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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의 ‘욕설 파문’ 및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8.10.27)
등록 2013.09.25 13:06
조회 274

 

무능한 정부, 오만한 장차관, 감싸는 조중동
- 유인촌 장관·신재민 차관 다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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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 지난 24일 국정감사장에서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유 장관은 “이유를 불문하고 공직자가 취재진에게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보이고, 이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언짢게 한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정회 직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격적 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발언을 듣고 모욕감에 화가 난 상태에서 이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장관으로부터 이런 사과를 받아야하는 국민의 처지가 딱하다. 국정감사를 받으러 나온 장관이, 상임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항의를 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해 놓고, 기자들에게 ‘(사진을)찍지 말라’며 삿대질과 욕설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인촌 장관, 신재민 차관 모두 물러나야
유인촌 장관이 말하는 “인격적 모독”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말하는 듯하다. 당시 이종걸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경제파탄 등을 비판하면서 장차관, 공기업 낙하산 대기자들을 ‘이명박의 졸개’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분명 정제된 표현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인촌 장관의 언행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유인촌 장관의 욕설은 ‘권력을 감시, 비판할 책임이 있는 언론’을 향해 퍼부어진 것이다. 또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국회를 얕잡아 보고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이다. 누리꾼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기자들을 향한 유 장관의 욕설이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우발적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유 장관은 ‘모욕감에 화가 난 상태’였다고 말하지만 기자들이 ‘장관님의 기분’을 배려해서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
‘언론은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 이명박 정권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몸에 배어 ‘장관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사진이나 찍어대는 기자들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것 아닌가? 아니면 한나라당이 장악한 국회의 국정감사이니 대충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여의치 않자 엉뚱한 언론과 국민을 향해 ‘히스테리’를 부린 것은 아닌가? 항간에는 유 장관이 ‘이명박 정부 각료들 중에는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말이 나도는데, ‘그나마 합리적’인 장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각료들은 어떨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사실 유 장관과 함께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화부 신재민 차관의 태도를 보면 국회 무시, 국민 무시가 이명박 정권 문화부의 ‘기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재민 씨는 지난 8월 불교대회를 앞두고 문화부가 주재한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국정원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의원들의 질의에 팔짱을 끼고 답변하다가 지적을 받자 “이 자세가 불편하십니까?”라고 반문하는 등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처럼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고, 정권의 언론장악에 들러리나 서는 유인촌 장관, 신재민 차관 모두 공직자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유인촌 장관, 신재민 차관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만수 장관이 국민들로부터 어떤 비난을 받고 있는지, 또 이명박 정권에는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지 않나?

여야 공방에 ‘묻어가는’ 장관님의 욕설
한편, 유례를 찾기 힘든 ‘장관님의 욕설 파문’에도 조중동 지면에서는 유 장관을 비판하는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27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유인촌·신재민의 ‘막가파식’ 문화>, <유인촌, 더 이상 문화부 장관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유 장관의 언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조중동은 비판 사설을 싣기는커녕 여야 공방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애써 축소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물타기’ 하려 들었다.
25일 조선일보는 <18대 첫 국감 마지막 날까지 파행>이라는 제목으로 문방위, 교육위, 농림수산식품위에서 벌어진 ‘정쟁’, ‘공방’, ‘파행’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문방위에서 “국감이 중단된데 불만이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취재진에게 “막말”을 해 논란이 일었다며 “국감 준비를 실컷 해놓았는데, 국감이 중단돼 순간적으로 격앙됐다”는 유 장관 측의 해명을 덧붙였다. 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명박 정권의) 장관, 차관,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 모두는 이명박 휘하다, 졸개들”이라고 말하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국가원수 폄훼”라며 사과를 요구해 국감이 중단됐다면서 유 장관이 ‘막말’을 하게 된 상황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이어 27일 조선일보는 <막말 논란 유인촌 장관 대국민 사과>라는 2단 기사를 6면에 싣고 유 장관의 사과 내용을 소개한 후 마지막에 민주당의 ‘사퇴촉구’만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25일 동아일보 역시 문방위가 마지막 날까지 ‘막말 파행’을 겪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목도 <野 의원 “장차관은 이명박 졸개” 柳 문화 “사진 찍지마, 에이…”>로 뽑았다. 동아일보는 이종걸 의원의 “졸개” 발언이 발단이 됐다며, 이 의원 발언에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대통령 호칭 생략’ ‘이명박 정권 참여인사들에 대한 폄훼’를 항의해 정회됐고, 유인촌 장관이 정회 직후 고흥길 문방위원장에게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항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들이 유 장관의 항의 장면을 찍자 유 장관이 “화를 냈다”는 것이다.
27일에도 동아일보는 <“욕설 유인촌 사퇴를” “막말 野의원 사과를”>이라는 제목을 달아 유 장관의 ‘욕설 파문’과 이종걸 의원의 ‘졸개 발언’이 똑같이 문제인 양 다루면서 여야 공방을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25일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는 이명박의 졸개들”>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유 장관의 ‘욕설 파문’ 대신 여야의 ‘막말 국감’을 다뤘다. 기사의 리드는 “코스피지수 1000이 무너진 24일,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와중에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선 여야 의원 간 막말과 고성이 오가면서 파행이 되풀이됐다”고 썼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싸우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사는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쭉 늘어놓고 “오후 10시 18분 회의는 재개됐으나 이종걸 의원의 윤리위 제소 문제로 밤늦도록 고성과 말싸움으로 얼룩졌다”고 끝났다.
27일 중앙일보는 유인촌 장관의 대국민 사과를 보도하면서 24일 유 장관이 기자들에게 욕설을 했고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사과를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기사는 유 장관의 사과 발언을 소개하고 그가 “몇 가지 언어보다는 그 말에 실린 감정이 훨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참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자책했다고 ‘감성적인 해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조중동 왜곡편파보도로 이명박 정권 구할 수 없어
조중동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이른바 ‘졸개’ 발언이 유인촌 장관 욕설의 발단이라며 ‘여야 공방’으로 본질을 흐렸다. 그러나 유인촌 장관의 욕설 파문은 ‘여야 공방’이나 ‘막말 국감’으로 싸잡아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종걸 의원의 표현이 지나쳤다 해도 그 비판의 대상은 힘을 가진 집권세력이다. 또 이명박 정권 아래의 장차관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사장 자리를 낙하산 인사로 물갈이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8개월 만에 국정이 파탄 지경에 이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유인촌 장관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국민과 언론, 국회를 무시했다.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유 장관의 사과를 얼마나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여론이 불리할 때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특기’가 아닌가? 이명박 정권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이제 조중동이 그 어떤 편파왜곡 보도를 쏟아낸다 해도 ‘이명박 구하기’는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니 조중동도 온갖 일에 이명박 정권을 방어하느라 애 태우지 말고, ‘제 살 길’이라도 찾아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10월 2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