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의 신경민 앵커·김미화 씨 교체 움직임에 대한 논평(2009.4.9)
등록 2013.09.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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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경민·김미화 교체’로 무엇을 얻으려는가?
 
 
 
  MBC가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와 라디오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MBC가 주요하게 내세우는 신경민 앵커 교체 명분은 ‘시청률 제고’라고 한다.
  3월 부임한 전영배 신임 보도국장은 지난 7일 기자회 기수 대표단 회의에서 신 앵커 교체 사유로 “클로징 멘트가 어렵고 주관적이다. 클로징 멘트 때문에 광고가 안 들어온다”며 “(신 앵커를 교체하면)시청률도 오르고 광고도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얼버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뉴스데스크>의 광고 수주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다. 광고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상황, 뉴스 전에 방송되는 드라마 시청률 등등은 따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런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의 객관적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또 신 앵커를 교체하면 ‘시청률이 오르고 광고가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도 제시해야 마땅하다.
  오히려 전 보도국장의 이런 주장은 MBC가 ‘정치적 이유’로 신경민 앵커를 교체하려 든다는 의혹만 키울 뿐이다. 그동안 신경민 앵커는 뉴스진행 과정에서 정부에 ‘쓴소리’를 자주 해왔다. 그 중에서도 미네르바 구속, KBS의 보신각타종 ‘조작’ 방송, 언론관련 법안 개정 등에 대한 촌철살인의 클로징멘트는 시청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상파방송 메인뉴스 앵커의 정부비판이 이명박 정권과 여당에게 달가웠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권력의 동반자’ 쯤으로 여기며 비판언론들을 노골적으로 옥죄고 있는 정권 아닌가. MBC가 권력으로부터 어떤 외압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없다면 이명박 정권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그동안 언론계에서는 신경민 앵커가 ‘정치적 이유’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떠돌았다.
 
  김미화 씨 교체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MBC는 제작비 절감,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 등을 김미화 씨 교체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을 진행해 온 김미화 씨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청취자들은 오히려 ‘시사전문가’가 아닌 김 씨가 평범한 사람의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함으로써 어려운 사안도 이해하기 쉽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청취자들의 평가는 청취율 등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MBC 예산정책팀 보고 자료에 <세계는…>은 ‘공헌이익률이 라디오 프로그램 중 3위’로 평가되었고, 6년간 절대 청취율은 6위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MBC 경영진은 편성회의에서 일선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라디오 본부장까지 반대했지만 김미화 씨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미화 씨 역시 ‘정치적 이유’로 교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 씨는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활동을 해왔고 지난 2002년 미선·효순양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그동안 일부 수구족벌신문과 극우인터넷 매체들은 김 씨를 ‘친노’, ‘반미주의자’ 등으로 몰아 악의적인 공격을 해왔다. 김 씨에 대한 이런 공격이 아무런 객관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마녀사냥’식 정치공세에 MBC가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MBC가 이런 이유로 김 씨를 교체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방송계에는 ‘친MB’ 인사가 아니면 시사프로그램에 발을 디디기 어렵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신경민 앵커, 김미화 씨의 교체가 정당성이 없음은 MBC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MBC 기자회는 8일 기자총회를 열어 9일 낮12시까지 앵커교체를 전면 백지화하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고, 9일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라디오PD들도 연가투쟁에 돌입했다. 90년대 이후 입사한 라디오PD 25명이 무기한 연가투쟁에 돌입했고, 라디오본부PD 25명은 진행자 교체를 반대하는 연대 성명을 냈다.
  한편 MBC 엄기영 사장은 두 사람 교체문제에 대해 노조와의 면담에서 “심사숙고 하겠다”며 10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묻고 싶다. 신경민·김미화 씨 교체로 MBC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설령 두 사람을 교체해 정치적인 부담을 덜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한다 하더라도 MBC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바로 ‘시청자의 신뢰 상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노골적인 언론탄압, 여론통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은 ‘그래도 MBC만은 버텨줄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그런데 MBC마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혹은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진행자들을 교체한다면 MBC를 믿고 지지해왔던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명박 정권이 지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이에 저항하는 비판세력들은 무기력해보이지만 권력은 유한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법이 없다. MBC가 눈앞의 어려움만 보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거듭 촉구한다. 정치적인 외풍에 휘둘림 없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MBC가 진정 살 길이다.
  아울러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 씨의 교체에 반대해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시청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있는 MBC 기자들과 PD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끝>
 
 
2009년 4월 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