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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별로 짚어본 정의연 보도③ 윤미향, 기부금 유용해 아파트 샀다?
등록 2023.07.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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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선생이 기자회견을 열자 언론은 경쟁적으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용수 선생이 문제를 제기한 본질과 거리가 먼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윤미향 의원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이 언론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관련 보도 다수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확인조차 거치지 않았습니다.

2023년 2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의연 활동가에 대한 혐의는 전부 무죄, 윤미향 의원의 경우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윤 의원도 사실상 대부분 무죄를 판결받은 셈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2020년 무차별로 쏟아낸 오보나 왜곡보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존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심지어 법원 판결과 검찰 수사를 비판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년 전 언론보도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언론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나온 의혹과 쟁점을 정리한 총 9편의 보고서를 싣습니다.

 

‘기부금으로 아파트 샀다’의 시작 : 곽상도·중앙일보

2020년 5월 7일 이용수 선생의 기자회견 중 ‘모인 돈이 할머니한테 쓰이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윤미향 의원이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윤미향 의원 개인 자금이 어디에 쓰였고 출처는 어딘지 묻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해당 지적은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가정하에서만 성립할 수 있으나,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 채로 ‘윤미향 의원이 돈을 이렇게 썼는데 이것이 기부금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보라’는 식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먼저 윤미향 의원의 집과 관련해 중앙일보 <[단독]곽상도 “윤미향 2012년 2억원대 아파트 경매로 현금구매”>(2020/5/18 현일훈 김기정 기자)는 당시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소스로 “아파트 자금 출처 등을 공개하라”고 보도했습니다. 곽 의원은 윤미향 의원 소유의 경기 수원 A아파트 등기부등본을 공개하며 “등본을 보면 근저당 등 담보물권설정이 없다. A아파트를 현금으로 산 것”이라는 이유로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곽 의원의 문제제기를 그대로 쓴 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윤 당선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는 한 문장으로 이 문제제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기부금으로 아파트 샀다’의 사실 : 예금·차입금으로 구매, 검찰 불기소

2020년 9월 14일 검찰은 윤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기부금을 유용해 자신의 주택을 마련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불기소를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경기 수원 아파트 자금 출처에 대해 “정기예금을 해약한 돈과 가족, 직원 등에게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단체 자금이 아파트 구매에 사용됐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참조: 한겨레, 뉴스1 기사).

 

‘기부금으로 아파트 샀다’ 보도 양상은?

첫 보도 후 취재 경쟁 붙고 해명하며 보도 증폭

중앙일보 기사가 나간 그날 하루, 윤 의원의 반박과 곽 의원의 재반박 등이 계속되면서 의혹은 증폭되었습니다. 인터넷 기준 오전 5시에 중앙일보 보도가 나온 뒤, 당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윤 의원은 “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살던 아파트를 팔았고요”, “당연히 경매는 현금으로 해요. 나라에서 진행하는 경매는”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오전 11시 16분 뉴스핌 <곽상도, 윤미향 ‘아파트 현금구매’ 해명에 “들통 날 거짓말”>(2020/5/18 김태훈 기자)에서 기자와 통화한 곽 의원이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이라며 “기존에 살던 아파트를 새 아파트에 들어오고 나서 8개월 뒤에 팔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같은 시각 올라온 중앙일보 <윤미향 “집 팔아 아파트 경매” 곽상도 “거짓말···시점 안맞다”>(2020/5/18 현일훈 기자)에서도 곽 의원이 “반박 자료를 통해” 윤 의원 해명이 거짓말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렸습니다.

 

오후 3시쯤 한국일보 <집 팔아 ‘2억대 경매 아파트’ 샀다던 윤미향… “예·적금 깨 구입” 말 바꿔>(2020/5/18 정승임 김현빈 기자)에서 윤 의원 해명이 보도됐습니다. 곽 의원 말대로 ‘경매로 산 아파트는 개인 정기적금, 예금, 가족 차입금 등으로 자금을 충당했고 이후 기존 거주하던 아파트를 팔아 가족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후 5시쯤엔 CBS노컷뉴스 <아파트 판 돈이라더니 “적금깨고 빌려”…윤미향 해명 번복>(2020/5/18 송영훈 기자)에서 윤 의원이 기자와 통화하면서 “기존 해명에 대해서는” “2012년 일이라 아파트 경매를 언제 했고, 언제 팔렸고 이런 것을 다 기억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윤 의원이 낸 설명자료를 가장 빨리 기사화 한 것은 오후 9시 21분 연합뉴스 <윤미향 “사퇴 고려안해”…아파트자금 해명 번복(종합)>(2020/5/18 이보배 기자)으로, “오래된 일이라 기억 착오였다”는 윤 의원 입장이 담겼습니다.

