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검찰의 삼성에버랜드 편법상속 의혹 고발사건 수사'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3)
등록 2013.08.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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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재벌 보도, 불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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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지검 특수2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 등에게 에버랜드 사모전환사채(CB)를 헐값에 넘겨 회사에 9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가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삼성 측은 당시 비상장주식의 저가 발행은 업계 관행이며, 에버랜드가 저가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에버랜드가 실거래가가 8만5천원에 달하는 주식 125만여주를 7천7백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낮은 액수로 넘긴 사실과 다른 삼성계열사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점을 들어 배임 혐의를 확신하고 있다. 또, 검찰은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지시와 공모행위에 대해서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의 '편법 상속' 의혹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검찰의 삼성 수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재벌들의 편법상속 문제를 뿌리뽑을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 조사에 대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가장 대표적인 신문은 중앙일보로 3일까지 단 한 건의 관련 기사만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삼성에버랜드 편법상속 의혹'관련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한겨레·경향 등은 검찰의 삼성 에버랜드 기소 사실을 보도하며 재계의 편법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과 경영권의 '불법 세습' 문제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2일 1면 기사 <에버랜드 CB 헐값 매각 전·현사장 배임혐의 기소>에서 '삼성에버랜드 측이 사모전환사채를 헐값에 넘겨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곽노현 한국방송대 교수를 비롯한 전국 교수 43명의 고발내용을 언급하며 "검찰이 허사장 등의 전환사채 헐값 발행 및 매각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차원의 지시와 공모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5면 기사 <재벌가 경영권 '불법'세습에 칼날>에서는 삼성 그룹의 편법 상속 수법을, <"배임기소 전례되나">에서는 검찰의 기소 배경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3일 사설 <삼성 '편법상속 의혹' 수사 엄정해야>에서 한겨레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정치권력의 불법·비리를 파헤치는 것과 함께 경제권력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경향도 2일 1면 기사 <에버랜드 CB 헐값매각 기소>에서 검찰의 이번 기소를 "검찰이 재벌기업의 CB 저가발행을 배임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비상장주식 거래를 통한 재벌의 편법상속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5면 기사 <부 편법 대물림 '뿌리뽑기'>에서는 "(검찰 수사)삼성 비서실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 여부와 재용씨 연루 여부에 맞춰져 있다"며 검찰의 기소를 "재벌의 편법 상속과 부의 대물림 구조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평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2일 2면에 기사 한 건을 실어 의제 축소를 시도했으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했다.
조선은 2일자 1면 기사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2명 기소>에서 검찰의 기소 사실을 전했지만, 사설을 통해 수사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사설 <수술대 오른 대기업 편법상속 관행>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적 경영 관행을 바꾸는 충격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재계의 편법 상속 관행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배경에 대해서는 "정치 자금 수사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끄집어냄으로써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을 사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는 2일 1면 기사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2명 기소>에서 검찰의 기소 사실을 언급하며 "피고발인인 이 회장과 저가 발행의 실제 수혜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재용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또, 5면 기사 <검찰 "CB 저가발행 3자배정은 위법" 삼성 "법-관행따라 적정가격에 발행">에서 검찰과 삼성측 입장을 각각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과 삼성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는 분석에 그쳐 재계의 편법 상속 문제에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동아가 이번 기소를 '삼성' 개별 재벌의 문제로 의제를 축소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재벌의 불법적·탈법적 상속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재벌이 계열사를 동원하여 그룹 전체를 쥐락펴락하며 '편법상속', '경영권 세습' 등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검찰의 삼성 수사는 재계 전체의 '편법·불법 상속' 관행을 근절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사안을 축소하고 엉뚱한 '정치공세'로 몰고 가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번 삼성에버랜드 관련 수사의 전모가 드러날 경우 초래될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는 아닌가.
더구나 그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일부 대기업의 불법·탈법 행위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방조해온 책임이 크다. 이들은 검찰의 대기업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자 엉뚱하게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일부 대기업들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실으며 검찰 수사를 압박한 바 있다. 언론사주 일가들과 재벌가 간의 혼인 등을 통한 '인맥 카르텔'을 고려할 때 일부 언론의 이 같은 재벌비호형 보도는 편파의 도를 넘어 불순하기까지 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


 

2003년 12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