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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건’ 진상규명 발표에 대한 논평(2008.10.29)
등록 2013.09.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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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과 동아일보, 부끄러운 과거를 반복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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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74~75년에 벌어진 동아일보 광고탄압 및 동아일보·동아방송 언론인 대량해고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전대미문의 광고탄압과 언론인 대량해임은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정책에 따라 자행된,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결론내리고, 국가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명예 회복, 피해 구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또 동아일보사에 대해서도 ‘자사 언론인들을 정권의 요구대로 해임함으로써 유신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했으며, 이후에도 경영상의 이유로 해임했다고 주장해 “결과적으로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동조하고,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들의 생존권과 명예를 침해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원회는 동아일보사가 “법률적 의무 여부를 떠나 피해자인 해직된 기자·프로듀서·아나운서 등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통해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명박 정부와 동아일보, 진실화해위 권고 따라야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언론인 대량 해직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언론탄압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이번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는 국가기구가 공식적으로 유신정권의 ‘언론탄압’,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 및 언론사주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당시 중앙정보부가 광고 탄압을 주도하고 동아일보사가 유신정권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중앙정보부는 동아일보사 언론인들의 ‘언론자유 수호’ 운동이 벌어진 직후인 74년 12월 중순경부터 75년 7월 초순까지 지속적으로 동아일보사와 계약한 광고주들을 남산 중앙정보부로 불러 동아일보, 동아방송, 여성동아, 신동아, 심지어 동아연감에까지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와 보안각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소액광고주들까지도 중앙정보부에 출두하게 하거나 경찰 정보과 직원이 연행해 조사했다고 하니 광고주들에 대한 압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중앙정보부는 세무서가 세무사찰로 광고주를 압박하게 하고, 격려광고를 실은 교수는 그가 속한 학교에 압력을 넣는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보부는 동아일보사가 광고를 다시 실을 수 있는 조건으로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었던 데 대한 사과기사 게재’, ‘동아일보 핵심부서 5개 국장의 인사문제를 중앙정보부와 사전 협의할 것’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동아일보사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언론자유 수호’를 외친 자사 기자·프로듀서·아나운서 등 130여 명을 해고하고 유신정권에 부역하게 되었다. 동아일보사는 민주화가 진전되어 권력의 탄압이 사라진 이후에도 정권에 부역한 사실을 부인하며 해직언론인들의 명예회복, 피해구제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늦었지만 국가기구를 통해 진실이 명명백백 확인된 만큼 이명박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해직 언론인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언론인들의 명예회복과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사 역시 유신정권에 부역한 과거를 사과하고,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 행태, 유신정권과 다를 바 없다
2008년 이명박 정권과 동아일보가 보이는 행태는 1975년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권은 유능한 국정운영, 민주적 리더쉽으로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는커녕 오직 언론통제와 방송장악으로 자신의 실정을 감추고 비판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런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며 여론을 호도하려 들다가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반민주적인 언론탄압의 역사, 부끄러운 정권 부역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권은 작금의 언론탄압, 방송장악을 중단하고, 동아일보는 낯 뜨거운 ‘정권부역 보도’를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을 반면교사로 삼고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를 진정으로 이행하는 길이다. 이명박 정권과 동아일보가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과 권고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국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언론탄압 정권’과 ‘정권부역 언론’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에게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오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의 원로 언론인들은 진실화해위원회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동아일보를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국민을 오도하는 무책임한 보도를 지양하고, 10·24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으로 돌아가라.” 동아일보 내에 양심을 가진 구성원들이 아직 남아있다면 언론자유를 외치다 거리로 쫓겨난 선배 언론인들의 이 외침을 더할 수 없이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언론을 탄압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무소불위의 권력과 여기에 맞서 명예를 지켰던 언론인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도 냉정하게 내려질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수구보수 세력들의 음해공세에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도 시대의 소명을 다해주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 <끝>

 

 



2008년 10월 2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