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토달기] 찐빵에 앙꼬가 사라졌다! (2013년 11호)
등록 2013.12.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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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에 앙꼬가 사라졌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법외노조 판결 (2013.10.16~2013.11.2)

 

전다은 신문모니터분과 회원 l ekdms302@hanmail.net

 

 

악법도 법이다?
이번 국정감사장에서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았다. 그 시작은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 그는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위원장에게 이렇게 호통 쳤다. “악법도 법인데 순리대로 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실제로 교원노조법은 악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이미 13차례 시정 권고를 했고 여러 국제교원단체들도 서한과 성명을 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위헌 논란이 있어 왔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전교조라는 단체가 존폐의 위기에 처한 것인 만큼 사안의 중대성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충분한 보도를 하지 않거나 핵심이 아닌 주변의 문제에만 주목한다면 여론을 왜곡하는 보도라 할 수 있다.
우리 분과는 국내 주요 일간지들(조선•동아•중앙일보, 한겨레•경향신문)을 모니터링 했다. 모니터 기간은 전교조가 정부의 규약 수정 명령을 수용할 지를 놓고 조합원 총 투표를 시작했던 10월 16일부터 11월 2일까지 16일간이다.

 

앙꼬는 바로 ‘법의 문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제는 법적인 문제다.
첫째, 해직자 9명으로 조합원 6만 명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있다.
둘째, ‘시정명령을 듣지 않으면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은 모법인 노동조합법에 근거가 없어 ‘법 위의 시행령’이라는 논란이 있다.
셋째, ‘현직 교원만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교원노조법 제 2조의 내용은 교원 등 교육공무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형평성 논란이 있어왔다.
넷째,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조합원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영국은 더 나아가 학생들도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나아가 이번 사안에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노동3권, 특히 ‘단체교섭권’의 박탈 등 많은 법적 논란이 섞여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신문은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하고 알기 쉽게 이를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본질은커녕, 이번 사안을 다룬 기사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신문들이 있었다.

 

중앙일보 보도량, 한겨레신문의 7분의 1
총 보도 수가 가장 적었던 신문은 중앙일보였다. 관련 칼럼도 사설도 없이 단 5건의 기사만 내보냈다. 5건의 단순상황전달기사로 이번 사안을 제대로 조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많은 보도를 한 건 한겨레신문이었다. 같은 기간 내부 칼럼 포함 총 36건의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 대비 한겨레신문의 보도건수는 7배의 차이를 보인다.
노동부의 법적용을 해석하거나 분석한 기사의 수도 차이가 극명하다. 한겨레신문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는 아예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모니터 기간 동안 동일하게 19건의 기사를 내보낸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법적용 기사의 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상당 부분을 법해석 기사에 할애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문제의 본질인 법해석 기사를 단 한 건 내보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보도 수

(내부칼럼 포함)

19

9

5

36

19

법 관련 보도 수(〃)

1

2

0

9

6

[표 1]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에 대한 다섯 신문의 보도량

 

앙꼬를 제대로 채운 신문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법적 해석에 가장 충실했다. 먼저 한겨레신문을 보면, 10월 26일 7면 기사인 <단체교섭 요구 불응 땐 강요 못해 ‘노동조합’ 명칭사용도 제재 대상>에서 법외노조 통보 후에 전교조가 어떠한 제한을 갖게 되는지까지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2일 29면 칼럼 <[경향 마당 이렇게] 법 지켜야 할 쪽은 전교조가 아닌 노동부다>에서 단결권 박탈, 기간제 교원 문제, 법률과 시행령의 문제, 과잉금지원칙, 국제적인 기준 등 이번 법적용이 문제가 되는 다양한 이유들을 설명하고 있다.
반면 2건의 법 관련 기사를 실었던 동아일보의 경우에는 그 내용이 달랐다. 21일 31면 <[사설]‘법외 노조’와 총력 투쟁은 전교조의 갈 길 아니다>에서는 ‘악법’이라 생각해도 먼저 법부터 지키고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라는 논조를 펼쳤다. 23일 12면 <“전교조 규약 시정명령은 단결권 침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의 유일한 법 관련 기사인 23일 12면 <"전교조에 법외노조 (중략) 거듭 권고> 기사도 마찬가지로 인권위의 입장을 단순 전달한 기사다. 동아와 조선 모두 시정명령의 법적 문제를 언론사 자체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는 없었다.
앙꼬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을까? 한겨레신문은 ‘설탕 맛’이 진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26일자 1면 <선생님처럼 ‘참교육’하려 전교조 교사가 되었는데…> 외부칼럼이 그렇다. 한겨레는 이례적으로 토요판 1면에 외부칼럼을 배치했다. 독자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편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앙꼬가 빠진 자리에는….
보수지 중에서 가장 많은 기사를 실었지만 법해석 기사는 단 한 건에 그쳤던 조선일보.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무엇이었을까?
25일 10면 <'빨치산 추모' 전교조 前교사 (중략) 구속기소>에서는 전 전교조 교사의 문제를 이용해 이념공세를 한다. 25일 <[사설] 전교조, 해직자 9명 위해 6만 조합원 권익 포기하나>에서는 “전교조 지도부는 다른 좌파 단체들을 끌어들여 무슨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촛불 집회도 열려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전교조를 ‘치외법권단체’라고 표현한다. 이는 법외 노조와 관련된 핵심적 쟁점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고 외부적인 부분만을 확대보도하는 태도다.
이런 조선일보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 날은 24일이었다. 8면의 <80개 초·중·고교 도서관 (중략) 이승만 31권>기사는 ‘21세기 미래교육연합’이 전국 학교 도서관 보유 도서를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현대사 주요 인물 중 김구 임시정부 주석과 노동자 전태일에 대한 책이 1,2위로 가장 많은 것을 두고 도서목록이 좌편향 되었다고 진단하며 그것이 바로 전교조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조선일보는 같은 날 8면 <정부, 오늘 전교조에 (중략) 학교복귀 명령>기사를 통해 일종의 확인사살을 한다. 전교조의 그동안의 행보를 언급하면서  ‘불법단체’라고 표현한다.
그날 1면에는 전교조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염두에 두었다고 의심되는 기사가 있었다. <학생들 수업 불만의 30%는 ‘교사의 정치편향’> 기사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받았다는 민원 결과가 왜 하필 이 시점에, 그것도 1면에 배치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내용을 놓고 보았을 때에도 예로 든 것들이 모두 ‘좌편향’적인 발언들이다.
24일 신문을 1면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는 독자는 조선일보의 의도대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그대로 수긍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팥 앙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이념공세라는 된장을 채워놓는다면 제대로 된 기사라고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찐빵을 먹고 싶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말은 법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의’를 왜곡한다. 11월 13일, 정부가 통보한 법외노조 효력을 법원이 정지시켰다. 정부의 일방적인 법외노조화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제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문도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찐빵이 맛있어서 눈물을 흘릴 정도는 안 되더라도 앙꼬가 없거나 엉뚱하게 된장이 채워져 있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

 

 

※ 제목의 ‘앙꼬’는 일본말로 ‘팥속’으로 순화해서 써야 하지만 보편적으로 쓰이고 이해가 쉽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쓰인 점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