말 능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은 소유효과를 보입니다. 즉, 자신이 소유하게 된 대상에 대한 가치를 객관적 가치 이상으로 판단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취향에 맞는 뉴스만을 소비하는 행태가 소유효과와 만난다면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눈의 시력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소유효과에 눈이 멀기 전에 보다 현명하게 뉴스를 읽어내는 방법을 익혀보는 건 어떨까요?

 

 

뉴스의 의도를 짚어라

뉴스라고 해서 TV 뉴스와 신문 보도만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난 7월 미디어오늘에서는 <‘유튜브 저널리즘의 시대가 오고 있다>란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2019년 뉴스미디어 리포트’에 등장한 유튜브 저널리즘을 현상을 들여다본 내용이었습니다. 기사 중 놀라운 내용은 뉴스 수용자가 유튜브 뉴스에서 기대하는 세 가지를 언급한 부분입니다. 재미, 유쾌한 장난, 그리고 경박함을 뉴스 수용자는 유튜브 뉴스에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황색 저널리즘의 3.0을 보는 듯합니다.

 

 

재밌는 뉴스가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놓쳐선 안 됩니다. 뉴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봅니다.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이유 또한 이와 같죠. <뉴스를 보는 눈>에서는 뉴스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보도를 내보낸 언론사가 어떤 자본으로 움직이는지, 보도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지 등을 질문하라고 권합니다. 진짜뉴스든 가짜뉴스든 결국은 편집물입니다. 의도를 갖고 편집된 내용 안에서 핵심을 파악하는 것은 엄연히 뉴스 수용자의 몫입니다. 언론사가 뉴스 편집권을 갖고 있다면, 뉴스 수용자는 뉴스 비판권을 갖고 있는 거죠.

 

 

비판적으로 뉴스 보기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입니다. 저자는 비판적 사고로 뉴스를 소비해야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미디어를 비판적 사고의 성장판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비판적 사고의 4가지 도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지금보다 더 나은 지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보와 지식은 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수 있고 시점과 사용자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죠. 두 번째, 미디어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를 흔들라고 합니다. 근거가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삼단논법 등을 이용해서 재확인해보는 거죠. 세 번째는 위 문단에서도 말했던 ‘의도를 읽어내라’는 점입니다. 논어에 나온 공자의 말을 차용하여 ‘마음이 끌릴수록 의도를 비판적으로 보라’고 권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특히나 재미를 추구하는 뉴스 콘텐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라’ 입니다. 공덕역 4번 출구에서 접한 전단지가 가짜뉴스라고 판단 할 수 있던 근거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현 사회 괴벨스와 굿바이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짜뉴스는 더욱 진화한다고 말합니다. 언론에서는 팩트체크를 통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일 수많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저자는 가짜뉴스를 가려낼 최고의 필터를 수용자의 머리라고 말할 정도로 수용자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의 힘을 길러 뉴스를 접해야 합니다. 수고롭다고 느껴지나요?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고 말한 괴벨스는 히틀러의 권력을 공고히 해준 원동력입니다. 깨어있지 않은 뉴스 수용자 틈에서 가짜뉴스라는 괴벨스는 늘 살아있을 겁니다.

 

 

2020년은 미디어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2017년 컨설팅 기업 가트너가 2020년 미디어 시장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요는 이렇습니다. ‘2020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진짜보다 가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2020년이 가트너의 미래 전망과 맞아떨어질지, 오히려 비판적 사고를 가진 뉴스 수용자가 늘어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의 뉴스 소비가 괴벨스에 장악되지 않도록, 안녕을 바랍니다.

 

 

글 홍현주 방송모니터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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