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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범국민대회 봉쇄’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2009.06.09)
등록 2013.09.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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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감히 ‘박종철’을 입에 올리지 말라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이 오는 10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기로 한 ‘6월항쟁 계승․민주회복 6.10 범국민대회’를 경찰과 서울시가 ‘불허’했다. 경찰은 ‘보수단체’가 서울광장에 먼저 집회신고를 냈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경찰이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들의 도심 집회를 무조건 봉쇄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광장은 이른바 ‘보수단체’들에게만 열리는 희한한 공간이 된지 오래다. 그나마 광장을 물샐 틈 없이 막고 있던 경찰 ‘차벽’이 철수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와 노제를 계기로 ‘광장봉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경찰과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집회를 막는 것은 자의적인 법 집행일 뿐 아니라 국민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고 6.10 범국민대회 ‘불허’ 방침을 통보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서울광장 사용 ‘불허’ 방침을 합리화했다. 
 
한편, 조중동도 6.10 범국민대회를 매도하고 ‘광장봉쇄’를 합리화하는 데 앞장섰다.
9일 조중동은 일제히 사설을 실어 범국민대회를 추진하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을 비난했다. 특히 조선일보 사설 <도심 점거 투쟁에 더 이상 民主란 말 붙이지 말라>는 범국민대회의 취지를 왜곡하고 이명박 정권 아래 벌어지는 민주주의 후퇴를 은폐하려 들었다.
조선일보의 핵심 주장은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주의 이상 없다’는 것이다.
사설은 “집회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국민은 다시 22년 전의 6월, 그 뜨거웠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함성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다”며 “지금 상황을 1987년 6월과 비슷하게 본다는 것은 너무 심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7년과 지금이 다르다는 근거로 ‘박종철’과 ‘노무현’의 경우를 비교했다.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과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다 투신한 노무현은 다르다’는 것이며, 따라서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민주주의 항쟁’의 계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참으로 조선일보다운 교활한 주장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수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회복하자’고 나선 것은 비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표적수사’, ‘망신주기 수사’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고 그 뜻을 ‘추모열기’로 표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불만은 지난 1년여 동안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 축적되어 온 것이며,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이런 위기의식과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과 노무현이 어떻게 같으냐’고 강변하면서 터져 나오는 국민의 분노를 호도한 것이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언제나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이 있었다’는 논리를 펴며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감싸고 이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분노를 폄훼했다. 
사설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얘기”라며 “야당도 현행 헌법 아래서 10년간 집권 경험이 있다. 그때도 반대 정파가 있었고 정권을 좋아하지 않는 국민이 많았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강변했다.
조선일보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KBS 사장을 쫓아내는 일이 지난 10년간에도 있었던가?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을 모조리 체포하는 일,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했다고 ‘일개’ 누리꾼을 수사하고 처벌하는 일은 있었던가?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공권력에 대해 처벌은커녕 ‘일하다 접시를 깬 것’쯤으로 치부한 경우는 어떤가? 촛불집회에 나온 유모차 엄마들까지 수사하고, 시위대 주변의 사람들은 시민, 외국인 닥치는대로 구타하고 연행하며, 기자회견조차 ‘피켓을 들었으니 불법집회’라며 참가자를 연행하는 것은 또 어떤가?
지난 10년 동안에 없었던, 일일이 예를 들기도 힘든 많은 ‘퇴행’이 이명박 정권 아래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야당은 물론 지식인과 일반 시민들까지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우리사회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반대정파는 언제나 있는 것이며, 지금 민주주의는 문제없다’는 주장으로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유린을 은폐하려 들었다.
 
조선일보는 “지금 정부 하는 일이 못 봐주겠다면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국민을 설득하고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꼭 이렇게 수만 명을 도심 한복판으로 모아 도로 통행을 막고 제지하는 경찰을 향해 공격적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냐”며 범국민대회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그런 행동에 ‘민주회복’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은 위선”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 해야 할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대운하든, 언론악법이든, 부자감세든 자신들의 정책에 자신이 있다면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국민을 설득하고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극소수 부자들과 기득권 세력을 위한 정책을 펴기 때문이며, 국민이 반대하는 이런 정책을 무조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경찰․검찰을 동원해 비판세력을 잡아가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기본권 유린과 인권 탄압에 ‘법치’라는 말을 갖다붙이는 것이야말로 ‘위선’이다. 아울러 조선일보가 ‘MB시대 민주주의’를 강변하기 위해 ‘박종철’을 언급하는 자체가 더할 수 없는 ‘위선’이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을 감싸기 위해 궤변을 쥐어짜낼 여력이 있다면 한번만이라도 ‘이념’과 ‘당파’를 떠나 객관적인 현실 판단에 애써보라.
이명박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촛불집회’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국민들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고, 전직 대통령의 서거 앞에 ‘정권 책임론’, ‘정치적 타살’이라는 분노가 터져 나온다.
독재정권 시절 뺨치는 비대한 공권력, 극소수의 매체를 제외하면 모든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우호적 언론환경’, 부자와 재벌 등 우리사회의 힘있는 세력이 모두 ‘내 편’인 상황에서도 왜 이명박 정권은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국민의 원성만 커지고 있는 것일까?
반민주적이고 독선적이며 부자들만 챙기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 정권은 결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냉정한 사실을 조선일보가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엉뚱한 훈수나 둔다면 조선일보의 미래도 뻔하다.
이미 수많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과 ‘같은 편’으로 각인되어있다. 조선일보가 지금이라도 이 엄중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궤변으로 이 정권을 엄호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끝>
 
 
 
2009년 6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