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대표 경선 합동토론」 방송실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20)
등록 2013.08.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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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믿고 외압에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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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 SBS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를 방송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양대 공영방송사의 출근부에 도장을 찍다시피 한 한나라당의 압박을 일부 받아들인 부득이한 조치임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역사상 어떤 정권 하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거대야당의 방송압박 사태에 방송이 꿋꿋하게 맞서 언론자유를 지켜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방송에 대한 한나라당의 압박은 19일에도 계속되었다. 지난 19일 한나라당은 사전에 아무런 약속 없이 양 방송사를 두 번이나 찾아가 애절한 '호소'와 '협박'을 하며 방송사에 '압력'을 가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후보로 나선 권오을 의원은 KBS를 기습방문한 자리에서 "대표 경선주자 TV토론회가 무산되면 KBS 스스로 편파방송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TV토론을 해줄 것을 협박했고, 고흥길 의원도 "KBS에서 만일 토론 방송을 무산시킬 경우 전적으로 KBS에 그 책임이 돌아갈 것이고, 다른 방송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압력의 강도를 높였다. 전여옥 대변인도 "(KBS의 토론 거부에 대해)KBS 사장을 누가 뽑았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과연 누구의 의지인지 국민들이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어거지를 썼다.


이처럼 강한 어조로 방송을 압박하던 한나라당은 '애걸복걸'전술도 함께 구사했다. 이상득 사무총장은 양 방송사를 찾은 자리에서 "TV토론을 꼭 해주십사 사정하러 왔다. 좀 봐달라"고 했고, 19일 기자회견에서는 "TV 토론을 해주기를 간절히, 간절히 부탁한다"며 기자들 앞에 고개 숙여 절까지 했다고 한다.
'압력'과 '호소'도 통하지 않자, 마침내 한나라당은 21일 여의도 둔치에서 야외 시국강연회를 가장한 '정치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방송을 협박했다.


결국 유감스럽게도 KBS는 21일 <100인 토론>에서 한나라당 대표 경선 주자를 초청하는 방식의 '합동토론회'를 개최키로 했고, MBC는 22일 한나라당의 합동토론회를 생중계하기로 했으며, SBS도 같은 날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생떼와 같은 압박에 방송사들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숫적 우위를 내세운 거대야당이 '방송편성'까지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를 이대로 묵과해야 하는가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했지만, 방송을 통해 '합동토론회'를 중계한들 결코 국민들의 분노에 찬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방송사를 어떻게 협박하는지 똑똑히 지켜 본 국민들은 군사독재시절처럼 방송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대야당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며 심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우리는 방송사들이 국민을 믿고 방송독립을 위해 꿋꿋하게 외압에 맞서줄 것을 기대한다.

 


2004년 3월 2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