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건설노조 마녀사냥하는 정부, 건설자본에 휘둘리는 언론
박석운(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등록 2023.02.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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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보수언론의 건설노조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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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장관의 ‘건설노조 때리기’ 발언 및 경찰 특별단속 관련 조선일보(위) 경향신문(아래) 기사 제목 ⓒ 이미지 진보당 부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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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극적인 발언을 받아쓴 보수언론 기사 제목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찰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1계급 특진을 포상으로 내걸고 건설노조 200일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검거 시 1계급 특진’이라는 포상에 혈안이 된 일선 경찰은 경쟁적으로 마구잡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긴급실태조사’ 명목으로 건설현장 소장들에게 공통의 양식을 배포하면서 진술서 작성을 종용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업장에서는 노조와 건설회사 간에 이미 고용 합의가 돼 건설인력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개입하여 “고용 합의가 된 것은 어떤 직종이고 또 고용 합의가 안 된 것은 어떤 직종인지”를 확인하면서 “교섭 과정에서 협박은 없었는지”를 물어보고 경찰이 작성한 진술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또 다른 건설 현장에서는 현장 내에서 레미콘 차량과 스카이크레인 간에 접촉 사고가 발생했는데, 노조 간부가 해당 현장의 위법행위를 고용노동부와 구청에 산업안전법과 대기환경법 위반으로 신고하자, 경찰이 도리어 신고가 협박에 해당한다며 노조 간부를 출석시켜 조사한 일도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노조 비리가 분양가 상승 원인”, “경제에 기생하는 독”, “월례비, 전임비 3년간 1,686억 뜯겼다”, “건설노조 노조비 횡령은 빙산의 일각” 등으로 계속 쏟아내는 국토부 장관의 자극적인 발언을 마냥 중계방송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법에 의해 적법하게 설립된 노조의 조합원인데도 이 사람들은 사업자로, 또 건설기계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취급하며 노조가 임금 협약 요구안(표준 임대단가 인상안)을 제시한 것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부당행위로 취급하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보도만 보고 있으면 마치 건설노조가 부패 비리 집단이고 또 심각한 건설 비리의 원흉인 것처럼 착시 현상이 생길 정도다.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사실관계에 부합되는지, 아니면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지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연일 마녀사냥식으로 건설노조 매도만 난무하는 언론보도가 참담하다.

 

건설현장 실태, 하루에 한 명 꼴로 사망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산재 사망률이 높은 국가다. 2022년 1년간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644명으로, 그중 53.0%에 달하는 341명이 건설 현장에서 사망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만 하루에 거의 한 명꼴로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사망사고의 양상도 추락, 끼임, 부딪힘 등 재래식 사망재해가 전체의 65.3%에 달하고 있다. 이런 반복성 재해는 건설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취해진다면 상당수가 능히 예방될 수 있는 재해 유형이다.

 

경실련의 발표(2021.7.20.)에 따르면 2017~2020년 사이에 30평 아파트 건축비가 2억 5천만 원 상승했지만, 인건비는 300만 원 상승하여 무려 83배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렇게 분양가 상승 원인이 ‘건설사 폭리’에 있는데도, “노조 비리가 분양가 상승 원인”이라고 혹세무민 수준의 거짓말을 일삼는 국토부 장관의 발언을 검증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받아쓰기’만 하고 있다.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형성된 한국의 건설인력시장은 이른바 “오야지”, “십장” 중심의 인력공급체계로 돼 있다. 그러다보니 다단계의 불법 하도급 체계를 거치면서 부실시공과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현장이 되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윤을 독식하고, 현장 건설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 상태로 하루하루 목숨을 건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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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이 2021년 발표한 역대 정부별 법정건축비와 분양건축비 변동 분석결과. ⓒ 경실련 홈페이지

 

건설노조 조직화로 건설현장 고용구조 투명화 기대

 

그런데 건설노조 조직이 활성화되고 조합원숫자가 7만 5천 명에 달하게 되면서 건설 현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건설노련 산하에 (사)전국건설기능훈련센터가 설립되고 전국 10여 개 지역에서 무료 취업 알선센터, 건설기능학교 등이 운영되면서 건설 현장에서 중간업자(시다오케)를 배제하는 건설 현장 고용구조 투명화, 합리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건설노조 조합원과 철근콘크리트업체 등 전문건설업체 간에 시공팀 단위의 직접고용구조가 만들어지고 전국적인 임금·단체협약이 체결되면서,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도 8시간 노동체제로 변화를 이뤘다. 적어도 건설노조가 투입된 현장에서는 부실시공이나 부정부패가 근절되고 안전 작업이 정착되면서, 산업재해가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점차 건설 현장에 매년 임금인상이나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금 지급이 생기며, 젊은 사람들도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로 변하는 희망이 생겼다.

 

정부는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되는 노조전임비(타임오프) 등을 마치 노조의 부정부패와 비리라고 매도하지만, 노조법에 따라 모든 노조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조전임비(타임오프) 지급울 비리에 포함해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합비 횡령 사건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서 생긴 게 아니라,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모 노조의 사례에 불과한데도 싸잡아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매도하는 분위기 조성용으로 악용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

 

타워크레인 현장에서의 이른바 ‘월례비’ 문제는 당연히 근절돼야 하지만, 그 실상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례비는 연장근로수당의 성격이나, 복수 하청업체 간 우선 작업을 바라는 급행료 성격 또는 표준 양생기간을 불법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제공하는 금품 성격도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에 대한 원청 책임성을 강화하고 안전 작업을 현실화하는 것이 이런 월례비를 근절시키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정부의 정책 개선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불법적 불법·위험작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안전작업지침 준수를 요구해 왔는데, 이것이 타워크레인 임대사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고용차별을 행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매도하는 이유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성공하게 된다면, 건설 현장은 건설자본의 숙원인 ‘건설노조 없던 시절’로 회귀하고 말 것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체제 아래 시공 능력 경쟁이 아니라 인건비 후려치기식 경쟁이 난무할 것이다. 이로 인해 부실시공과 위험작업이 더욱 일반화되고, ‘건설 현장 산재사고 감소’라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비원(悲願)은 영영 실현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런 역주행 상황을 막고 건설 현장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을 자영업자의 성격도 일부 갖고 있다는 구실로 건설기계 노동자나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얼토당토않게 들이대면서 탄압하는 행위, 공정 채용 절차를 구현하기 위한 채용절차법을 악용하여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신 노동조합 등을 통한 건설기능인력 양성이나 무료 취업 알선 기능을 더욱 활성화하고, 건설 기능인력 등급제 등을 시행하여 능력과 자격에 따른 공정한 채용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이에 기반하여 노사 간 자율교섭을 통한 고용안정과 생산성 향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인 건설인력 정책 방향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본주의가 첨단화된 사회인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하이어링 홀(hiring hall)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건설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하이어링 홀을 통해서만 건설인력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협약(PLA)이 합법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노조나 사용자가 비조합원을 고용과정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비조합원은 노조 가입 또는 조합비에 상응하는 기금을 납부하여 건설노동자의 교육훈련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자본이 소유하고 있거나 건설자본에 사실상 휘둘리고 있는 언론기관들을 보라. 건설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정책을 도리어 선동하고 있는, 실로 우려스러운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당한 상황을 그냥 방관하고만 있을 것인가. 공영언론과 독립언론, 그리고 양심적인 언론인들과 시민언론 운동의 분투를 기대한다.

 

*시시비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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