 

미래통합당 공세 그대로 전하는 언론들

윤 의원 해명 와중에 비슷한 다른 의혹이 덧붙게 됩니다. 19일 오전 3시 동아일보 <[단독]윤미향, 기존주택 보유한채 2차례 집 구입… 주택 갈아타기 과정 담보대출 한번도 없어>(2020/5/19 조동주 최고야 기자), 25일 오후 7시 38분 연합뉴스 <곽상도 “윤미향 가족, 집 다섯채 모두 현금으로 샀다”>(2020/5/25 조민정 기자) 모두 비슷한 의혹제기입니다.

 

동아일보 기사는 당시 서울 강서을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던 김성태 전 의원을 소스로, 윤 의원이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빌라,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것을 팔지 않고 새로운 주택을 구매한 것을 문제 삼는 내용입니다. 연합뉴스 기사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기사화한 내용입니다. TF 위원장인 곽 의원이 이날 회의에서 윤 의원 부동산 관련 내용을 공개하며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다섯채의 집을 모두 현금으로 샀다’고 문제제기했는데요. 곽 의원은 ‘1995년 수원시 빌라를 매수했는데 1992년 정신대할머니돕기국민운동본부에서 모금을 시작해 이때부터 자금추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연합뉴스를 포함해 언론은 이를 그대로 기사화했습니다. 두 기사 모두 윤 의원의 반론은 실리지 않았습니다.

 

‘기부금 유용’ 의혹이 기정사실로 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윤미향 수원 아파트 기부금’을 검색하면 306개 기사, ‘윤미향 아파트 매입 유용’을 검색하면 468개 기사가 나왔습니다. 의혹제기가 있었던 2020년 5월에 보도량이 대부분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기부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기정사실화됨을 알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윤미향, 기억 착오라기엔…너무나 거짓말 같은 쉼터와 아파트>(2020/5/19 백지수 기자), 머니투데이 <“윤미향, 그 시절 대출 없이 2주택 보유…시민활동하며 현찰부자?”>(2020/5/19 구단비 기자), 뉴스1 <윤미향, 수년간 ‘1가구 2주택’…담보대출도 없어 자금출처 ‘의혹’>(2020/5/19 이균진 기자). 조선일보 <배고프다한 할머니에 “돈없다”던 윤미향, 집 5채 현금으로만 샀다>(2020/5/25 원선우 기자)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다수 보도됐습니다.

 

이후 곽상도·중앙일보 입장은?

불기소 후에도 중앙일보 “꼬리 무는 의혹”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나온 직후 중앙일보는 <“윤미향 1억 개인유용” 6개혐의…아파트·유학비 의혹은 벗었다>(2020/9/14 위문희·권혜림·정진호 기자)를 내고 “정의연 공금을 아파트 구입이나 딸 유학비로 충당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라고 건조하게 전했는데요. 다음날 <[사설] 불법은 없었다던 윤미향, 횡령만 1억이라니…>(2020/9/15)에서 아파트 매입 자금 의혹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그동안 “의혹이 제기된 만큼 투명하게 밝히라는 언론의 취재는 당연하다”, “그런데도 토착 왜구, 불순한 의도를 지닌 공격이라며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었던 여당 의원들은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딸 유학비 3억도, 현금 3억도…다 남편보상금이라는 윤미향>(2020/9/16 김민상‧정유진 기자)에서 “수사 결과 발표에도 꼬리 무는 윤미향 의원 의혹”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맡았던 한 시민단체 대표 A씨”를 취재원으로 적고 “1994년 친정부모 교회 사택에서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던 윤미향 의원 부부가 어떻게 해서 아파트 다섯 채를 살 수 있는 지 검찰 수사를 통해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단독] 윤미향 혐의 반타작 기소···검 “허위공시 처벌규정 없다”>(2020/9/17 고석현·함민정·김기환 기자)에서도 불기소된 혐의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검찰 불기소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매 외 윤미향 대표나 남편, 친정 아버지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 자금 출처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는 의혹 가운데 반만 수사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검찰 처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 판결 이후엔 조용한 중앙일보·곽상도

‘기부금을 유용해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의혹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음에도 중앙일보와 곽상도 전 의원은 의혹을 감추지 않았는데요. 2023년 2월 10일 윤 의원 1심 판결 이후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에서 ‘기부금으로 아파트 구입’ 관련 의혹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일부 칼럼에서 1심 판결 자체에 대해 “너무했다”,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 전부입니다.

 

한편 곽 전 의원은 윤 의원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습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일당에게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요. 윤 의원 1심 판결이 나오기 이틀 전인 2023년 2월 8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되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5월 7일~2023년 2월 1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윤미향 아파트’로 검색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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