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이준석 ‘성폭력 혐오발언’ 보도, 받아쓰거나 선정적 인용하거나
등록 2025.05.30 10:23
조회 617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부적절한 표현과 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보고서 등에 인용할 경우 비노출(◯◯◯ 처리)하고, 해당 기사를 링크하지 않습니다. <편집자 주>

 

5월 27일 제21대 대통령 후보 3차 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자는 상대 후보 검증을 명목으로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를 언급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토론회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됐는데요. 이준석 후보자는 다음날인 5월 28일 반성 대신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심심한 사과를 한다”면서도 “정제해서 표현한 것”이란 억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준석 후보자의 이날 발언은 명백한 여성혐오적 언어폭력이자 모욕적 표현입니다. 언론은 이준석 후보자의 언어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짚고 비판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거나 이준석 후보자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데 몰두하며 본질을 흐렸습니다. 언어 성폭력과 여성 혐오를 재생산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살펴봤습니다.

 

비판 없이 각계 반응 전달만

표.PNG

△ 이준석 혐오발언 보도건수 신문(5/29)·저녁종합뉴스(5/28) ©민주언론시민연합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준석 후보자가 내뱉은 언어 성폭력 발언을 사설을 통해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이준석 후보자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채 단순한 사실 전달에 그쳤는데요. 특히 조선일보 <커지는 ‘젓가락 발언’ 논란…역공받는 이준석>(5월 29일 양지혜·주희연 기자)는 분석대상 8개 신문 중 유일하게 이준석 후보자의 폭력적 혐오발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실었습니다. 폭력적 혐오표현의 확산을 막아야 할 언론의 책임을 방기한 부적절한 행태입니다.

 

매일경제 <혐오성 발언 논란…이준석 “불편해할 국민께 사과”>(5월 28일 구정근·박자경 기자)는 두 문단의 짧은 분량으로 이준석 후보자 사퇴 요구와 이준석 후보자 입장만 전했습니다. 한국경제 <이준석 ‘여성신체 발언’ 논란에 “심심한 사과…끝까지 의혹 검증”>(5월 28일 안시욱 기자)는 정치권 공방으로 해당 소식을 전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은 ‘여성혐오 표현’이라며 이준석 후보를 몰아간 반면, 이준석 후보 측은 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기 위해 인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라며 정치권 입장을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MBC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도 이준석 후보자를 향한 각계 비판적 반응을 전했을 뿐 제대로 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없었는데요. MBC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한 ‘이준석 정치’?>(5월 28일 남효정 기자)에서 “특정 커뮤니티 여론에 몰입해 대선 후보로 나선 지금까지도 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TV토론장까지 옮긴 이준석 후보자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정치공학 계산에 집중한 TV조선·채널A

TV조선과 채널A는 정치공학적 해석에만 집중했습니다. TV조선 <뉴스 더/‘젓가락 발언’ 표심 영향은?>(5월 28일 이채림 기자)에서 윤정호 앵커가 “앞뒤 맥락을 보면 해당 발언이 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 같다”고 언급하자, 이채림 기자는 “원래 사전에 준비했던 발언은 아니라고 한다”며 이준석 후보자를 두둔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다음날 서울 여의도공원 유세 직후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언행이 사실이라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한 것과도 상반됩니다. 이채림 기자는 논란의 본질을 정치적 유불리로 축소하기도 했는데요. “내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준석 후보로서는 특히 여성 표심 타격이 불가피할 걸로 보인다”며 “이재명 후보가 곧바로 여성가족부 확대개편을 공약한 것 역시 흔들리는 여성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채널A <인터뷰/이준석 “나를 비난할 거라 예상 못해…불쾌한 표현쓴 것에 사과”>(5월 28일)는 이준석 후보자를 직접 인터뷰 했습니다. 동정민 앵커는 이준석 후보자의 언어 성폭력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려는 의도였는데”, “민주당이 오히려 총공세를 펴고 있다”고 질의하거나 “선거 판세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냐”고 물었습니다. 언어 성폭력과 혐오발언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정치 공세로 몰아가고, 선거 판세와 연결 짓는 부적절한 질문입니다.

 

이준석 ‘돼지발정제’ 주장도 그대로 받아썼다

매일경제 <“‘돼지발정제’ 홍준표도 사과했다”…‘젓가락’ 발언 논란에 이준석의 입장>(5월 28일 이상규 기자)은 이준석 후보자가 5월 28일 페이스북에 쓴 “2017년 대선에서도 돼지 발정제 표현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지만, 홍준표 후보는 자서전의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이준석 후보자의 언어 성폭력에 대한 비판이나 그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검증은 없었습니다.

