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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방심위 사무처는 ‘제 멋대로’ 각하 중단해야
등록 2014.07.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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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사무처는 ‘제 멋대로’ 각하 중단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심의· 의결방식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 위원들이 심의·의결하지 않고 소위원회에서 5명의 위원만 참여한 가운데 다수결 처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 데 이어 사무처의 각하 남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6․4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민언련 심의요청건 결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언련이 제기한 민원 중 일부가 “정식 회의에도 올라가지 못한 채 각하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사무처가 ‘제 멋대로’ 기준을 내세워 심의 요청을 ‘각하’하는 것은 사무처의 업무를 벗어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민원이 제기된 프로그램이 심의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은 심의위원의 권한이다. 사무처가 심의위원에 앞서 민원 대상 보도를 심의하고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사무처에서 각하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민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그렇다. 예컨대 민원내용이 실제 방송된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각하할 수 있다. 특정 출연자가 맘에 안 든다거나 출연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식으로 방심위의 직무를 벗어난 민원을 제기할 경우도 심의할 필요가 없다. 민원 대상 방송이 이미 같은 사유로 심의를 받아 의결된 경우에도 안건 상정 없이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민언련이 제기한 민원의 경우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민언련은 지난 2013년 12월 29일에 방송된 <채널A> 뉴스특보가 “철도노조 파업을 일방적으로 비판했으며 철도노조의 입장을 대변하여 반론을 펼칠 수 있는 패널은 단 한명도 출연하지 않았다”며 제9조(공정성) 등의 위반을 들어 심의를 요청했다. 결과는 각하였다. 민언련은 또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채널A> 대담 프로 진행자인 이동관 씨가 고승덕 사건이 보수진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유권자들이) 역선택을 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발언한 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 민원역시 정식 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고 각하가 되었다.

 

문제는 각하의 사유에 있다. 철도파업 보도(채널A)와 관련해 방심위는 “▲출연자의 주관적 견해가 일부 개입될 여지가 있는 대담 코너라는 점, ▲코레일과 타 기업의 임금비교 등의 내용은 이미 다수의 언론매체 등에서 노출된 수준으로, 실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점, ▲진행자가 ‘검증이 필요하다’ 등의 발언으로 제지하고, 코레일 직원의 게시물을 노출하는 등 균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방송심의규정상 위반 여부를 적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이동관 씨 발언에 대해서도 방심위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상당수 용인되는 대담 형태의 코너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 친딸 SNS 논란과 관련하여 교육감 선거 판세를 분석한 수준의 발언들로 판단되며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향적인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바 방송심의규정상 위반여부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며 민원을 각하했다.

 

이와 같이 방심위는 민언련에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답변을 왜곡하는 말이다. 방심위가 내놓은 답변은 사실상 해당보도가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균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 했다”, “선거에 개입하는 편향적인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답변내용은 심의결과에 붙는 사유이지 각하의 사유가 될 수 없다. 방심위 사무처는 민원성립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아예 심의를 하고 ‘문제없음’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사무처가 이렇게 제 멋대로 심의를 하여 민원을 각하하는 것은 월권의 소지가 있다. 관련 법률과 방심위 규칙 어디를 찾아봐도 사무처에 이런 권한을 부여한 바가 없다. 방심위 관계자는 “어떤 법률이나 규칙에 근거해 각하를 결정하느냐”는 언론연대의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 업무편람에 따라 각하여부를 판단한다고만 했다. “각하된 민원을 보고하면 위원들이 의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소위에 보고하면 접수한다”고 답했다. 사무처가 각하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민원처리 방식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먼저 민원인의 심의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민원인은 심의위원을 상대로 심의를 요청하는 것이지 사무처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심의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한다. 방심위 설명에 따르면 사무처는 각하된 사항을 전체회의도 아니라 소위에 보고해 접수하는 것으로 민원처리를 종결하고 있다. 소위 위원들이 각하된 민원을 얼마나 면밀히 살피는지도 의문이지만 해당 소위에 참여하지 않는 위원들은 어떤 민원이 각하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사무처가 이런 식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도 되는 것인지 방심위의 해명이 필요하다. 사무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을 위해 정당한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방심위는 민원인이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각하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고, 사무처의 역할을 이에 맞게 제한해야 할 것이다.

 

2014년 7월 23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