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버티는 거야, 버티면 다 되는 거야…진짜? | 김봄빛나래 교육콘텐츠팀 활동가
등록 2022.12.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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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자, 버티는 거야. 버티고 보는 거야. 인생은 버티는 거야. 버티면 다 되는 거야.”

 

발라드 듀오 다비치의 멤버이자 12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강민경 씨가 최근 유행시킨 말입니다. 특히 2030 직장인들에게 ‘출근을 버티는 밈(meme)’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존버’(비속어 존*+버티다의 합성어를 줄인 말로 매우 힘든 과정을 거치거나 혹은 참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 ‘현생탈출’(현실생활을 벗어난다는 의미)이란 용어가 유행했을 때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매 순간을 즐겁기보다는 힘든 데도 꾸역꾸역 버티며 사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퍽 버티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정말 재미가 없었거든요. 수능 문제를 맞추는 데 효과적인 질문은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요?’, ‘작가의 전기(傳記)를 읽어 봤을 땐, 이 해석도 가능한데요’ 따위 질문으로 선생님들께 “그런 질문은 교수님한테 해라”, “토론하고 싶으면 대학교 가서 해라”는 말만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대학 가면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고 질문도 마음껏 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고 재미없는 공부를 꾸역꾸역 버텨내고 대학에 갔습니다. 대학 생활은 물론 재밌고 즐거운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공부는... 대학 공부는 글쎄요... 1전공에 복수전공, 부전공까지 했지만 지금 당장 대학에서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걸 말해보라고 하면 딱 두 개만 생각납니다. 모두 교수님들의 지나가는 말이었습니다.

 

‘여러분 중 90%는 경영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살아갈 겁니다. 경영학을 CEO 마인드가 아니라 노동자의 마음으로 배워보세요.’ - 경영학부 A 교수님

 

(한국 대통령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모습을 담은 외신 기사를 제시하며) ‘한 나라의 국격은 의전에서 비롯되고 의전에서 알 수 있다.’ - 미디어학부 B 교수님

 

왜 굳이 이 두 개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습니다. 대학 공부도 막상 해보니 취업을 위해 버텨내는 과정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후엔 구직으로 지난한 과정을 버텼고, 지금은 민언련에서 활동가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하루를 버티는 건 보편적인 직장인 분들과는 좀 다를 것 같긴 합니다.

 

우선, 뉴스 같지도 않은 뉴스를 봐야 하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빈폴골프 패딩을 입었다고 대서특필해 ‘완판남’ 이미지를 부각하는 보도를 보고 콧방귀를 안 뀔 수가 없더라고요. ‘핵인싸 패션리더’로 이재용 회장의 이미지를 메이킹해준 언론이 과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수조 원대 회계조작 의혹에 관한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 대해선 어떻게 기사를 썼을지 궁금, 아니, 안 궁금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관련 보도에 무분별하게 2차 가해를 저지르는 댓글을 모니터하는 것도 민언련 활동가들이 버텨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저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언련 활동가들은 기사 같지 않은 기사, 폭력적인 미디어 속 혐오와 차별을 ‘보기만’ 하지 않습니다. 서혜경 활동가는 이 회장 패딩 관련 문제 기사를 모아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해 시민 여러분께 알렸고요. 서혜경 활동가는 물론이고 공시형, 박진솔, 조선희 활동가 등 미디어감시팀은 2차 가해 댓글과 SNS 글을 모아 명백하게 문제가 있을 경우 삭제 혹은 게시 중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쓴 너는 무얼 하고 있느냐, 물으실 테죠? 물어봐주시길 바라고 씁니다.

 

저는 학보사, 영자, 교지, 대학방송 등 대학언론에서 활동하는 기자님들의 실전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민언련 2023 겨울 대학언론강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1992년부터 매년 여름, 겨울방학마다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현직 기자님들을 모셔 대학언론인에게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학언론강좌를 열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실무를 전담해 원혜인 신입 활동가와 함께 유익한 강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스 같지 않은 뉴스에 지친 제 심신을 달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면서, 어떤 기사를 써야 하는지 고민하며 할당된 기사를 ‘쳐내’며 버티는 기자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기사를 쓰고자 하는 기자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저 알고서도 외면하거나 버티기보다는 변화시키는 데 지치지 않고 힘을 쏟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저 자신, 그리고 우리 회원 여러분 모두 파이팅입니다.

 

교육콘텐츠팀 활동가 김봄빛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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