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탄핵 찬반을 '보수 대 진보'로 몰아가는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20)
등록 2013.08.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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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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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국민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보-혁' 대립으로 몰아가지 말라.
'불법 시비'에 초점을 맞추었던 일부 언론의 촛불시위 보도가 이제 '보-혁 대립' 구도로 옮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20일 문화일보는 2면에 <오늘 '탄핵' 찬반 최대시위-전국 보수·진보 합쳐 50만명 '거리로'>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20일에 나란히 열리는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의 촛불집회와 '대통령탄핵지지 국민연대'의 탄핵지지 집회를 다루었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범국민행동은 촛불집회 참가 인원을 전국 50만으로, 국민연대는 탄핵지지 집회 참가 인원을 1만(경찰 추산 4천)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문화일보는 '보수-진보 합쳐 50만명'이라고 제목을 단 것이다.


앞서 19일 경향신문은 6면에 <보·혁 대규모 집회 '탄핵' 본격 勢대결>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진보와 보수 양진영이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19일부터 본격적인 장외 세대결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몇몇 언론의 이와 같은 보도 경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킨 12일 이후 국민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지자 대부분 언론들은 집회의 '불법성'과 함께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언론의 이같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는 '불상사'나 '사회적 혼란'은커녕 시민들의 민주주의 축제로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다.


물론 탄핵을 지지하는 일부 단체들이 반대 집회를 열고 있으나, 규모는 물론 주최 단체의 사회적 공신력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객관적으로 촛불집회와는 '동급'으로 취급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촛불집회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몇몇 언론이 탄핵에 대한 찬반 여론을 다룸에 있어 '억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로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여론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세 대결' 등의 표현이야 말로 언론이 우려하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아닌가.


우리는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반대 여론을 보도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대다수의 여론과 일부 단체의 여론을 동등하게 취급하거나 '찬-반'의 팽팽한 대립으로 호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 대다수는 의회권력의 반민주적 행태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란 말인가. 지금의 대립각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언론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진보 대 보수'의 왜곡된 축으로 몰아가지 말라.

 


2004년 3월 2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