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열린우리당 정체성’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30)
등록 2013.08.09 16:03
조회 296

 

 

 

언론은 열린우리당을 길들이려 하지 말라  
..............................................................................................................................................

 

 

 

열린우리당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강원도 양양에서 '17대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이미 예견됐던 것처럼 이번 열린우리당의 워크숍에서는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격론이 펼쳐졌다. 토론에서는 '개혁과 진보'의 입장을 분명히하자는 의견이 개진되었으며, 정동영 의장 등은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성향의 인물들로 구성된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은 그 결과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도 열린우리당의 당 정체성 문제를 가다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토론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의 '이념성향'을 구분해 편가르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여당의 책임감' '국정 안정' 등을 강조하며 열린우리당의 개혁적 행보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28일 일제히 사설을 내고 열린우리당이 워크숍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것을 적극 환영하며, 개혁을 '혼란'과 '이념논쟁'으로 몰았다.
"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를 중심 노선으로 잡아나가는 흐름 역시 다행스러운 일…섣부른 이념지향의 경제처방전을 잘못 내놓았다 경제를 더 상하게 할 경우 우리는 이를 회복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세계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르는 처지"(조선일보)
"이들이 주도하게 될 각종 개혁이 과격성을 띨 경우 보수그룹인 한나라당과 충돌하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자세는 이런 염려를 일단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보여진다…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공허한 이념 논쟁에 목청을 높이고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일을 소리없이 챙기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중앙일보)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른바 실용주의파가 개혁우선론자들에게 완승을 거뒀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시대의 흐름으로 보나 우리가 처한 현실로 보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기 때문이다"(동아일보)


여기에 더해 29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열린우리당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문제삼는 등 연일 열린우리당의 '노선'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29일 1면 <최우선 외교통상 파트너 여당선자 63% 중국꼽아>에서 "국회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63%가 앞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외교통상 상대국으로 미국이 아닌 중국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은 우리정부가 유엔의 대국인권 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에대해서도 "설문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응답이 82%였고, '찬성표를 던져 북한 인권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가 18%였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5면 <중국파"실리는 대륙에" 미국파"그러다 큰일나">에서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을 중국파와 미국파로 나눠 이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개인 의견을 실었다. 조선은 사설 <'중도 진보' 여당에 대한 의문>에서 "문제는 이들이 우리는 '중도진보'라고 말할 때 그 중도 진보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이들이 실제로 그리는 국정에 대한 구상과 설계가 중도진보란 위치 설정과 부합하는지도 확인불능이다"라고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조선은 중국을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외교 통상 대상국으로 꼽고 유엔 대북결의안 기권을 지지한 것을 거론하며 '중도적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 '중도진보에 대한 의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딴죽을 걸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29일 4면을 모두 열린우리당의 이념성향 문제에 할애했다. 동아는 <정치, 중도로 간다>에서 "중간층을 차지하기 위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며 각 정당이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약간 오른쪽으로">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응답자의 6%만 '진보'라고 답했을 뿐 56%가 '중도 진보', 28%가 중도, 10%가 중도 보수라고 밝힘으로써 이른바 90% 이상이 중도로 자신을 분류했다"며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중도'로 규정했다. 그러나 동아는 "구체적 정책에서는 진보적 색채가 반영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함께 보도했다. 또 <미80년대부터 '중간 쏠림' 현상>에서는 미국의 예를 들며 "탈 이념화와 실용주의 경향이 확산됐고 경제 성장과 복지의 상호 보완적 성격이 강화되면서 중도수렴 현상은 각구에서 보편화되는 경향"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29일 <"나는 중도진보" 56%>에서 "당선자들의 이념 성향은 보·혁의 척도가 될 정책현안이나 외교적 시각에 투영되고 있다. 당선자 다수가 개혁적 색채를 띠면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무게를 뒀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이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호주제 폐지 등에서도 개혁적인 답변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29일 6면 <우리당 당선자 "중도진보" 절반 넘어>에서 설문조사 내용을 보도하며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이념 성향에서 오른쪽의 한나라당, 왼쪽의 민주노동당과 비교적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겨레는 "구체적인 정책현안에서도 대체로 '진보성향'을 드러냈다"며 "그러나 경제와 사회 분야 등 일부 항목에서는 예상 밖의 '보수성향'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열린우리당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29일 1면 머리기사 <우리당 개혁 후퇴조짐>에서 "당 지도부는 '이념보다는 실용'을 내세워 기업 투자활성화 등 쟁점이 적은 문제부터 풀고 국가보안법, 언론개혁 등 보수층 반발이 예상되는 문제는 후순위로 미뤄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4면 <정동영 '변화보다 안정' 주도>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찾기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며 정 의장 등이 주장한 '실용주의'에 대해 "특정 사안을 대하는 태도이지 당의 노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장의 실용주의가 개혁후퇴로 비쳐지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설문조사와 관련해서는 <당선자들 진보성향 비교적 뚜렷>에서 이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열린우리당 '길들이기'를 중단하라. 연일 도표를 그려가며 열린우리당 내 의원들 성향분석에 여념이 없던 일부 신문들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의 '노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태도야말로 열린우리당을 1당으로 만든 국민들의 민의를 무시하는 오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총선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범개혁진보세력이 국회 과반을 넘었다. 부패정치와 탄핵 등 정치권의 오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국민들은 17대 국회가 그간 미뤄왔던 각종 개혁입법들을 처리해 우리 사회가 민주화와 통일의 길로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신문이 열린우리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뻔하다.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의 '보수성향'을 부추겨 개혁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열린우리당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과 열린우리당을 길들여 당내 보수세력을 부추겨 분열을 이끌어내려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 사이에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조선일보식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열린우리당이 '조선일보식 프레임'에 갇힌다는 것은 촛불로 탄핵을 저지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혁과 실용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2004년 4월 3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