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터뷰] 민언련 정책위원, 진보 언론학자, 참여하는 선생님, 모두가 참 그녀답다!
등록 2015.01.07 15:29
조회 634


회원 인터뷰 | 이병남 정책위원

민언련 정책위원, 진보 언론학자, 참여하는 선생님, 

모두가 참 그녀답다!



노미정 활동가


종편이 출범한지 3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종편 4사는 안정기에 들어섰고, 오히려 지상파 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 공영방송의 국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전국 민언련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지역 민언련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인 회원을 만나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고, 또 서울·지역 간의 교류 활성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보고 싶어졌다. 마침 민언련 정책위원이자 강원민언련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이병남 위원이 떠올랐다. 예쁘게 눈이 내리던 어느 월요일, 우리는 내리는 눈보다 더 예쁜 카페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강원민언련 초대 사무국장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나요?


여성민우회에서 미디어 분야 관련 일을 하다가 둘째를 낳고는 3년 동안 육아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강원민언련 창립 준비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학원생 시절부터 언론운동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활동을 갈망하고 있었던 터라 강원민언련 창립 소식은 내게 희소식이었지요. 바로 발기인 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후 어찌어찌 강원민언련 사무국장을 맡아 30대의 절반을 강원민언련에서 보냈습니다. 그런 강원민언련이 지금은 ‘이름만 남은’ 실체 없는 조직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내년이면 10주년인데 무척 안타깝지요.


강원민언련, 재건하고 싶으시죠?


당연하죠. 아주 작은 모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강원민언련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 명의 활동가 인건비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최저 임금 이상을 지급해 주어서 활동가가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 될 때 비로소 강원민언련도 제대로 재건 절차를 밟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민언련 정책위원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2013년 8월부터요. 언론운동에 대한 갈증은 여전한데 강원민언련의 활동은 전무한 상태였죠. 그러던 차에 민언련 정책위원을 제안 받았습니다. 민언련 정책위 활동을 하면 언론운동에 대한 갈증 해소는 물론 지역에서만 활동하던 것보다는 훨씬 큰 틀에서 판을 보는 법을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지금은 배우는 것이 많아서 좋습니다.


정책위원들 중 가장 열심히 일하신다고 들었어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워가죠. 민언련 정책위원들의 연배는 대개 저보다 10년 이상 높으세요. 그럼에도 아직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현장감이, 제가 학자의 관점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현 언론학자세요. 언론학회에서도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편이 개국한지 벌써 3년이 지났고, 요즘엔 지상파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죠. 이런 환경에서 학회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금 언론학회에서 진보적인 학자를 찾기란 쉽지 않죠. 특히 젊은 회원들 중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참여하려는 의지를 가진 학자가 너무 적습니다. 신진학자들의 모임이 있기는 하지만, 자주 만나거나 같이 일을 하지는 않아요. 대부분 불분명한 미래와 생활에 대한 걱정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연구의 의미가 갖는 중요성이나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유가 없어요. 팔리는 연구만 좇아야 하는 것이 언론학계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모임 같이 해보자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 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깝지요. 민언련 정책위에 젊은 위원들이 부족한 것, 민언련에 젊은 회원 수가 적은 것, 대학생들의 사회참여 의식이 낮은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죠? 교수 이병남의 눈에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가요?


네.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고 있기는 한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교수님’보다는 ‘선생님’이란 호칭이 훨씬 좋아요. 하하하. 수업시간에 보면 요즘 학생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 많아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만 할 뿐이죠. 제가 제시하는 비판적 관점에 당혹스러워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미디어 이외에는 정보를 접할 통로가 없기 때문에 미디어를 의심하지 않고 있는 탓이겠지요. 때문에 질의응답과 토론 등의 수업방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언론문제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탐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 정의내린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이 있으신가요?


언론인을 지망하는 학생이든, 수용자로 남고자 하는 학생이든 제대로 된 시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정보와 의견을 구별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스스로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요. 학생들이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깨달음을 다른 학우들, 주변 사람들과 공론화 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좋은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영향 덕에 언론문제를 인식하고 비판적 사고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전교조 선생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지금의 저도 그런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설사 눈에 보이는 성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언련은 현 대학생 또는 2~30대와 어떻게 소통을 해야할까요?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을 보는 대학생, 2~30대가 정말 많습니다. 그 관점에서 비판을 시작해 보는게 어떨까요? tvN이나 JTBC 등 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방송사 프로그램을 보고 모니터도 하고, 이야깃거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의 물꼬를 터 보자는 거죠.


지역 민언련의 시각에서 바라본 민언련은 어떤가요?


개인적으로는 민언련의 출발이 있었기에 지역 민언련의 존재도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은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같이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묵묵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민언련 활동가들을 보면 무조건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그저 활동가들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병남 위원께 만남을 청한 이유 중 하나가 전국 민언련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사실 예전에 비해서 전국의 민언련 간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진 것 같기도 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전국에 있는 민언련 간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참 좋겠는데, 사실 각자 버티기에 급급해요. 재정 부족과 시민들의 참여 저조현상이 궁극적인 이유일 것이고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언론운동을 굳이 서울과 지역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까요?


민언련을 굳이 서울과 지역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이슈로 운동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역시민 70% 이상이 전국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어요. 무엇보다 서울과 지역 간의 공통 이슈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죠. 특히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MBC문제 등은 공유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민언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민언련에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한 번 활동가들에게 잘 버텨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네요. 누군가는 계속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80년대를 이해하고 90년대에 함께 행동했습니다. 이제 2000년대에 우리가 볼 것은 미래, 그리고 민언련의 다음을 준비할 ‘사람’입니다. 인재풀을 넓혀야 해요.


그녀는 민언련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랴, 신진 언론학자로서 소수자인 진보학자의 길을 가랴, 대학에서 참여와 성찰을 권하는 좋은 선생님으로 최선을 다하랴, 늘 바쁜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병남 회원을 정의하며, 그 모든 것이 참 그녀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