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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 김정은 ‘키’ 검증 나선 TV조선
등록 2018.03.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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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대북 특사단이 6일 저녁 ‘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을 공개했습니다.

 

특사단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는 예상보다 전향적입니다. 우선 이번 특사 방북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오는 4월말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또 북한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고, 향후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도 표명했습니다.

 

정 실장은 북한이 4월 재개될 예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서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도 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협의와 그 협의 내용에 대한 이행이겠지만, 이번 특사 방문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7개 방송사 모두 관련 보도 주요하게 다뤄 
특사단이 방북한 5일과 방북 결과가 발표된 6일 이틀간 7개 방송사는 관련 보도를 모두 주요하게 다루었습니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는 이틀 내내 관련 보도를 톱보도로 배치했습니다. JTBC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 성폭행 관련 미투 보도를 내놓은 6일에만 해당 이슈를 두 번째 순서로 배치하고, 7일에는 대북특사단 보도를 톱보도로 배치했습니다. 보도량 역시 이틀간 10건 이하로 내놓은 방송사가 없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3/5

4(톱)

8(톱)

5(톱)

5(2)

8(톱)

6(톱)

7(톱)

3/6

6(톱)

12(톱)

8(톱)

7(톱)

7(톱)

4(톱)

8(톱)

△대북특사단 관련 보도량(3/5~6)©민주언론시민연합

 

저녁종합뉴스에서는 크게 문제점을 지적할만한 보도 논조 역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는 수준이나 ‘미국의 부정적 반응’을 점치는 수준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방북 결과 메시지 발표 이후 방북 특사단의 성과를 노골적으로 폄훼한 방송사는 없었습니다.

 

TV조선 <긴급진단/특사단 귀환…북 김정은 응답은?>(3/6 https://goo.gl/AQNVFi)의 경우 햇볕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 온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패널로 초대하여 대담을 나누었는데요. 남 교수는 “항상 북한이 말하는 것은 음양을 다 보고 말해야 합니다”라며 몇몇 사안에서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단은 우리 정부의 팀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노력을 했다고 봅니다. 저도 실무를 했던 입장에서 이걸 평가절하하면 안돼요”라고 짚었습니다. 그 외 보도 제목에서 부정적 어휘, 전망을 특별히 반복하여 부각한 방송사도 없었습니다. 

 

 

이 와중 ‘김정은 키’에 집착한 TV조선
그러나 문제보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방북 성과가 발표된 6일 TV조선은 <사진 촬영 땐 ‘뒷짐’…만찬 땐 ‘파안대소’>(3/6 https://goo.gl/hiu8CE)를 통해 북한이 공개한 이번 접견과 만찬 풍경 분석에 나섰는데요. 다른 방송사가 같은 자료화면을 놓고 접견 및 만찬의 분위기와 장소, 참석자 면면 등을 통해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살펴봤다면, TV조선은 어째서인지 김정은 위원장의 ‘키’와 ‘소소한 몸짓’에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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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표시까지 해 가며 김정은 키 추정에 열올린 TV조선(3/6)

 

실제 위 보도의 앵커 멘트는 “북한은 이례적으로 이번 접견과 만찬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신속하게 공개했는데 이걸 보면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북한 권력구조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키와 몸무게, 건강상태, 성격 등도 처음으로 비교적 자세히 알려졌습니다”인데요.

 

이후 보도에는 오직 김정은 위원장의 신체 사이즈와 몸짓에 대한 분석만이 나옵니다. ‘베일에 쌓여 있던 북한 권력구조의 단면’은 TV조선 혼자서만 깨닫고 시청자들과는 공유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기자 첫 멘트 역시 “베일에 싸인 김정은의 키가 확인됐습니다. 신장 170cm 초반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엇비슷해 보이지만, 김정은이 2~3cm 가량 작습니다”입니다. 자료화면으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정은 위원장 머리 위로 선을 그어가며 키를 가늠하고 있기도 합니다.

 

키는 심지어 건강과 관련된 부분도 아닌데요. TV조선은 이 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송고용 기사 제목 <기념촬영 때 혼자 뒷짐 진 김정은…키는 170㎝ 안팎>을 통해서 재차 부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TV조선은 “대북특사단과 김정은이 일렬로 서서 기념촬영을 한 모습에선 김정은 혼자 뒷짐을 진 모습”이라며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를 불러 “뒷짐진 포즈는 결국 자신의 입장은 견지하겠다는 의중을 보여주는”이라는 심리 분석을 시도했고요.

 

“만찬 때도 혼자 파안대소하는 모습”과 “손을 높이 들어 건배를 제안”했다는 점을 별다른 해설 없이 부각하여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 뒤에는 만찬 뒤 특사단과 친밀해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 걸음걸이로 보아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 김정은이 대북사절단과 찍은 사진은 구도가 살짝 어그러 진 이유는 김정은을 태양 아래 중앙에 배치하기 위해서였다는 점 등을 덧붙여 전하고 있습니다.

 

전체 보도 내용 중 특사단을 향한 태도나 건강문제에 대한 짧은 언급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도무지 왜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이렇게 전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들입니다. 

 

 

역사 깊은 TV조선의 북한 관련 가십 보도 행태
사실 TV조선은 그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수 많은 북한 관련 가십성 보도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북한이 예술단을 파견하겠다고 하면 현송월 단장의 패션을 분석하거나 개인사를 들춰냈고,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면 임신 여부 감별 보도를 내놓았지요.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북한 응원단 숙소를 도둑 촬영하기도 했고요. 


또 지난 2016년 <단독/북한 신형 군복 입수>(2016/10/5 https://goo.gl/DLBf4K)에서는 북한의 신형 군복을 입수했다며, 기자가 입수한 군복을 직접 입은 채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군복의 품질 평가를 늘어놓았으며, <단독/김정은 오른쪽 이마 흉터>(2014/1/21 https://goo.gl/Zc6FXy)에서는 “김정은의 이마에 일자형 흉터”가 났다는 점을 전하며 성형외과원장을 불러 이 상처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별 의미 없는 선정적 가십으로 이목을 끌어보려는 TV조선 특유의 장삿속에, 북한 관련 주요 이슈의 본질을 흐려보려는 속내가 더해져 이런 보도가 매번 등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대체 언제까지 뉴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런 수준미달 정보를 시청자들이 감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5~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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