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신영철 파문’ 관련 판사 이름과 사진을 공개한 18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논평
등록 2013.09.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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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사법부 길들이기’ 행태, 자멸의 길이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파문을 놓고 ‘이메일 공개가 문제’라고 본질을 왜곡해왔던 조선일보가 18일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전화 인터뷰까지 실었다.
  조선일보는 12면 기사 <신영철 대법관 이메일 유출 경위도 조사키로>에서 “대법원이 신 대법관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판단 등 사건 처리가 일단락된 뒤 신 대법관의 이메일이 뒤늦게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규명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밖의 세력을 동원해 재판권 독립이라는 명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또 다른 재판권 침해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진상조사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의 국회 법사위 출석발언을 전하며 ‘이메일 유출 조사’에 힘을 실었다.
  이어 “법원 내부에선 일부 언론에 신 대법관이 보낸 이메일을 유출한 당사자가 김기영 광주지법 부장판사(지난해 당시 형사단독)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몇몇 다른 형사단독 판사들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 바로 아래 <“인사 불만? 법원 위해서 한 일”>에서는 ‘신 대법관의 이메일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김기영 판사를 전화 인터뷰한 내용과 함께 그의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가 김 판사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인터뷰’가 아니라 ‘취조’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조선일보는 “이메일을 언론에 공개한 이유는”, “다른 판사들과 의논한 일인가”, “이메일을 받은지 몇 개월 지나서 공개하게 된 이유는”, “인사불만 때문에 폭로했다는 얘기도 돌던데”,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도 문제제기를 할 것인가” 등등 시종일관 김 판사에게 잘못을 추궁하는 듯 썼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김 판사의 답변을 정리하면서 “…”를 남발해 김 판사가 말끝을 흐린 것으로 처리했다. 이런 식의 답변 처리는 ‘김 판사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신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조선일보의 오늘 보도행태는 “이메일 공개를 조사해야 한다”는 물타기용 주문이 통하지 않자, 스스로 판사들을 조사하고, ‘단죄’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한마디로 통제받지 않는 ‘언론권력’이 어디까지 엇나갈 수 있는지를 조선일보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조선일보가 이런 무리수를 쓰는 의도가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동안의 여론왜곡 시도가 통하지 않은 데 대한 분풀이일 수도 있고, 소장 판사들과 전쟁을 불사한다는 각오로 끝까지 ‘이메일 공개’를 물고 늘어지면 지금이라도 여론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을 지도 모른다. 또 이번에는 소장 판사들과 국민여론에 밀렸지만 판사들을 향해 “우리 조선일보에 밉보이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져 ‘사법부 길들이기’를 하겠다는 장기 구상일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제 맘에 들지 않는 판사의 옷을 벗겨보겠다는 극악하고 천박한 동기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의도가 무엇이든 조선일보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를 둔 것이다. 사법부의 권위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 법조인이라면 오늘 조선일보 보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박재영 판사를 향해 “법복을 벗으라” 운운했던 조선일보 사설이 법조계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는 조선일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조선일보의 오만한 “사법부 길들이기”는 더 큰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국민들은 ‘재판 개입을 공개한 판사’가 아니라 ‘재판에 개입한 대법관’을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를 ‘단죄’하듯 이름과 얼굴을 지면에 공개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여론이 뒤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면을 악용해 제 맘에 들지 않는 판사를 공격하는 조선일보의 치졸함을 보여줄 뿐이다.
  조선일보의 ‘오만’과 ‘오기’가 스스로를 망치고 있다. <끝>
 
 
2009년 3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