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감사 결과 관련 조선일보 5월22일자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24)
등록 2013.08.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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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KBS 흔들기'가 목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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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KBS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를 두고 언론개혁을 딴죽걸기 위한 여론 호도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이런 KBS가 언론개혁을 떠드나>에서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드러난 KBS 경영의 문제점들을 빌미삼아 노조를 비롯한 KBS 구성원들의 언론개혁 의지를 공격하고, 나아가 언론개혁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논리적 비약을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KBS 노조위원장에 대해 "위원장이란 사람이 여기저기 집회에 단골 연사로 참석해, 어떤 신문을 때려잡아야 한다느니 하면서 정부와 집권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의 선봉장인 듯 행세하고 있으니 참으로 요상스러운 세상"이라며 엉뚱하게 노조위원장의 발언을 문제삼아 '언론개혁'의 본질을 왜곡하는가 하면, "지금의 KBS는 좌파의 이념 기지로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정권의 방어와 홍보를 위해서라면 비판적 언론에 대한 중상·모략에 국민의 전파를 낭비하는 사설 방송만도 못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며 구시대적 '색깔론'을 덧씌우기도 했다.
"KBS가 국민 혈세를 제 주머니 돈 쓰듯 하면서 집권당 실세와 친정권 언론·시민단체들과 한 무리를 이루어 매일·매주 언론개혁을 읊어대고 있으니, 그 개혁의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를 어느 국민이 모르겠는가"라고 주장한 대목에 이르면 KBS를 공격해 언론개혁의 정당성을 흠집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이번 감사원의 특감에서 지적된 예산운용이나 인력운용 문제는 경영상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짚고자 한다.
KBS의 경영상의 문제는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책임지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21일 감사원의 KBS 특감 결과에 대해 KBS가 '공영성 강화'를 위해 기왕에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좀더 과감하게 추진해 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 문제를 갖고 엉뚱하게 KBS 프로그램과 노조에 대한 공격, 더 나아가 언론개혁에 대한 공격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조선일보가 KBS 경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KBS노조위원장을 시비거는 것은 조선일보가 아직도 과거 군부권위주의 시절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아직도 사장이 일선 기자의 기사나 노조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모든 조직도 그렇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다.
KBS를 향해 '좌파의 이념기지' 운운하는 '구시대적 색깔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다. 다만 수십 년을 울거 먹은 색깔론이 국민들에게 아직도 먹히리라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경비 절감할 생각은 않고 재원 마련을 이유로 제2TV 광고를 계속 늘려 현재 광고수익(53%)이 수신료 수익(39%)을 크게 앞지르는 형편인데, 그것도 모자라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인 KBS의 광고료 의존이 높다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평소 KBS를 향해 공영방송의 의무를 다하라며 KBS를 비난하던 조선일보가 정작 '책임있는 공영방송'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염치없다'고 매도해버리는 것은 모순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최소한 '신문의 형식'을 갖추고도 논리적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지난 4월 12일 KBS 2TV의 시사프로그램 <시사투나잇>은 조선일보 사설 한편을 전문 논술강사에게 의뢰해 평가를 받았다. 이들 중 한 사람은 70점을, 다른 한 사람은 "학생을 불러 혼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지적한 조선일보 사설의 오류는 '은밀한 재정의(再定意)의 오류'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였다.
언론개혁을 '특정신문 죽이기'로 재정의(再定意) 하고, 경영상의 문제를 KBS 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22일 사설은 논조나 이념을 떠나 '논리적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끝>

 


2004년 5월 2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