 

MBN <뉴스추적/이준석 발언 파장…민주 ‘이준석 때리기’ 국힘 ‘검증 공세’>(5월 28일 최돈희 기자)는 한술 더 떠 이준석 후보자의 돼지발정제 발언이 “정면돌파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황당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국경제 <이준석 “홍준표는 돼지발정제 사과”…‘혐오 발언 논란’ 반박>(5월 28일 홍민성 기자) 역시 혐오발언을 반박했다며 이준석 후보자의 자기 정당화를 중계했습니다. 서울경제 <이준석 입 열었다 “민주진보진영 위선…비뚤어진 성의식에 책임 있는 입장 밝혀야”>(5월 28일 김소라 기자), 뉴스1 <이준석, ‘TV토론서 여성혐오 발언’ 비판에 “민주진보 진영 위선”>(5월 28일 박태훈 선임기자) 등도 이준석 후보자의 폐이스북 글을 옮긴 수준으로 중계했습니다.

 

반면, MBC는 <대선팩트체크/뜬금없는 ‘심상정’ 소환..이준석과는 달랐다>(5월 28일 이준범 기자)에서 2017년 대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자를 향해 심상정 의원이 성 관련 문제를 세게 제기한 전례가 있다는 이준석 후보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가 홍준표 후보자의 자서전 내용을 비판했지만 “‘성폭력 범죄’라고만 지칭했을 뿐 상세한 내용은 언급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는데요. 구체적인 단어를 거론하며 홍 후보를 비판한 것은 바른정당 소속인 유승민 후보였으며, “유 후보 역시 수위를 낮춰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즉 “이 후보가 충격이었다며 하루 종일 언급한 ‘발정제’라는 용어는 정작 당시 토론회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폭력 표현 제목에 옮긴 조세일보·전자신문

이준석 후보자의 저급한 성폭력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쓴 보도도 있습니다. 조세일보 <이준석, TV토론에서 ‘형수 욕설’에 ‘000 000’...민주 “끔찍한 언어폭력”>(5월 27일 이성휘 기자)과 전자신문 <이준석 “000 000”에도...이재명 “통합 대통령 되겠다>(5월 27일)가 대표적입니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노린 부적절한 보도인데요. 조세일보는 이준석 후보자의 폭력적인 혐오 표현 전체를 여과 없이 인용해 상세히 전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비판이 이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자신문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후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제목에는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다수 언론은 이준석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을 본문에 무분별하게 인용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준석’을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뉴시스, 뉴스토마토, 서울신문, 매일경제, 중앙일보, 문화일보, 쿠키뉴스, MBN, 디지털타임스, 더팩트, 아주경제, 뉴스1, 서울경제, 위키트리, 세계일보, TV조선, 오마이뉴스, 경기신문, 동아일보, 이투데이 등이 이준석 후보자의 언어 성폭력 표현을 기사에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이런 보도행태는 언론이 혐오 표현에 대한 비판자가 아닌 선정적 전달자로 전락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루머와 카리나까지 등장한 저급한 보도

이준석 후보자의 발언을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와 연관 짓는 보도까지 등장했습니다. 뉴데일리 <‘카리나’ ‘DJ 소다’ 사진에 “0000” “0000” 댓글…대선 토론에 ‘이재명 아들’ 악플 재소환>(5월 28일 조광형 기자)은 이준석 후보자의 막말 인용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이재명 후보자 장남을 고발했던 사건을 언급했는데요. 여기에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빨간 숫자 ‘2’가 적힌 점퍼 입은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TV토론과 무관치 않다”, “저항의 표시”라는 온라인 반응을 인용하며 근거 없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이재명 후보자 아들과 카리나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라며 카리나 사진에 달린 댓글을 포함해 이재명 후보 아들이 썼다고 가로세로연구소가 주장했던 선정적인 댓글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금강일보 <카리나, ‘이재명 아들 추정 인물’ 발언 피해자?...정치색 논란 확산>(5월 29일 최민석 대학생 기자) 역시 카리나와 이재명 후보자 아들을 연관 지었는데요. 카리나가 “과거 이재명 후보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한 성희롱성 발언의 피해자로 지목된 바”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전했습니다. 전 국민을 성범죄 피해자로 만든 이준석 후보자의 언어폭력 사태에 대한 본질은 제쳐두고, 온라인 루머를 빌미로 연예인을 끌어들여 클릭수를 올리려는 저급한 보도에 불과합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5년 5월 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센터>

② 신문 : 2025년 5월 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③ 2025년 5월 28일~2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준석’으로 검색한 기사

 

<끝>

 

2025대선모니터_20250530_00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