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열린우리당 4대 개혁입법안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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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침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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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지난 17일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보완,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 기본법 제정, 언론관계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안’을 확정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입법안’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들은 법안이 당초의 개혁 취지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해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법 모두에 반대해왔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은 시민단체들과 반대 방향에서 여당의 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4대개혁입법에 반대하는 사설을 실었으며, 19일에는 조선, 중앙, 동아가 국보법 폐지 및 형법보완에 반발하는 사설을 일제히 실었다.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입법안이 확정 발표되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개혁입법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질 정치적 논란을 거론하며 ‘분열’과 ‘혼란’을 부각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8일 <문제 법안들 힘으로 밀어붙이지 말라>에서 개혁입법안 처리 과정의 논란을 ‘진흙탕 싸움판’에 비교했다. 이어 중앙은 “이런 잘못을 바로잡는 법안을 제?개정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엔 타당한 것 같다”며 개혁입법안의 필요성을 일견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그런 명분의 뒤에 숨어있는 정치적 의도”라며 그 의도가 “사회주도 세력을 확실히 교체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순리”라며 ‘경제살리기’에 힘쓰라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18일 <나라를 끝없는 분열로 몰아갈 셈인가>에서 ‘분열’ ‘파행’ 운운하며 법안 처리과정에서 불거질 논란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동아는 4대 개혁법안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면 ‘쟁점 법안’일 뿐”이라고 폄훼했으며, “법안의 일부 조항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개혁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했다. 또 여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들만 선이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악이라는 독선과 아집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일에는 국보법 폐지 및 형법 보완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가 사설을 실었다. 이들 신문은 사설 제목에서부터 ‘누가 간첩을 잡겠는가’, ‘공산당 창당도 무방’ 운운하며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나섰다. 또 ‘간첩 처벌이 어렵다’, ‘세종로 네거리에서 인공기 흔들어도 처벌어렵다’ 운운하며 억지 상황을 가정해 놓고 국보법이 폐지되면 ‘간첩 처벌이 어렵다’는 식의 거짓말까지 동원해 위기감을 부추기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이런 세상에 누가 간첩을 잡겠는가>에서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으로 보완하기로 한 열린우리당의 개혁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열린우리당의 안에 대해 공안전문가들이 허탈해하고 대검 공안부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야 할 정도라며 ‘국가안보 위기상황’을 부각하고 나섰다. 이어 “보안법마저 없애겠다는 정권의 집착은 결국 이 나라를 ‘무장해제’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런 세상에 누가 간첩을 잡겠으며, 그런 생각이 있다 한들 또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9일 사설 <‘공산당 창당’도 무방하다니>에서 열린우리당의 안에 대해 ‘북한에 대한 인식부터 문제’라며 “남북이 대치해 총을 겨누는 상황은 안중에 없고 마치 평화로운 이상사회에 사는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란 여부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찬양고무나 참입탈출 조항이 사라졌다”며 “‘간첩죄’의 처벌 여부를 놓고 공안당국이 고민해야 하는 국가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사실을 호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9일 <‘국보법 폐지’ 여당안에 반대한다>에서 “국민 전체의 여론과 정서를 살피지 않고 소수의 진보세력만 의식하는 386의원들의 행태는 용납되기 어렵다”며 “국보법의 무장해제를 하는 것은 위험할뿐더러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혁입법안 추진에 대해 “개혁 독선”이라고까지 몰았다.


경향신문은 정치권이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라고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 <정치권 협상테이블로 나오라>에서 ‘정치권의 소모적인 힘겨루기’라는 식으로 개혁입법을 정당간의 갈등으로 보도했으나, “각론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할 때”라며 “(한나라당이)말로만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당론을 정해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해 조선, 중앙, 동아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여당을 향해서는 “이성적인 대화와 양보를 통해 타협을 이뤄내는 것 외에 달리 해법이 없다”고 당부했다.
한겨레신문은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입법의 의의를 평가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문제를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18일 사설 <개혁입법은 우리 시대의 과제>에서 여당의 4대 개혁입법안에 대해 “기득권 세력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악용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발전을 저해해 온 대표적인 악법들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왜곡되어온 관행을 바로잡아 빈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나아가자는 국민적 열망을 구현시키자는 것”이라고 그 의의를 평가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 “기득권 세력을 등에 업고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당리당략적인 정치적 의도”라고 지적하며 “개혁입법의 역사적 의미를 천착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청산, 교육개혁, 언론개혁은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시급한 과제들로,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의제들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입법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완전히 담아내지 못해 문제로 지적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정치적 분열, 혼란, 안보불안 운운하면서 개혁과제들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왜곡하는 데 대해 우리는 기가 막힌다.
국보법을 폐지하자고 하면 나라가 거덜날 듯이 호들갑을 떨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재단의 전횡을 막자고 하면 ‘교육쿠데타’ 운운하고, 과거의 진실을 밝히자고 하면 ‘경제도 어려운데 웬 과거청산이냐’는 엉뚱한 논리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언론을 개혁하자고 하면 ‘언론자유 침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부 신문들에게 우리는 묻고 싶다.
진정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가는 집단이 누구인가. 국민들이 개혁 과제를 차분하게 논의하고 대안을 찾을 수 없도록 ‘극단적 대립’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는 집단이 바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아니던가. 개혁 과제를 성숙하게 보도할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그것이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된다. <끝>

 

 
2004년 10월 1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