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17대 총선 이후 정계개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19)
등록 2013.08.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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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80%'의 오보를 내고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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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벌써부터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며 각종 추측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들 언론은 정부 조직 개편을 비롯해 특정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에서도 청와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추측보도'로 정계개편의 움직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나선 신문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7일부터 '권력 대이동' 운운하며 특정 인사들의 청와대 및 내각 기용을 거론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7일 1면 머리기사 <"여당에 총리·각료 추천권">에서 노 대통령이 제1당이 된 열린우리당에 '총리 및 각료 추천권'을 줄 방침이라며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국정의 중심이 상당 부분 열린우리당 및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게 될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은 '당의 한 핵심 관계자'의 의견을 빌어, 이우재 의원을 비롯해 이부영, 김정길, 이철 전 의원 등 17대 총선 낙선인사들에 대한 배려차원의 '입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추정하기까지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19일 4면 <김원기·김혁규·정동영씨 총리 거론>에서도 "청와대·내각과 여당의 원내대표 등 당·청 핵심 포스트와 국회의장 등 국회 요직에 누가 포진할 것인지 여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국무총리, 행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 주요 요직에 특정인사의 임명 가능성을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해 보도했다. 또한 여당 지도부 구성 및 국회 원 구성에 대한 인사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은 19일 사설 <여당에 '총리·각료 추천권'을 넘긴다는데>에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국무총리 및 내각 추척권을 줄 방침'이라고 기정사실화하며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조선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획정 문제'와 "정당이 각료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혼선과 부작용"을 문제로 거론하며 "장관 자리는 전문성을 도외시한 채 당내 파벌간의 역학이나 당내 불만의 관리수단으로 오용될 염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부각했다.
노 대통령은 일관되게 '책임총리제'를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30%이하였던 당시 조선일보는 책임총리제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기대와는 달리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되자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서 특정 정당을 견제하기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1당이 되었다면 조선일보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도 19일 4면 <노대통령 '집권2기 틀잡기' 나섰나>에서 "집권 2기 국정운영을 위해 대규모 내각 개편에 나설 것"을 예측하고 나섰다. 동아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재 탄핵심판 결정과 함께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이미 밝힌 바 있어, 총리를 포함한 내치 분야 장관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인사 및 정부조직 개편을 점쳤다.
중앙일보는 19일 1면 <"당·정 분리해 국정 운영">에서 청와대가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향후 정국 운영에 있어 '당정 분리'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스분석>에서는 청와대의 '당정분리' 원칙을 설명하며 "여권 내에선 야당에 대한 각료 추천권까지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추정했다.


17대 총선 결과 여당이 의회의 과반을 차지했으며, 진보정당이 원내 제3당으로 들어가게 되는 등 일정한 정치지형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 같은 정치지형의 변화를 '권력 이동' '입각예정자' 등 구태의연한 틀로 접근해 각종 추측·예단보도를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정부부처의 개각 관련 보도 등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추측보도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보도에서 입각 대상자로 거명됐던 일부 인사들이 실제로는 입각되지 않는 등 언론의 섣부른 추측보도로 오보가 속출되는 사태가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신문들은 이미 참여정부 조각관련 보도를 통해 '정확도 20%'라는 망신을 당하고도 매번 개각을 염두에 둔 추측·예단보도의 나쁜 버릇을 고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히려 지금 독자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사회 각계에서 제기되는 각종 개혁과제가 무엇이며, 이를 정치권에서 어떻게 해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차분한 분석보도다. 왜 우리 신문들은 매번 차분하게 우리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활동을 감시하는데에는 소홀한가.
총선이 끝난 후 신문들은 입만 열면 국민들과 정치권에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정작 섣부른 추측·예단보도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치권을 뒤흔들어온 것은 언론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일 때다.

 


2004년 4월 1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