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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의 파업종결과 현장복귀 결정에 대한 논평(2012.6.8)
등록 2013.09.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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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대의가 보도현장에서 구현되길 기대한다
 
 

KBS새노조는 95일간 지속돼온 파업을 종결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KBS새노조가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일념으로 장기간의 힘든 파업투쟁을 꿋꿋하게 지속해온 데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 투쟁을 통해 새로운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비판 프로그램 부활, 부당징계의 회복 등 공정방송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현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데 대해 공감하고 존중한다.
노사합의안은 △방송 정상화를 위해 8일 05시부터 파업 중단 및 업무 복귀 △2012 대선방송 등 공정방송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 △상호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영방송 조직문화 만들기 노력 △라디오 매체 활성화 위해 노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은 어제 대의원대회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정방송위원회에 노조위원장과 사장이 동시에 참여하는 조항과, 탐사보도팀 신설, 라디오 주례연설 폐지 추진, 징계최소화, 본부장 거취 논의 등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소개하고, 이들 토대로 현장에서 공정방송 실현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경영진들은 잘못된 정권홍보 방송을 비판하거나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내부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일체 무시하고, 더 나아가 징계와 고소 및 유배 등 탄압으로 일관했다. 이번 KBS 노사의 합의는 공정보도를 위한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에 대해 사측이 이명박 정권 이후 처음으로 귀 기울이기로 했다는 점에서 작지만 소중한 성과이자, 동시에 새로운 투쟁의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되찾기 위한 KBS새노조를 비롯한 MBC‧연합뉴스‧YTN‧국민일보 등 언론사 노조의 지난한 파업투쟁은 이명박 정권이 자행한 불법부당한 방송장악의 실상과 폐단을 널리 알려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한, 각사 내부구성원들에게 민주적 여론형성의 매개자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을 돌아보게 했고, 언론자유와 민주언론의 담지자로서 그 내부 구성원들을 새롭게 결집시켰다.
역사상 유례없는 고된 장기파업은 조합원들에게 언론의 공적 가치와 내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불어넣고,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뼛속 깊숙이 새겨 넣었다. 이는 각사 노조가 큰 고통을 감내하며 벌여온 장기 파업투쟁의 소중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과이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은 독재정권의 시녀로 타락해 국민을 기만해온 공영 매체들이 이들로 인해 언젠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파업을 종결하고 현장에 복귀하는 KBS새노조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그동안 벌여온 파업투쟁의 전체 대의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내부장치 확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번 노사합의는 공정보도와 국민의 알권리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그 합의는 이번 파업투쟁의 전체 대의와 단절되지 않고 바르게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다 발현할 수 있다.
정권의 낙하산 김인규 사장 등이 자행했던 정권홍보 방송과 반민주적 방송통제 그리고 가혹한 탄압을 기억하고 그 책임을 묻는 일, 정권 유착자가 다시는 사장으로 투하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는 일, 이명박 정권이 KBS를 비롯 공영매체들을 불법부당하게 장악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사찰까지 자행했던 방송장악과 민주파괴의 범죄적 추악상을 규명하는 일, 그리고 그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일, MBC‧연합뉴스‧YTN‧국민일보 등 대의를 함께 했던 공정언론쟁취 투쟁의 동지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일 등 파업투쟁의 전체 대의는 현장복귀 이후 공정보도를 위한 현장투쟁과 병행하여 또는 그 연장선에서 더욱 강고하게 지속되어야만 한다.
 
또한, 불필요한 기우이길 바라지만, 그간 사측의 행태로 볼 때, 사측이 약속을 어기고 이번 노사합의를 훼손하고 노조를 기만하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대선이 가까워지는 민감한 상황에서 사측이 부당징계·막장인사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고 불공정 보도의 화근을 방치하는 경우나, 또는 편파·왜곡 보도를 시정하지 않고 대선 공정보도위원회를 무의미한 말싸움의 난장으로 무력화시키는 경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러한 합의위반과 배신이 현실화될 경우, 새노조를 비롯한 KBS내 양심세력들이 더욱 더 분연히, 더욱 더 당당하게 떨쳐 일어설 것을 미리 당부해두고자 한다. 공영방송을 지켜내고, 언론을 바로 세우길 염원하는 국민들의 뜻은 언제나 한결같다. 혹시 또다시 어려운 시기가 오고, 거리로 다시 나서게 되더라도 국민들은 언제나 그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끝>
 
 

2012년 6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