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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의 ‘시청자 사과 명령 조항 위헌’ 판결에 대한 논평(2012.8.24)
등록 2013.09.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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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사과 명령’ 위헌 결정
- 관련법 개정으로 악용 사례 막아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게 ‘시청자 사과’를 명령할 수 있는 방송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23일 헌법재판소는 방송법 100조 1항 1호 중 ‘방송사업자가 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내리는 ‘시청자 사과’ 명령이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시청자에 사과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며 “주의, 경고 등의 조치로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사과를 명령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2월 MBC <뉴스 후>는 케이블TV를 예로 들며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에 진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지적하고, 신문방송겸영 확대에 대한 여론독과점 현상을 다뤘다. 또 2009년 1월 ‘방송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서는 언론노조의 파업 이유, 당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 유인촌 장관의 신문방송겸영 확대에 대한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그러자 2009년 3월 방통위는 ‘심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시청자 사과’라는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시청자 사과는 방송재허가 심사에서 4점이 감점되는 최고수준의 중징계다. MBC는 방통위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직권으로 근거조항인 방송법 100조 1항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낸 것이 23일 결정 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는 2008년 8월에도 MBC <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 안전한가’ 편에 대해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MBC 경영진은 사과 명령을 통보받자마자 사과 방송을 내보내 이명박 정권에 굴복 했다는 비난을 자초했었다. 심지어 2011년 9월 ‘쪼인트 사장’ 김재철 씨가 대법원의 < PD수첩> 무죄판결 취지마저 부정하는 ‘자체 사과방송’을 내보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온갖 탄압을 뚫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한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정권의 눈치를 보며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한 것이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23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취지를 존중하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대체하는 새로운 조치가 필요한지 여부, 방송법 개정 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하여 조속히 검토”하겠다는 짧은 보도자료를 내는 입장표명에 그쳤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주구로 ‘공정성’과 ‘객관성’은 내팽개치고 ‘청부심의’, ‘정치심의’에 몰두한 것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는 몰염치한 행태이다. 또 ‘새로운 조치’도 위헌을 피해 또 다시 비판 프로그램을 탄압하려는 의도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감출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벌어진 언론탄압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특히 방송장악을 위해 방통위를 앞세워 징계를 내리고, <뉴스 후>나 < PD수첩>이 마치 잘못된 보도를 한 양 호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게 했다. 하지만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 등이 제기했던 < PD수첩> 제작진들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도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고, ‘시청자 사과’ 근거 조항마저도 위헌 결정이 났다. 이렇듯 방송장악을 위한 사과명령 남발로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던 이명박 정권이야 말로 국민, 시청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행태를 반성하는 한편 관련 법 개정으로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끝>
 
 
 
2012년 8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