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의 ‘수신료 현실화’ 입장표명에 대한 논평(2010.8.17)
등록 2013.09.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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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위원의 ‘안일한 인식’, 실망스럽다
 
 
지난 14일 야당 추천의 양문석 방송통신위원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양 위원은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줄서는 KBS 구조 속에서 수신료 또한 정권이 KBS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정권 부침과 상관없이 ‘수신료위원회’라는 독립적인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수신료 인상의 폭과 사용처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거다.”
“공정성 문제를 수신료 인상과 연결 지으면 영원히 인상이 불가능하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쪽에서 시비를 걸 수밖에 없고 지금 논의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차제에 KBS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이 ‘조중동 종편’ 지원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밖에서는 심각하게 종편과 연결지어 수신료 문제를 비판했지만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 반경이 좁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말을 아꼈다.
 
우리는 양 위원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양 위원은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면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자’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 의한 KBS 장악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없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은 방송법이 보장한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무시하고 정연주 사장을 강제 해임했다. 뉴라이트 단체, 감사원, KBS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가 총동원됐고, KBS 이사회를 친여 이사들로 채우기 위해 신태섭 이사까지 강제 해임했다. 어디 그 뿐인가? KBS 이사회가 정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날, 공영방송 KBS에 공권력이 투입돼 방송장악을 반대하는 직원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이후 ‘청부사장’ 이병순 씨에 이어 ‘특보사장’ 김인규 씨가 들어섰고 KBS에서는 보복인사, 비판 프로그램 폐지, 정권 눈 밖에 난 방송인들의 퇴출 등 반민주적인 조치들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은 민주화를 통해 어렵사리 진전시킨 법과 제도가 순식간에 짓밟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영방송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양 위원이 언급한 수신료위원회 등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공영방송을 초법적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수신료 인상 논의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 장치를 만들어보자’는 주장은 참으로 공허하다. 기존의 법과 제도를 짓밟은 정권을 향해 ‘수신료를 인상해 줄테니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에 맞서 ‘관제방송화’ 된 KBS를 바로잡고 공정한 방송을 하도록 만드는 데 매진해야 한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있어서도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양 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줄서는 KBS 구조 속에서 수신료 또한 정권이 KBS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의 언급대로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수신료 인상이 논의되고 추진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정권이 수신료 인상을 KBS 통제 수단으로 이용해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설령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KBS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의도’가 지금 이명박 정권 아래 벌어지는 방송장악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지, KBS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향해 ‘줄서기’ 경향을 보였다 해도 그 정도가 지금 이명박 정권을 향한 노골적인 ‘관제방송’, ‘나팔수’ 행태와 같다고 할 수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양 위원이 이전 정권들을 뭉뚱그려 언급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줄서는 KBS 구조’, ‘수신료를 통한 KBS 통제’ 운운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초법적이고 노골적인 방송장악과 KBS의 ‘관제방송화’ 실상을 흐리는 일이다.
“공정성 문제를 수신료 인상과 연결 지으면 영원히 인상이 불가능하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쪽에서 시비를 걸 수밖에 없고 지금 논의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세력들은 KBS를 ‘좌파방송’, ‘편파방송’으로 몰면서 수신료 인상을 반대했다. KBS가 ‘좌파방송’, ‘편파방송’이라는 주장은 명백히 ‘시비걸기’이자 정치공세였다. 당시 KBS는 정권과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의제설정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 정연주 사장은 제작 자율성을 보장했고, 각종 조사에서 KBS는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특보사장’ 체제의 KBS는 어떤가? 정권에 불리한 의제는 죽이고 유리한 의제는 부각하면서 ‘정권 홍보’, ‘대통령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어제(16일)도 <추적60분> 제작진이 특종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이 제작국장의 반대로 <추적60분>에서 방송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공정성 문제를 수신료 인상과 연결 지으면 영원히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양 위원의 주장은 수구보수세력의 정치공세와 시민사회단체의 정당한 비판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자, 수신료 인상을 공영방송의 공적 서비스 강화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전도시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의도가 ‘조중동 종편 밀어주기’라는 점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 대목도 실망스럽다.
양 위원 스스로 밝혔듯 방통위원이 되기 전에 그는 “심각하게 종편과 연결지어 수신료 문제를 비판”했다. 그런데 이제는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 반경이 좁기 때문”에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어떤 이유가 있어 말을 아끼는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게다가 같은 인터뷰에서 양 위원은 “나는 밖으로 침묵하지 않겠다. 내 주장을 명확히 얘기하고 채택되지 않은 소수 의견이라도 얘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 폭을 넓히고 언론과 대화를 통해서도 알려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양 위원이 ‘언론운동가’ 출신이자 야당 추천 방통위원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방송 독립과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 노력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에 대한 양 위원의 입장 표명은 우리의 기대와 매우 어긋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양 위원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좀 더 경청하고 이들과 소통하면서,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영방송’ KBS를 권력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는데 분명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우리의 기대가 또다시 어긋나지 않기를 촉구한다. <끝>

2010년 8월 17일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