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추측기사는 달라도, 정부 비판 주장은 같은 조선‧중앙
등록 2019.02.25 15:14
조회 252

2019년 2월 12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함께 본 독자들은 두 신문의 ‘세기의 대결’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완전히 정반대인 기사가 1면 머리기사로 나란히 실렸기 때문이죠.

 

사진1.JPG

△조선일보(위)와 중앙일보(아래)의 1면 톱보도(2/12)

 

두 보도의 차이를 살펴보면, 우선 제목부터 조선일보는 <정치인‧공안사범까지 ‘3‧1절 특사’>, 중앙일보는 <한명숙‧이석기‧한상균, 3‧1절 특사서 빠진다>로 완전히 다른 내용입니다. 보도 내용에서도 조선일보는 “특별사면 대상에 일반 민생사범 뿐 아니라 시위‧공안사범과 정치‧기업인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특별사면 대상에 정치 관련 인사는 배제하기로 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11일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기사 제목

정치인‧공안사범까지 ‘3‧1절 특사’

한명숙‧이석기‧한상균,

3‧1절 특사서 빠진다

정치‧노동계 인사 포함 가능성

특별사면 대상에 일반 민생사범 뿐 아니라 시위‧공안사범과 정치‧기업인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사면 대상에 정치 관련 인사는 배제하기로 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11일 전했다. (중략)“정치 사범이란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은 물론 노동계 인사도 포괄하는 개념”

이석기‧한상균 석방 가능성

지난해 5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적잖다 (중략) 일각에선 내란 선동 혐의로 수감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을 사면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 특정인에 대한 사면 요구가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필요성을 공감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사면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2월 12일자 1면 머리기사 내용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런 보도가 나온 사정은 무엇일까요? 1월 초, 법무부가 검찰청에 몇몇 시위에 연루되어 처벌받은 사람들을 파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근거로 3․1절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특별사면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한상균, 이석기, 한명숙. 이광재 등 몇몇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을 사면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2월 12일 청와대 익명 취재원을 근거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정반대의 기사를 낸 것이죠. 그럼 누가 정확한 보도를 낸 것일까요?

 

중앙일보, 전날 자사기사와 다른 사설로 ‘사면해선 안돼’ 주장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20~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사면 대상자를 검토했습니다. 사면심사위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이석기 전 의원도 사면 대상를 제외했습니다. 사면심사위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며 최종 사면 대상자가 확정됩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12일 중앙일보 머리기사가 정확했고, 조선일보 머리기사는 오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중앙일보의 다음날 사설입니다. 중앙일보는 12일 멀쩡한 보도를 내놓고, 다음날에 사설에서는 자신들의 사실기사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중앙일보 <사설/3․1절 특사, 코드 사면 말고 민생사범 위주로 단행하라>(2019/2/13)에서 아래와 같이 보도했죠.

 

더 우려스러운 건 청와대가 정치인․노동 사범의 사면․복권 여부에 대해선 ‘차후에 밝힐 예정’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갔다는 점이다. 내란선동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복권은 신중해야 한다. 현 정부와 정치적․이념적 동지이거나 정부 출범에 기여한 사람들 일색이라서 ‘정치 사면’ ‘코드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전날 자사 기사에서 청와대 인사가 “(이들에 대한)사면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보도해놓고, 정작 사설에서는 “‘차후에 밝힐 예정’이라고 은근슬쩍 넘어갔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도 다음날 사설을 냈습니다. 시종일관 같은 취지였죠. 조선일보 <사설/‘내 편’에 폭력 면허 내주려는 특별사면>(2019/2/13)은 “(사면 대상으로) 꼽은 6개의 시위․집회는 괴담에 근거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시설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다. 법치를 파괴하고 조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면 대상에 내란 선동 혐의로 수감돼 있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폭력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이 포함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확인할 수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범법자 ‘우리 편’에게 면죄부를 발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이다”라며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죠.

 

결과적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두 신문사는 1면 보도는 정 반대였지만 다음 날 사설에서는 말을 맞춘 것입니다.

 

추측성 보도가 더 많은 이상한 언론들

앞서 살펴보았지만, 사면 대상 명단은 법무부에서 20~21일 양일 간 심사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전까지의 보도는 모두 추측일 뿐인 것이죠. 당연히 사면 대상자 명단에 관한 보다 확실한 정보도 법무부 심사가 진행된 이 때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자신들의 추측을 후속보도를 통해 확인했을까요?


확인 결과 21~25일까지 법무부의 사면대상자 심사에 대해 기사를 낸 언론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유이했습니다. 그나마도 중앙일보는 토요판인 ‘중앙SUNDAY’ 보도였기 때문에 보도의 비중마저 떨어졌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3․1절 특사’에 기업인은 왜 거론조차 안 되나>를 냈지만 ‘문재인의 경제범 특별사면 제외 원칙을 깨고 경제인을 사면 대상에 넣으라’는 주장이어서 타 언론사의 보도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날짜

주요사건

종합일간지

경제지

합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1/10

3‧1절 특사

정황 보도

-

-

1

-

-

-

-

1

1/11

-

2(1)

-

-

1

1

-

4

1/14

 

-

-

1

-

-

-

-

1

1/22

 

-

-

-

-

1(1)

-

-

1

2/8

 

-

-

1

-

-

-

1(1)

2

2/12

익명

취재원

보도

-

-

3(1)

2

-

-

-

5

2/13

2(1)

1

1(1)

1(1)

1

2(1)

-

8

2/19

 

-

-

1(1)

-

-

-

-

1

2/20

 

-

1

-

-

-

-

-

1

2/21

사면대상자

심사 보도

-

1

-

-

-

-

1(1)

2

2/22

-

1

-

-

-

-

-

1

2/23

-

-

-

1

-

-

-

1

△3‧1절 특사 관련 일별 보도량(1/10~2/25). ()안은 사설/칼럼 Ⓒ민주언론시민연합

 

일별 보도량 추세를 보면, 3․1절 특사 대상자에 관한 보도는 사면 대상자에 관한 단편적인 정보만 있을 때는 확연하게 늘어났다가, 법무부가 사면대상자를 1차 확정한 회의 직후에는 매우 뜸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언론들은 사면 대상자에 관해 소문만 무성할 때는 보도를 잔뜩 내놓다가, 사면 대상자가 확실해졌을 때는 한 두 건의 기사로만 이를 전한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거론하며 ‘코드 사면’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물론이고, 한상균 위원장이나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 가능성을 거론하던 한겨레나 경향신문마저도 정작 사면 대상자의 윤곽이 나오자 보도를 내놓지 않는 것은 추측성 보도로 신문의 정파적 입장만 드러내고, 사실보도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10일~2월 2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

 

monitor_2019025_7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