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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취재파일4321> ‘종부세 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2008.11.25)
등록 2013.09.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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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쟁점 보다 ‘부자의 애환’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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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종부세 부분위헌 판결과 그에 따른 종부세 ‘개정’ 방향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23일 KBS <취재파일 4321>이 ‘종부세 제2라운드’(유승영 기자)라는 제목으로 종부세 문제를 다뤘다. 비록 헌재가 부분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그동안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억제, 지방 재정 확충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해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헌재 판결에 따라 종부세를 손질하더라도 종부세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종부세 환급과 세수감소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취재파일 4321>은 종부세의 순기능을 언급하고 ‘종부세 폐지 반대’ 블로그를 운영하는 시민의 인터뷰를 통해 다수의 서민들이 왜 종부세 폐지에 반대하는지를 전했다. 또 종부세를 재원으로 부동산 교부금을 받아온 지방자치단체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 장기적으로 볼 때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결국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을 늘이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이날 방송에 대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종부세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취재파일 4321>은 시작부터 종부세로 ‘고통’ 받는 대상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첫 번째 사연은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다는 김 아무개씨 부부의 상황이다. 김씨는 3년 전 공동명의로 강남에 4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고 지난해 2백만 원 가량의 종부세를 냈다고 한다. 김 씨는 “임금 인상이 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 범위 내인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세금이 그것도 한 번에 목돈이 나가는 경우니까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생각을 했었죠”, “2% 부자라면 적어도 살아가는데 돈 걱정은 안 해야 되는 부류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거기에 대해서 힘겨워 하죠”라고 종부세 부담을 하소연했다. 여기에 기자는 “분양 받은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은행대출을 받고 살던 집을 팔아 전세로 옮겼던 김씨. 우여곡절 끝에 종부세는 다시 돌려받게 됐지만 그보다 종부세 자체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삼남매를 출가시키고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70대 유 아무개씨 부부의 사연도 소개됐다. 일정한 수입은 없는데 재산세와 종부세 등 지난해 1천만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는 것이다. 유 씨는 “투기 세력하고 거주 목적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하고 구분을 해야죠. 일단 여기 살면 다 부동산 투기 세력이라고 간주를 하니까 아무리 내가 수입이 많다고 해도 정말 정당하지 못하게 뺏어가는 세금에 대해서는 억울한 느낌이 안 들 수 없죠”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기자는 “세금을 내기 싫으면 이사 가란 말에 분노할 기력도, 세금폭탄을 맞아도 좋으니 종부세 좀 내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에 하소연조차 할 수가 없었다는 노부부. 헌재의 이번 결정을 사필귀정,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유 씨의 ‘딱한 사정’을 덧붙였다. 유 씨의 사연이 소개될 때는 슬픈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기도 했다.
시사프로그램이 종부세의 부작용을 다루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세부담이 과중하다’는 종부세 대상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객관적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살기가 어렵다’고 종부세 부담을 하소연 하면서도 강남의 4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하는 사례가 과연 종부세의 부작용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또 부동산의 가치는 크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는 종부세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과세대상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없는지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납부 유예’나 역모기지론 제도 등을 통해 수입이 없는 사람들의 종부세 부담을 덜면서도 종부세의 취지는 살릴 수 있다고 대안을 내놓고 있다. 종부세의 부작용을 다룬다면 합당한 사례를 들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차분하게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개별 사례를 감성적인 방식으로 다룬 것은 부적절했다.
한편, <취재파일 4321>은 종부세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2005년이라며, 2005년 8월 25일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2005년8월25일)에서 나온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보여주었다. 발언의 내용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가지고 기분 좋아 하시는 분들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저도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강남 부자’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처럼 들리는 이 장면은 종부세가 ‘부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종부세 개정의 쟁점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취재파일 4321>은 도입부에서 “제2라운드에 접어든 종부세 논란 쟁점을 짚어 봤다”고 했지만 실제 취재에서는 헌재 판결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종부세 개정안 쟁점을 자세하게 다루지 못했다. 종부세 개정의 쟁점이 △과세기준 금액 △1주택 거주자의 장기보유 기준 년수 △종부세율이라고 언급하면서 종부세율에 대해서만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을 뿐이다. 현행 1~3%인 세율을 정부안대로 0.5~1%로 낮출 경우 종부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를 반대하는 측의 근거는 무엇인지 짧게 설명했다.
각각의 쟁점을 놓고 어떤 개정안이 제시되고 있는지, 각각의 개정안에 따fms 종부세 과세 대상 범위와 종부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정부안에 따를 경우 종부세는 정말 ‘무력화’ 되는 것인지, 종부세의 취지를 그나마 살리려면 개정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등 좀 더 시간을 할애해 따져 볼 필요가 있었다.
KBS <취재파일4321>은 한 회에 3~4개의 아이템을 다루고, 한 아이템을 길어야 10~15분 정도 다룬다. 따라서 종부세 문제와 같은 민감한 아이템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번 ‘종부세 제2라운드’는 전체 10분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1/5 이상을 종부세 대상자들의 하소연을 다루는 데 썼다. 반면 종부세 개정안의 쟁점을 다룬 시간은 1분여에 그쳤다.
<취재파일 4321>은 종부세 논란의 해법으로 “헌재 논리에 맞게 종부세 개정을 논의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만이 더 이상의 불필요한 갈등과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 지름길”이라고 보도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이 종부세 개정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종부세의 취지는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불필요한 갈등과 논쟁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

최근 KBS의 보도·시사프로그램들의 권력 비판기능이 약해졌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우리는 <취재파일 4321>마저 이런 지적을 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취재파일 4321>이 보다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보도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
<끝>



2008년 11월 2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