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회담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논평(2008.4.22)
등록 2013.09.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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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가 방송 역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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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1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21세기 전략동맹’을 합의했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에 한국이 들러리서는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FTA 체결을 위해 미국이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했다. 국민의 건강권, 검역주권, 축산농민들의 생존권을 포기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한편 21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신시대’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송에 출연해 “(과거는) 그것대로 맡겨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왜곡 망언에 대해 “어느 나라나 정치인은 개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며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속도 챙기지 못하고 퍼주기만 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망언’조차 용납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낸 그야말로 ‘비실용적 외교’였다.

그러나 방송들은 대통령의 방미·방일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한 채 이 대통령의 동정과 발언, 정상회담 합의 사안을 꼼꼼한 분석 없이 단순하게 전달하는 데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많은 보도들이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홍보물’ 수준을 넘지 못해다.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20일 KBS는 첫 보도 <전략 동맹 구축>에서 “현재의 한반도 안보 동맹에서 전방위적인 동맹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전략동맹’이라며 “이번 정상 회담은 한미 전략 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무대에서의 정치, 경제, 군사적 공조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한미관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정부 주장을 단순 전달했다.
<북핵 용납 못해>, <“연내 비준 노력”> 등에서도 정상회담 결과를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특히 <주한 미군 감축 중단>에서는 미국산 무기 구매국 지위 상향 등에 대해 “한·미 동맹의 위상을 높이고, 특히 한반도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다룬 반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선 명시적으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미국이 이라크 파병 연장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예상된다”는 정도에 그쳤다.
<‘전략 동맹’의 의미>에서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정상회담 결과를 하나하나 짚었지만, 전략동맹에 대해 “한미동맹 개념이 한반도 방위에 중점을 둔 것과는 달리 동맹의 무대를 국제사회로 확대한 것”, “한반도 안정과 같은 정치 군사적 의제를 넘어서 세계평화, 인권, 기후변화 공동대처 같은 ‘글로벌 이슈’로 확장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는 등 국제 관계에서 대한민국이 떠안게 될 부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정부가 한정 자화자찬식 평가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데 머물렀다.

MBC 또한 첫 보도 <21세기 전략 동맹 격상>에서 이명박·부시 두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을 중심으로 ‘전략동맹’ 개념을 소개하고 “청와대와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미관계 강화의지를 강력하게 재천명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음을 전하는 데 그쳤다. 특히 MBC는 <“우리는 친구”>에서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를 ‘로라’라고 부르는 모습,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별명을 언급하는 모습 등을 전하며 “기자회견장에서 한결 친근해진 모습” 등 흥미 위주로 가볍게 보도하는 데 비중을 두기도 했다.
다만 MBC는 <방위비 부담 늘 듯>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을 줄이지 않는 대가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분담하라고 요구해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해외주둔 미군을 더 이상 붙박이 군으로 두지 않고 그 일부는 언제든 분쟁지역으로 출동시킨다는 미국의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한미군 감축 중단’ 등에 내포된 의미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짚었다.

SBS는 <‘21세기 전략 동맹’ 격상>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안보환경에 맞춰 한미동맹을 가치, 신뢰, 평화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21세기 전략동맹’으로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며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소개했다.
<군사 협력 강화>에서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하긴 했지만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을 앞으로 얼마나 매끄럽게 조율해 나가느냐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가볍고 애매하게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21일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방송3사는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KBS는 <FTA 협상 6월 재개>, <‘신 협력 시대’ 공감>, <“진정 가까운 나라로”>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계도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에 합의해 지난해 300억 달러를 기록한 대일 무역적자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 두 나라 정상은 또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이른바 셔틀외교를 복원해 신협력 시대를 열어나가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일본 TV 방송이 마련한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도 참석해 진정 가까운 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등 정상회담 내용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MBC와 SBS 또한 각각 <“과거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FTA 곧 협상 재개>와 <한일 FTA 협상 재개>, <“방문 못 할 이유 없다”> 등에서 KBS와 크게 다르지 않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다만 KBS는 그나마 ‘심층보도’인 <관계 재설정 전환점>에서 ‘의미와 한계를 짚어본다’고 했지만, 일왕 방한 초청에 대해 “해방 60주년을 맞는 올해 일왕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설정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무엇이 ‘미래지향적 관계’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잠재된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 등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국민들 마음이 아직은 편치 않은 게 현실”이라는 정도의 지적에 그쳤다.
MBC도 <한일관계 ‘복병’>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서도 여야는 엇갈리게 평가했다”며 ‘논란’ 정도로 다루는 데 머물렀다.

우리는 방송들이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왜 취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저 정상회담의 ‘그림’을 전하고 대통령의 외교 ‘업적’을 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한 취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방송보도는 ‘대미 퍼주기’ 회담, ‘과거를 묻지 마세요’ 회담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지적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비판적 보도는 부실한 내용의 형식적 지적에 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갖고 온 정상회담 ‘성과’들에 대한 반발 여론이 각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지금이라도 차분하게 정상회담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주기 바란다. 구체적인 의제 하나 하나에 대해 꼼꼼한 분석과 지적을 하는 일이 국민의 이익 즉 국익을 지키는 일이자 이명박 정부 아래 ‘방송 독립성’을 지키는 기초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끝>

 


2008년 4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