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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기여입학제' 도입 주장에 대한 논평
등록 2013.09.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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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식 등록금 해법, ‘부자신문’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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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등록금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틈 타 ‘기여입학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 7일 조선일보는 <대학 등록금 부담 더는 다양한 방법 마련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이 GDP의 0.6%밖에 되지 않고, ‘대학생이 330만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등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긴요한 것이 ‘기여입학제’”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기여입학자는 정원 외로 뽑아 다른 학생들의 합격·불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 제도로 마련한 재원을 장학금으로 활용하면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 폭등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으로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자’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몇 가지 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 등록금 폭등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가? 둘째, 원인에 따른 합리적 해결책을 찾고 있는가? 셋째, 기여입학제 자체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했는가?

조선일보는 등록금이 인상되는 원인을 ‘정부 지원의 부족’과 그에 따라 등록금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는 대학 예산 구조의 문제를 들었다.
우리도 조선일보의 이 같은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덧붙여 대학들이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 대신 ‘등록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교비 횡령 및 유용, 비자금 조성 등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음으로써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사학재단들이 수천 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해마다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따라서 등록금 폭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재정 확충과 대학의 경영 효율성 제고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정부 지원의 부족’을 등록금 인상의 원인이라고 해놓고 문제 해결 방식은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
사설은 “대학등록금 문제의 근원은 대학, 그것도 ‘대학 같지 않은 대학’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구 4900만 명에 대학생이 330만 명이나 되는 상황에선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면서 정부 책임을 비껴갔다. 그러면서 기여입학제를 ‘긴요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고등교육 재정에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을 민간에 떠넘기고, 대학등록금 폭등이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대학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기여입학제 자체에 대한 꼼꼼한 분석도 찾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국민 간에 위화감을 키운다는 비난에 (기여입학제를) 말도 꺼내기 힘든 현실”이라고 했지만 기여입학제가 단순히 ‘감정’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일단 대학들이 서열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 기여입학제는 몇몇 ‘명문 대학’의 재정을 확충하는 데에만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또 대학들이 기여입학 제도를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할 것인지도 신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기여입학제를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특히 기여입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수의 부유층이 어느 정도로 성숙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여입학제의 본질은 학생의 학습 능력 보다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명문대 입시를 위해 유치원부터 사교육을 시키는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부유층은 이미 유리한 조건에 있다. 여기에 기여입학제까지 도입되면 ‘돈으로 명문대 학벌을 살 수 있는 기회’까지 부유층에게 주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기여입학제가 ‘등록금 문제 해결’이라는 공적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인양 포장하지만 결국 소수 부유층에게 ‘학벌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칠 뿐이다.

우리는 서민과 그 자녀들이 등록금 폭등으로 시름하는 가운데에서도, 부유층을 위한 기여입학제를 ‘등록금 해결의 한 방안’이라며 들고 나오는 조선일보의 교묘한 행태가 놀라울 따름이다. 조선일보는 진정 ‘대한민국 1%를 위한 신문’이 되고자 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끝>


 
2008년 4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