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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 관련 방송 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8.6.7)
등록 2013.09.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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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대통령의 ‘국민겁박 논리’ 제대로 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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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민심 수습 방안에 대한 고언을 듣겠다며 불교계 종단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재협상을 건의하자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기며, 자동차나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을 약속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제의 핵심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수입이 안 되게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 아니냐”며 “아마 그렇게 될 것”, “한미양국 업계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입수출하지 않겠다는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 사실상 재협상이나 다름없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6일 방송 3사 메인뉴스는 <“엄청난 문제 발생”>(KBS), <“재협상 안한다”>(MBC), <재협상 “더 큰 문제 부른다”>(SBS)라는 제목으로 1꼭지씩 다뤘다. 이들 보도는 모두 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MBC가 “이 대통령의 오늘 재협상 관련 발언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간단하게 덧붙인 정도다.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꼼꼼하게 따져야할 내용들이다.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정말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인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만 들어오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지, 무엇을 근거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등등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주장들이다.
특히 ‘우리가 쇠고기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면 통상마찰을 일으키고, 한미 FTA에 걸림돌이 되는 등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대 국민 겁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재협상의 선례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협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런데도 방송3사가 대통령의 이런 문제 발언들을 심층취재 하지 않고 단순 전달에 그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최근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겉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척 하면서, 국민을 향해 ‘재협상’과 ‘경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겁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오늘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왔다.
설령 대통령이 ‘조중동의 논리’를 쫓아간다 해도 방송3사는 여기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그런데 최근 방송 3사의 메인뉴스 중 일부가 ‘재협상 불가능’ 주장을 펴, 우리가 유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거듭 말하지만 재협상이 국제 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 양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정부는 2007년 4월 한·미 FTA협상을 타결하고도 미국의 요구로 그해 6월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재협상을 벌였다. 또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오바마는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페루와의 FTA협상에서 국회비준을 끝내고도 재협상을 관철시켰다.
방송3사는 무조건 ‘재협상은 안된다’는 정부 주장의 타당성을 꼼꼼하게 따져주기 바란다. 더불어 ‘30개월 이상 쇠고기만 안들어 오면 된다’는 물타기 논리, ‘자율규제를 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안들어 올 것’이라는 호언장담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하게 취재해주기 바란다.

국민들은 ‘광우병 정국’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언론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 그 판단에 따라 비판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방송 3사가 수구보수신문들과 대통령의 ‘국민 겁박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다루거나, 이를 쫓아가기 않기 바란다.
국민들은 광우병은 물론 재협상과 관련해 이미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공유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에게 ‘어설픈 겁박’은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발만 키운다. 이명박 정부와 수구보수신문들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것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재협상 불가론’도 마찬가지다. 방송3사가 조중동과 대통령의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끝>

 

2008년 6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