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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신재민 차관의 ‘방송통제’ 발언에 대한 논평(2008.11.17)
등록 2013.09.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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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차관, 또 망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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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차관이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한 말이 물의를 빚고 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7일 정부 부처 대변인 초청 간담회에서 “좋은 보도든 나쁜 보도든 따질 것 없이 정부가 방송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 “다만 (왼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가운데만 갖다 놔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했다 한다.
신재민 차관은 기자들이 ‘가운데 가져다 놓으라는 발언이 방송 개입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묻자 “대통령 발언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해석을 한 것”이라며 순식간에 말을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또 “모든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니라 케이비에스(KBS)에 한정된 말”, “케이비에스는 정부가 사장의 임면권을 갖고 있고, 정연주 씨가 분명히 도덕적인 문제와 경영 부실 등의 과오가 있었기 때문에 파면한 것”이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와 문화부는 “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7일 간담회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니 당당하게 회의록을 공개하면 대통령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것 아닌가? 아울러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 “방송을 가운데만 갖다 놔라”고 말한 것처럼 전달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신재민 차관의 책임을 추궁하면 된다.
한편, “방송을 가운데” 운운한 발언이 신재민 차관의 ‘실언’이라 해도 문제는 남는다. 신재민 차관의 주장대로 자신이 대통령의 발언을 “방송을 가운데만 갖다 놔라”는 뜻으로 해석했다면 그 자체가 신 차관의 방송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이 ‘왼쪽’에 있다는 왜곡된 판단, 그래서 정권이 방송 내용에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실언’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4일 신재민 차관은 YTN 사태에 대해서도 망언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기자들이 해고된 것은 구 사장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주조정실 등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했기 때문”, “YTN 기자들이 정 답답하면 그만두고 공정방송 하는 회사로 옮기면 될 것”, “정치적인 사람들이 중간에 끼어서 사태를 비화시키고 장기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YTN 사태의 근원이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따른 ‘낙하산 사장’ 투입에 있음을 부정하고 사태를 왜곡했다.
그 동안 신재민 차관은 수없이 많은 망언을 쏟아냈다. YTN 사태와 관련한 망언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1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구본홍 사장의 추천은 이사회가 했을 뿐 정부는 간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10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는 “YTN 사태는 민간기업의 노사 분규”라며 정부의 개입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월2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YTN 공기업 지분의 주식이 이미 장내에서 매각됐다”고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사석에서 “정권이 YTN을 포기했다”, “재허가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거센 반발을 불렀다.

KBS ‘정연주 사장 축출’부터 ‘인터넷 논객 겁박하기’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여론통제 시도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다. 신 차관은 이런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앞장서 온 인물로 꼽히며 언론단체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이번 발언은 그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신재민 차관은 자신이 방송장악의 ‘선봉대’ 역할을 하면 할수록 이명박 정권이 치러야 할 대가가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지금이라도 깨끗이 물러나길 바란다.
방송을 이리 저리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언론 관련 주무부처의 차관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 방송정책은 불신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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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