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민낯보기] 종편 정책, 과감한 변화와 검토가 필요하다(2013년09호)
등록 2013.10.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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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정책, 과감한 변화와 검토가 필요하다

 

이완기 민언련 정책위원장 l wklee1020@gmail.com

 

 

2014년도에 있을 종합편성(이하 종편)·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을 앞두고 종편의 보도 실태와 재승인 심사 과정을 파헤치는 꼭지가 '날자꾸나, 민언련' 9월호부터 새롭게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9월 5일 종편 재승인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번 기본계획안 의결에 앞서 대법원 판결로 방통위의 2010년 종편승인심사 자료가 공개되었는데, 2010년의 승인심사는 결국 조중동을 위한 짜맞추기 심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주주 회피,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주주, 주주의 특정업종 편중, 비영리법인의 거액출자 등 종편의 주주구성에서 수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난 것이다. 종편은 미래저축은행 등 서민을 등쳤던 부도덕한 주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종편의 주주명단은 사업자 선정 시점과 승인장 교부 시점의 3~4개월 사이에 대거 변경되어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승인을 받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주주구성의 적정성과 건전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이러한 현실은 향후 종편의 미래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방송전반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번 방통위의 기본계획은 그동안 표출됐던 종편의 문제점을 깨끗이 씻어내고 종편에 의해 오염된 방송환경과 교란된 방송시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얼핏 방통위가 이번에 발표한 기본계획은 도입목표를 위한 사업계획의 적절성 심사, 심사기준의 공정성 제고, 지상파방송 등과의 형평성 고려 등 기본방향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총론의 기본방향과는 달리 각론의 구체적 내용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여전히 종편의 재승인을 위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선 심사기준 배점표를 보면, 총 17개 심사항목 중에서 4개 항목을 제외한 13개 항목이 비계량 평가여서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성격에 따라 계량화가 적절치 않거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항목도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2010년의 승인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상식의 선이 무너진 우리 사회에서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방안은 계량화 항목을 가급적 늘리고 계량에 필요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부분에 높은 배점을 준 것은 방송의 사회적 영향을 감안할 때 의미가 있지만 이 또한 기준과 비교대상이 없는 주관적 평가라는 점과 그 동안 방통위가 보여주었던 편향적 시각을 비추어 볼 때 우려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방통위 기본계획안은 총점 1000점 만점에서 650점 미만인 사업자, 개별 항목에서 과락점수(40% 미달)를 받은 사업자, 방송의 공적책임 및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등 주요핵심 항목에서 배점의 50%에 미달하는 사업자의 경우를 ‘재승인 거부’의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주요핵심 항목의 과락기준은 연구반이 제시한 기준(배점의 60% 미달)에서 후퇴했다. 더구나 여기에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회생장치를 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승인해주겠다는 방통위의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경영계획의 적정성, 방송발전 지원계획, 지역사회 기여 등을 연구반이 제시한 배점보다 대폭 낮추고 ‘관련 법령위반’에 대한 중복감점을 삭제한 것 또한 종편의 한계를 방통위가 살펴준 것이라고 판단된다. ‘시정명령의 횟수와 시정명령에 대한 불이행 사례’ 항목은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별도의 항목으로 분류해 높은 배점을 주어야 함에도 감점 방식으로 제한한 것 역시 부적절한 조치이다.


종편의 콘텐츠는 그 동안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극도의 편향성을 보였다. 지난 18대 대선기간 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 건수 19건 중 13건이 종편이었으며 지난 5월에는 5.18북한개입설 등 날조된 소문을 퍼뜨려 사회갈등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관한 제재 사항이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궁극적으로 종편에 대한 올바른 심사를 위해서는 종편이 그 설립 취지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고 출범 당시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느냐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 2010년의 심사 부실은 책임소재의 모호함에도 적지 않은 원인이 있다고 판단되며 그런 점에서 이번 심사위원들에게 분명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하며 심사위원이 매기는 평가점수나 회의발언 등은 실명으로 기록을 남겨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종편 설립 당시에 있었던 3조원의 생산유발효과, 2만명의 고용창출 등 산업논자들의 주장이 허구로 드러난 상황에서 차제에 종편정책 전반에 대한 과감한 변화도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