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탄핵방송 심의 '각하' 결정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7.6)
등록 2013.08.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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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한 심의위원, '친한나라당 인사'라 옹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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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탄핵방송'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심의 각하' 결정 이후, 일부 언론의 '방송위원회 흔들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방송위원 자리라는) 먹이를 얻어먹은 위원들이 은혜에 보답하려고 자기가 속했던 학회에 돌팔매질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알아서 기는 것이라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옳은 일"이라며 '인신공격'까지 동원해 '각하' 결정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에는 '각하' 결정의 옳고 그름을 따져볼 이성적인 기사가 전혀 없다. '각하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밝힌 방송계 안팎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가 없으며, '각하 결정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다. 또 사설은 물론 일반 기사에서도 일부 방송위원을 흠집내며 방송위원회를 공격하는 내용이 넘쳐났다. 7월 3일 6면 기사 <방송위 탄핵방송 공정성 '심의불가' 결정>은 제목부터 '각하'를 '불가'로 바꾼 왜곡이었다. 방송위원회는 "개별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심의하지 않고 다수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심의는 방송관계법령과 심의규정에 따라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법령과 심의규정에 따랐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방송 심의라는 고유 직무를 포기한다면 굳이 방송위원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며 마치 방송위원회가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매도했다. 물론 심의대상도 되지 않는 사안에 대한 심의 요구를 덜컥 받아들여 언론학회에 분석까지 의뢰하는 등 방송위원회도 잘못이 크다. 특히, "탄핵관련 방송에 대한 편파성 시비는 적절하지 않다"는 시민사회의 여론을 외면하고 한나라당과 수구 신문들의 공세를 그대로 수용해 버린 '눈치보기 행태'가 논란의 근원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방송위원회가 심의 대상조차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아울러 더 이상 '탄핵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와 '심의구조 개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방송위의 '각하' 결정 이후에도 "그때는 편파 방송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악화돼 언론학회에 연구를 의뢰하는 것으로 급한 불은 꺼놓고, 이제는 심의 대상이 되느니 안 되느니 하는 걸로 덮어버리겠다는 심사"(7/3 사설 <방송위, 이럴바엔 문 닫아라>)라며 사실왜곡까지 동원해 '편파방송 낙인찍기'를 계속했다. 도대체 언제 편파방송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악화된 적'이 있었는가. 탄핵정국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탄핵방송은 공정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물며 조선닷컴이 3월 14일부터 22일까지 '탄핵정국 방송보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진행한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조차도 '공정했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을 정도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탄핵방송이 편파적'이라고 방송위를 압박해 심의 대상도 안되는 일로 논란을 부추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의 남승자 위원장과 심의위원인 이창근 광운대 교수가 사퇴의사를 밝히자 조선일보는 가히 '히스테리' 수준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7월 6일 조선일보 사설 <방송위, 사표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두 사람의 사퇴의사 표명에 대해 "진짜 책임자들은 버티고 있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물러나겠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을 감쌌다. 심의위원은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에 참석해 10만원 정도 거마비를 받는 명예직"인데 비해 "(방송위)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연봉 1억원 가까운 보수와 장·차관의 예우를 받는 공무원 신분"이라며 남승자 위원장과 이창근 위원이 엉뚱하게 '희생'되기라도 한양 호도했다. 어떻게 남승자 위원장과 이창근 위원이 '엉뚱한 사람'인가. '심의 대상도 되지 않을 사안'의 심의를 맡아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가하면 언론학회를 통해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연구진에게 분석을 맡겨 소모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임자가 바로 남승자 위원장 등이 아닌가. 조선일보가 방송위원회 이효성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언론학회 보고서를 앞장서 들이받으며 이를 무효화하는 데 공을 세웠다"며 인신공격까지 퍼부으면서 심의위원회를 주관하며 이번 사태를 주도해온 양휘부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양휘부 위원과 남승자, 이창근 위원 등은 모두 '친한나라당 인사'이기 때문 아닌가.


이처럼 특정 방송위원에 대해 아무런 주저없이 헐뜯기로 일관하는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어떻게하면 방송위원회를 올바르게 세워낼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태도는 찾을 길이 없다. 이는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와 비교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7월 6일 중앙일보 사설 <방송위원회 전면 개편하라>는 두 심의위원의 사퇴에 대해 "우리는 이 일이 두 위원의 사퇴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간접적으로나마 두 사람의 책임을 인정했다. 중앙이 말하는 '보다 근본적인 수술'은 심의위원 구성이 개선되어야 하며, 여야정당의 '갈라먹기'가 되어 있는 방송위원 선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방송의 백년대계를 위해 정당과의 고리를 끊고 전문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탄핵방송' 논란을 계기로 방송위원회가 거듭나길 기대한다.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책임지고,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처럼 '방송위원회 정상화'는 뒷전에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인사 헐뜯기로 일관하는 태도는 백해무익이다. <끝>

 


2004년 7월 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