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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가 문 정부에 날 세웠다? 싸움붙이는 TV조선
등록 2017.12.07 16:05
조회 207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단법인 4월회 초청강연에서 중앙집권 방식의 국회와 정부시스템을 비판하며 지방분권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를 위해 안 지사는 세월호가 바다에 빠져도 청와대에 먼저 보고해야 하는 현재의 중앙집권 체제로는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분권 개헌 문제는 안 지사만의 관심사는 아닙니다. 지방분권 개헌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니까요.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청와대 본관에서 17개 광역지자체장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며 지방분권에 초점을 맞춘 개헌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원래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선)공약이었는데, 그 공약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즉 이 사안만을 놓고 본다면 안 지사와 문 대통령은 같은 의견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발언의 맥락 지우고 ‘문 VS 안’ 구도 부각
그런데 TV조선은 안 지사의 이 강연 발언을 ‘문 대통령을 겨냥한 날 선 발언’으로 몰아세우며 ‘파장’과 ‘논란’이 일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TV조선 <안희정, 문 정부 겨냥 발언…파장>(12/6 https://goo.gl/kq75by)에서 전원책 앵커는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적폐 세력’이라고 비난받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안 지사가 오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낸 날 선 발언들을 장용욱 기자가 보도합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합니다.


이어 기자는 “닷새 만에 다시 외부특강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는 중앙집권적 정부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안 지사는 ‘세월호가 바다에 빠져도 청와대에 보고해야 한다는 이런 중앙집권 체제로는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지사가 위의 발언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비판한 것은 아닌데도, 앵커와 기자의 이런 설명은 이 발언이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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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발언을 쏟아냈다 주장한 TV조선 (12/6)

 

중앙집권체제를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은 안 지사의 지방분권에 대한 공약을 이어받았다고까지 말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중앙집권적 정부 시스템을 지적했다는 것을 근거로 안 지사가 문 정부를 겨냥했다 떠드는 것은 비약에 가깝습니다. 

 

 

문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언급 안 해’
이어 TV조선은 안 지사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도 ‘명쾌하게 답변하면 싸움을 붙이게 된다’며, ‘할 얘기가 있다면 집에 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요.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지적한 특정 문 대통령 지지세력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네가 왜 문제제기야’라고 하면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TV조선은 안희정 지사가 이렇게 발언한 의미나 배경 등 맥락을 모두 지운 채 ‘안희정 지사 vs 문재인 정부’ 구도를 부각하려 애를 쓴 것이죠.

 

TV조선의 이러한 의도는 안 지사가 이날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 사고에 따른 정부 대응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최선을 다해 상황을 관리하려고 노력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일부 발언을 악의적으로 인용해 논란을 만드는 이런 수법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도 위반됩니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은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하여야 한다”, 제12조(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은 “방송은 정치와 공직선거에 관한 문제를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희망사항과 실제 사실관계를 구분하지 않는 보도를 과연 제대로 된 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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