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선일씨 피살' 관련 23일자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23)
등록 2013.08.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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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의 죽음 앞에서도 파병 선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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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한 무장단체에게 납치되었던 김선일씨가 23일 새벽 끝내 피살되었다. 우리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한동안 김씨가 살아있다는 외신 등이 보도되면서 김씨가 살아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은 지난 새벽 김씨가 납치되었던 팔루자 근처에서 김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참담함으로 변했다.


대부분의 신문들도 초반과 지역판까지는 김씨의 생환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김씨의 생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으나,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은 외교부 등의 입장을 보도하며 다소 조심스럽게 보도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 인천·경기판은 1면 머리기사 <"납치범들 협상시한 연장"> 하단 <이라크 성직자협 고위인사 "김씨 건강하게 있다">, 2면 <외교부 "희망 보인다"> 3면 <현지언론 호의적 보도 잇따라…협상 청신호> 등의 기사에서 김씨의 생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1면 <"납치범들 협상시한 연장">에서 알 아라비아의 보도를 인용해 김선일씨를 납치한 무장단체가 '협상시한'을 연장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가판 1면 머리기사 <"김선일씨 신변 안전한듯">, 3면 <"오늘 내일이 고비"…협상 진전있는 듯> 등의 기사에서 김씨의 생존과 협상진전 가능성 등을 비교적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가판 1면 머리기사 <"김선일씨 생존" 주장>에서 김씨가 살아있다고 발언한 한국경호업체 엔케티에스 최승갑 사장의 주장을 실으면서도 외교부 등의 조심스러운 반응을 함께 실었다. 3면 <시한넘겨 일단 '최악상황' 모면>에서도 제목과는 달리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살얼음판""낙관은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김씨는 미군납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23일을 넘기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신문들의 이 같은 낙관적 보도태도는 김씨의 사망소식으로 급변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서울 배달판에서 김씨의 사망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올리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피랍 김선일씨 끝내 피살>이라는 제목으로 알 자지라에서 보도한 김씨의 피살 직전 모습에 대한 사진을 함께 실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 <범인들 돈엔 관심없어 한국측, 의도 잘못파악>에서 김씨가 피살된 이유로 우리측이 무장단체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으며 "외국 언론과 더불어 김씨의 구조에 나섰던 일부 단체의 낙관론 때문이었다"고 평가하고, "김씨의 안위를 걱정한 나머지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너무 기대를 걸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은 정작 자신들의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3면 <"협상 잘 된다더니""테러범 응징해야" 분노>에서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과 응징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극단적인 의견들을 부각했으며, 파병결정 번복은 힘들다는 의견을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4면 <추가파병 어떻게>에서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선은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와 이번 사건이 '별개사안'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하고 이는 "테러 위협에 굴복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제2, 제3의 테러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 평가하는 등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 고수를 위한 단도리에 나섰다.
사설 <용서할 수 없는 김선일씨 살해 만행>에서 조선일보는 "테러리스트들은 중동지역을 사랑한 한국의 젊은이를 무참히 살해하고 한국과 한국민 전체를 자신들의 적으로 만들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고 비극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병 결정과 원칙마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이번 일로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의도를 그대로 충족시켜주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여전히 '파병 당위론'을 강조했다. 이어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과 정부가 확고한 중심을 잡고 파병 문제가 또다시 국론 분열 양상으로 번져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을 '국론분열'로 몰고갔다.


중앙일보는 3면 <정부 망연자실…추가파병 '먹구름'>에서 중앙은 "김씨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부는 '파병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사회에 약속한 파병을 민간인 테러에 굴복해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파병방침에 대한 단도리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시민들의 의견에서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의견을 함께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김선일씨 피살…시신확인>에서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동아는 시민반응을 실은 기사에서 일부 네트즌들의 '이라크 파병' '이라크인에 복수' 등 극단적 주장을 실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네티든들은 이를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과 참여연대 이태호 실장, '지구촌나눔운동' 등의 의견을 보도하며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보도해 조선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사설 <김선일씨 살해 만행을 규탄한다>에서는 이라크 무장세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제 남은 일은 범인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야만적인 범죄를 저지른 비열한 자들은 반드시 응징을 받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현실성 낮은 '범인체포'를 주장하는가 하면 이라크에 거주하는 한국인 철수 및 민간인의 이라크 입국 자제를 비상대책으로 내놓는 등 안일한 현실인식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에 있다고 본다. 이라크 무장단체는 우리 정부의 추가파병 방침 철회를 협상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 고수'를 못박고 나서면서 사실상 협상의 여지가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우리는 제2, 제3의 김선일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이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의 보도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가 끝내 죽음을 맞았음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여전히 '이라크 추가파병'만이 금과옥조인 양 정부를 압박하고,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론분열'로 몰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전투병 파병', '이라크 응징' 등을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과격한 목소리를 부각하고 나서는 등 '파시스트적 면모'까지 드러내고 있다. 수구신문들의 눈에는 김씨의 소중한 생명조차 하찮게 여겨지는가. 그렇지않고서야 어떻게 김씨의 죽음 앞에서 정부의 '추가파병 방침 고수'를 위한 단도리에 나서고, '전투병 파병', '응징' 운운하는 극단적 주장을 거리낌없이 보도 할 수 있는가.
김씨의 죽음에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선동하고 정당성을 강조해 온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4년 6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